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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국정감사] 초·재선 선전, 욕설 등 추태는 여전

[2000년 국정감사] 초·재선 선전, 욕설 등 추태는 여전

16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종료된 직후인 11월9일 국감의 전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2000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이하 국감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상ㆍ하위 의원 명단을 포함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 '시민단체에 의한 국정평가'의 당위를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번 역시 가장 큰 관심은 의원별 평가에 모아졌다. 지난해 평가결과가 4ㆍ13 총선 과정에서 공천과 당락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던 것을 감안할 때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컸던 것은 당연했다.


국감연대, 대부분 상임위 방청

지난 해에는 국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당일의 '베스트-워스트 의원'을 발표하고 국감 종료후에 종합성적을 매기는 방식을 취했으나 올해는 1일 베스트-워스트 의원 발표를 생략했다.

이와 관련, 국감연대측은 "1일 성적을 매기는 방식에 대해 지난해 의원들의 반발과 항의가 매우 거셌고 총선과정에서 민감한 반응을 가져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국감의 안정적인 진행 및 정책 국감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에는 시민단체 평가에 대한 반발로 9개 상임위에서 방청을 거부, 모니터 요원이 국감 현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었으나 올해는 국방위와 정보위를 제외한 전 상임위에 걸쳐 방청이 이뤄졌다.

물론 이번에도 반발은 있었다. 재경 정무 보건복지 등 3개 상임위의 경우, 시민단체의 전문성 부족 및 '워스트 의원' 발표의 부당성을 들어 국감 초반 3일 동안 방청을 거부하다 비판적 여론에 직면해서야 방청을 수용했다.


정치활동 따로, 의정활동 따로

크게 개혁성ㆍ전문성(80점), 공익성(10점), 성실성(10점)의 3개 범주로 나누어 평가했다. 개혁성ㆍ전문성의 구체적인 평가항목으로는 문제제기 능력, 정책대안 제시 능력, 전년도 국감 지적사항의 처리 여부에 대한 파악, 일문일답 진행 능력 등이 포함됐다.

평가기준 자체가 선진 의정활동의 지향점을 카테고리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중복ㆍ편파 질의, 저질 인신공격 등에 대해 별도의 벌점을 부과했던 지난 해와는 달리 올해는 네가티브 평가방식을 지양했다.

객관성 확보 미비를 이유로 국감연대 스스로 의원별 평가를 보류한 산업자원위 등 4개 상임위를 제외한 10개 상임위에 대해 상위ㆍ하위 의원이 선정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초ㆍ재선 의원의 선전과 중진 의원의 부진. 상위의원 30명중 초선은 16명, 재선은 11명으로 초ㆍ재선이 90%를 점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김영춘 원희룡 오세훈 의원, 민주당의 장성민 임종석 의원 등 386출신이 대거 상위에 랭크, 당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의 김홍신, 민주당의 추미애 김민석 의원 등 각종 의정활동평가에서 호평을 받아온 '스타급 재선의원'이 이번에도 상위에 올랐고 노조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박인상(환노위) 의원,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구(재경위) 의원 등 이른바 전문가 그룹도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하위의원 19명중 3선이상 중진이 무려 8명으로 '선수(選數)가 아깝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또 각 당 총재나 대표, 당 3역, 대변인, 국회 부의장 등 주요 당직자 12명 중 4명이 하위에 선정, '정치활동 따로, 의정활동 따로'의 풍토가 여전함을 증명했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홍사덕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 민주당의 이해찬 정책위의장과 정균환 총무,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명예총재의 경우 상임위 출석률은 비교적 좋았으나 주로 남이 질의하는 모습을 구경만 했다는 것이 하위 선정이유.

정몽준 의원은 대외활동에 바빠 출석률이 극히 저조했고 정창화ㆍ정균환 총무 역시 다른 의원들의 출석을 독려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낙제점을 받았다. 여권내 대표적 '정책기획통'인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출석률이나 사전 준비, 질의의 내용성 등 전반적으로 '문제있다'는 평가를 받아 평소의 명성을 무색케 했다.

4선 이상 중진 중 상위에 속한 의원은 당파적 이해를 초월해 남북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한나라당 김덕룡(통외통위) 의원이 유일했고 주요 당직자중 상위 의원은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이 유일했다.

정당별로는 상위에 민주당 15명, 한나라당 14명, 그리고 하위에 민주당 6명, 한나라당 8명으로 양당이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자민련은 상위에 1명, 하위에 3명이 포함되어 다소 부진한 성적. 한편 한나라당의 김정숙 전재희, 민주당의 이미경 추미애 한명숙 의원 등 여성의원 5명이 상위에 올라 17%의 비율을 점했다.

전체의석 중 여성비율이 6.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 민국당 강숙자 의원은 여성 중 유일하게 하위 의원의 불명예를 안았다.


무성의 답변, 전문성 부족

지난 3일 환노위 국감에서 도시계획법 시행령과 관련, 로비개입 여부를 묻는 의원의 질의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일관, 5시간 정회 소동을 빚은 김명자 환경부장관 등 14개 피감기관(장)이 추태 피감기관에 선정됐다.

"훌륭한 의견이니 잘 검토해 보겠다", "긴장해서 잘 듣지 못했다"는 등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감사장에 코미디하러 왔느냐"는 야유를 산 김호진 노동부 장관도 리스트에 올랐다.

또 국회 품위손상을 들어 커밍아웃을 선언한 탤런트 홍석천씨의 참고인 채택을 거부한 보건복지위와 시정잡배 수준의 거친 욕설을 주고받은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과 민주당 송영진 의원이 '추태백태'에 선정됐다.


낙후된 정치문화 여전

국감연대 양세진 공동사무국장은 "의회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의정활동 평가에서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비율이 3, 4선이 압도적인데 최소 3선은 되어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평가결과는 3선 이상만 되면 의정활동 보다는 소위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낙후된 정치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또 "국민이 바라는 정치란 의정활동에 다름 아니다"며 "당직이 있는 사람은 아예 국감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왜곡된 인식과 풍토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노원명 정치부 기자 narzis@hk.co.kr

입력시간 2000/11/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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