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국대선] 선거인단 선출이 사실상의 대선

미국 대통령선거 절차는 미국민 30%가 잘 모르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절차와 방식이 복잡하다. 미국의 선거절차는 크게 당별로 후보를 선출하는 예선과 각 당 후보가 나와 펼치는 본선으로 나뉘다.

본선은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뽑아 그 선거인단이 모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간접선거의 형식을 띤 직접선거인 셈이다.

먼저 예선은 대선이 열리는 해 1월 아이오와주에서 갖는 양당의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는 등록된 당원만 참여하므로 예선의 실질적 시작은 모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ㆍ올해의 경우 2월1일)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거쳐 대의원(공화 1,990명, 민주 4,289명)의 과반수를 획득한 사람이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다. 각 당은 7~8월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후보를 공식 발표하는 동시에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며 공약과 정강 정책도 발표한다.


538명의 선거인단이 지지후보 밝혀

전당대회가 끝나면 대통령 후보들은 본선에 돌입해 대통령 선거일(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까지 전국 유세와 TV토론을 펼친다. 이때의 선거는 50개 주와 워싱턴DC에 인구비례로 배분된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절차다.

선거인단 538명은 주마다 2명씩 선출하는 상원의원 100명과 지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뽑는 하원의원 435명에다 연방의원 선출권이 없는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숫자와 같다. 선거인단은 지지후보를 미리 밝히기 때문에 선거인단 선출이 사실상의 대통령선거인 셈이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선거인단을 선거구별 투표결과에 비례해 배정하는 네브래스카와 메인 등 2개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48개주는 모두 '승자독식제'(Winner-takes-all)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주에서 한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몽땅 가져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후보들은 선거인단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54석), 뉴욕(33석), 텍사스(32석) 등을 집중 공략한다. 물론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획득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1787년에 채택된 선거인단 제도는 주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것으로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앨 고어 민주당후보가 전체 득표율에서 49%를 얻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1% 포인트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하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

과거 소수파 대통령이(득표에서 지고 선거인단수에서 앞서 당선된 대통령)이 나왔던 것이나 1992년 대선에서 로스 페로가 무소속으로 출마, 19%의 지지를 받고도 단 1명의 선거인단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주의 분파주의 막는 장점도

이로 인해 지금까지 200건이 넘는 헌법 개정청원이 제기되는 등 개정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소규모의 주로서는 연방정부나 다른 인구가 많은 주의 영향력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지역주의와 분파주의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욱이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ㆍ하원 3분의2찬성, 전체 주의 4분의3 찬성'이 필요한데다 최소한 13개의 주는 현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 선거인단 제도의 억울한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고어 마저 "현행 헌법을 지켜야 한다"며 개정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선거인단이 결정되면 선출된 선거인단은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의 월요일에 각 주의 수도에 모여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후보에 표를 던지는 형식적인 대통령 선출 절차를 거친다.

이 때 선거인단은 자신이 지지하기로 한 후보 대신 다른 후보에 투표할 수는 있으나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3년 이하의 징역형과 1,000달러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러한 '배신자'는 정치생명이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면 1월6일 부통령(상원의장)이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당선자를 공식 발표한다. 새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한다.

최진환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14 21:10


최진환 국제부 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