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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한파] 공포의 120만 실업자시대?

[실업한파] 공포의 120만 실업자시대?

부실기업 퇴출, 구조조정등 실업자 속출, IMF이후 최대위기

실업대란이 임박하고 있다. 11·3 기업 퇴출과 부실 벤처의 부도 도미노, 앞으로 단행될 금융권과 공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올 연말 대량 실업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외 경기위축에 따라 각 기업과 공기업이 긴축의 고비를 더욱 조이고 있어 내년 초에는 IMF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실업대란 가능성 마저 점쳐지고 있다.


"먹고살길이 막막하다"

"제발 회사측에서 저를 잘라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보정리의 D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공사가 전면 중단된 현장 사무소를 지키다 오후 늦게 퇴근하는 이 회사 정모(36) 대리는 "당장 이달부터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급여도 못 받았다는 정대리는 "다섯 살배기 딸 아이의 유치원 비용도 없어 마음이 아프다. 회사에서 강제퇴출돼야 구청에서 주는 실업수당이라도 받아 생계를 이어가며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선 회사로부터 해고당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법정관리 회사 출신의 강모(33)씨. 한때 잘 나가던 대기업의 전도유망한 과장이었던 강씨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지난해 말 한 인터넷 벤처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 회사가 올 9월 파산하면서 벌써 2개월 넘게 실업상태에 있다. 석사 학위를 마친 강씨는 처음 대기업이나 외국인 회사에 경력자로 재입사하려 했지만 번번이 낭패를 보고 말았다. 요즘에는 아쉬운 대로 견실한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으나 그 마저 여의치 않다.

한때 대기업도 마다했던 강씨는 하는 수 없이 모 취업정보사에 지원서를 제출해놓고 있으나 구인회사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실업자 수가 9월말 현재 84만4,000여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IMF위기 직후 178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발표와 달리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실업 강도는 매우 심각하다.

최근 부도처리된 대우자동차 산하에는 1, 2차 협력업체 4,000여사와 1만여 납품업체를 포함해 약 60만명의 근로자가 딸려있다. 또 11월3일의 퇴출기업 명단에 든 52개 기업체와 그 회사들의 협력업체 3,000여개사에서 나올 실직자들을 계산해 보면 잠재적 실업자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특히 퇴출결정을 받은 기업중 14개 업체가 근로자들을 다수 보유한 건설업체여서 건설 분야에서만 20만명이 넘는 실업자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직 생존여부가 결정나지 않은 국내 최대건설사인 현대건설까지 정리수순을 밟게 된다면 그야말로 IMF때를 능가하는 초유의 실업대란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이들 퇴출기업의 근로자 모두를 완전 실업자로 간주할 순 없지만 잠재적 실업이나 불완전 고용 상태 역시 준실업 상태나 마찬가지로 사회 불안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내년 초 실업자 120만명 웃돌 듯

이런 대량 실업 사태는 올해 대졸 신입생들과 취업 재수생의 취업난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내년 초 졸업하는 졸업예정자의 수는 약 45만명으로 이중 진학이나 군입대를 제외한 40만명 정도가 취업을 희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직장을 얻지 못한 취업 재수생 15만명(1년 이상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은 제외)을 포함하면 취업을 희망 대졸 신입생 수는 약 55만명이나 된다.

하지만 올해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을 포함해 대졸 신규 채용자 규모는 최다 20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LG그룹이 올 상반기보다 1,000명이 감소한 3,000명을 뽑을 계획이고, 삼성은 2,000명 안팎에 불과할 전망이다.

현대는 2,000명선을 예상하고 있으나 그마저 불투명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볼 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실업 상태에 처할 대졸 예정자만 약 3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문턱이 높아진 취업 전선에는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 인터넷 취업 알선 사이트에는 석ㆍ박사 이상의 고학력자 출신 2만8,000명을 포함해 무려 39만장의 사이버 이력서가 쌓여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실제 유료로 운영되는 모 취업정보사에는 취업신청을 한 의뢰인 숫자가 현재 20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올 연말 실업자수는 100만명, 내년초에는 12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리쿠르트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구인시장이 활발했었는데 9월부터 IT업종의 구인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더니, 2차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진 지난달부터는 아예 구인의뢰 자체가 끊어졌다"며 "내년초까지 취업 분야는 그야말로 IMF를 능가하는 일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취업현장에서 상황은 이런 위기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일용직 건설 노동자를 공급하는 새벽 인력시장에 찬바람에 불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사설 직업소개소에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또 올해 초 취업 희망자를 대거 흡수했던 인터넷 벤처회사들이 최근에는 인력감축을 단행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를 배출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주를 이뤘던 아르바이트 자리에 경력자들이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여대생들은 일자리가 없자 유흥업소로 빠져들어 가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지난달 문을 연 한 룸싸롱의 전무는 "지난달 구인광고를 냈더니 여대생들이 시간제로 일을 하겠다는 연락을 상당수 받았다"며 "장사도 잘 안되고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존 여자 접대부를 내보내고 지방 모대학 출신의 여대생 3명을 새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경제가 고용악화 불러

전문가들은 최근 이같은 고용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첫손으로 꼽는다. 현재의 경기상황이 IMF 때보다 더 나쁠 정도는 아닌데 한번 IMF를 경험한 기업이나 고용주들이 내년 불황에 대비해 벌써부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1998년 1차 구조조정 때 발생한 실업자들이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또다시 실업자들이 양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취업공황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위기의식이 높아지자 정부는 재취업 알선, 창업지원, 실업급여 지급 등의 각종 실업지원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그래서 올해 11, 12월 하루 평균 18만명, 내년 1, 2월에는 8만명 규모의 공공근로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20만명에 달할 건설 부분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하루 5,000명씩을 활용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것을 정부측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실업대책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실업급여도 예산부족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실업급여 예산으로 올해(1조109억원)보다 14% 가량 적은 8,700억원으로 책정했다.

11ㆍ3 퇴출기업을 비롯해 동아건설 등 부실 건설사의 줄도산, 그리고 그에 따른 협력사들과 부품 납품업체의 파산 도미노, 여기에 올해 금융권과 공기업의 구조조정 실업자까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실업 수당 지불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인 구조조정과 실업 문제는 단기적으로만 보면 '동전의 양면'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는 IMF 직후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지금의 더 큰 화를 몰고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난 2년간 인터넷 벤처붐이 탈IMF의 자신감 회복과 불황 탈출의 전기를 마련해줬듯이 정부는 확실한 구조조정 단행과 함께 실업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새 돌파구를 함께 만드는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1/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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