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늘면 중독 의심

사이버외도 징후 자가진단법

최근 들어 '사이버 로맨스'에 빠져 결혼생활에 파경을 맞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H은행 김모(35)대리는 결혼 5년째를 맞은 지난 10월 아내와 이혼했다. 지난 3월 한 동창생 사이트에서 만난 초등학교 때 친구인 유모(35ㆍ여)씨를 만나 '부적절한 관계'에까지 이른 것이 화근이었다.

결혼한 지 3년된 주부 최모(31)씨는 얼마 전 정신병원을 찾았다. 퇴근만 하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던 남편이 인터넷 채팅방에서 다른 여성과 노골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최씨 부부는 법원에서 이혼수속을 밟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인천에서는 인터넷 채팅을 시작한 뒤 자주 집을 비우는 아내와 말다툼 끝에 목졸라 숨지게 한 30대 중반의 남편이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이 남편은 경찰조사에서 "아내가 두달 전부터 인터넷 채팅을 시작하더니 새벽에 귀가하는 날도 많아졌고 아이들을 굶기기 일쑤였다"며 울먹였다.

미국 온라인중독센터(COLA)의 설립자 킴벌리 영 박사는 수면패턴의 변화, 프라이버시의 강화 등 배우자의 '사이버 외도(外道)' 징후를 7가지로 분류했다. 영 박사는 이 가운데 1∼2가지에라도 해당되면 '사이버 과부' 또는 '사이버 홀아비'가 되기 전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수면 패턴의 변화 = 채팅룸과 미팅룸 등은 늦은 밤에 활기를 띠는 것이 보통. 배우자가 밤 늦게까지 컴퓨터에 앉아있는 일이 잦아진다.

▲프라이버시의 강화 = 컴퓨터를 잠금장치가 돼있는 방으로 옮기거나 채팅룸 접속 패스워드가 노출될 것을 우려, 수시로 바꾼다.

▲집안 일에 소홀한 태도 = 여자의 경우 곧바로 해야 할 설거지와 빨래를 미루고 남자의 경우 아이 돌보는 일 등을 귀찮아 한다.

▲빈번한 거짓말 = 인터넷을 사용하던 모습이 목격되면 컴퓨터를 끄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알아볼 것이 있어 잠시 접속했다고 둘러댄다.

▲성격의 변화 = 온화하고 섬세하던 사람이 차갑고 소극적이 된다. 쾌활하던 성격이 변해 심각해지기도 한다. 성격의 변화를 지적하면 완강하게 부정한다.

▲부부생활의 무관심 = 사이버공간에서의 외도는 사이버 섹스나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다른 성적 분출구가 있기 때문에 배우자와의 성관계에 흥미를 잃는다.

▲가족관계의 회피 =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 누군가와 자기만의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비디오를 빌려 가족들과 함께 보거나 휴가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 등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양정대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14 22:01


양정대 사회부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