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의 세계] "40km 지나자 '이젠 살았구나' 생각"

조상국씨의 마라톤 첫경험

지난 10월22일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출발선에 선 나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음 도전하는 마라톤 풀코스. 과연 내가 그 기나긴 거리를 다 뛰어낼 수 있을까, 아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운동장 3바퀴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이제는 30km를 넘게 되었으니 나 자신을 믿어볼 수 밖에. 목표는 4시간30분 안에 들어오는 것과 절대 걷지 말기로 세워두었다.

초반 20km까지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아빠의 완주를 기원하는 아이들 얼굴도 떠올랐고 가을빛이 완연한 경춘가도를 즐기기도 했다.

5,000여명이 넘는 풀코스 도전자의 하나인 스스로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벌써 저만치 앞질러 뛰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20km가 넘자 힘이 들기 시작했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다. 갈증 보다 허기가 참기 힘들다더니 역시 그랬다. 유경험자들의 충고로 준비한 초콜릿을 먹으니 좀 나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가중되었다. 장딴지가 찢어질 듯이 당겼고 왼쪽 발바닥은 통증으로 욱신댔다. 더구나 너무 오래 팔을 흔들어댄 탓인지 팔꿈치 위부터 어깨에 이르는 부위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35km가 넘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아이들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나는 오직 그 각오 하나만으로 마치 자동기계처럼 본능적으로 발을 놀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40km를 통과했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나도 모를 힘이 솟아 속도를 올렸다. 저 멀리 골인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골인! 시계를 보니 4시간29분01초. 나는 결국 해낸 것이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치솟았다. 그것은 말로 하기 힘든 감격이었다. 연습 때 달리면서 느꼈던 기쁨과는 또 달랐다. 사람들은 왜 그 힘든 마라톤에 도전하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조상국(41ㆍ거남건설 부장)

입력시간 2000/11/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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