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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드라마 '가을 동화', 신드롬 남기고 종영

KBS드라마 '가을 동화', 신드롬 남기고 종영

"극중에 나오는 속초의 구멍가게까지 떴다는군요. 후속작 '눈꽃'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KBS 드라마국 윤흥식 주간의 말은 11월7일 막을 내린 KBS 월화 미니 시리즈 '가을 동화'의 인기를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드라마는 끝났어도 '가을 동화'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히려 '가을 동화'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더 고조되고 있다.

MBC '허준'의 공백을 거뜬히 메우며 시청자를 안방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신드롬까지 낳은 '가을 동화'는 아름다운 영상에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담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방송 중반부터 끝날 때까지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KBS 드라마국이 4년만에 웃음을 되찾는 순간이기도 하다. KBS는 그동안 월화 드라마 분야에선 MBC와 SBS에 뒤져 기를 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좋다', '마법의 성' 등 KBS가 방송했던 월화 드라마는 방송가에서 치욕적인 말로 여겨지는,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의 시청률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감내해야했다.


해외에서도 인터넷 통해 시청

'가을 동화'는 드라마 자체는 물론이고 출연진, 무대, 배경음악, 대사 등이 모두 인기를 끌었다. 식지 않는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인터넷. 요즘에도 KBS 인터넷 사이트에는 '가을 동화'의 감동을 다시 느끼려는 시청자들이 KBS 홈페이지에 많이 접속해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다.

드라마가 방송된 날에는 수만명의 네티즌이 '가을 동화'에 대한 느낌을 올리거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한 대학생은 "가을 동화 대본을 인터넷을 통해 보면서 엉엉 울다가 교수님이 들어와 몸이 아픈 것으로 잘못 생각해 조퇴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한 유학생은 컴퓨터를 통해 '가을 동화' 를 보다가 컴퓨터가 고장나자 서울 집에 연락해 전화로 드라마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네티즌이 가장 큰 반응을 나타난 것은 제작진이 종영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였다.

제작진은 남매로 살다가 뒤늦게 친남매가 아닌 것이 밝혀진 뒤 헤어져 살아오다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된 주인공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의 비극적인 결말을 해피엔드로 끝내달라는 시청자의 의견이 쇄도하자 결말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묻게 된 것이다.

40여만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는 골수암에 걸려 죽는 것으로 돼있는 은서를 살려 준서와 결혼을 시켜달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용 변경에 고심하던 제작진은 원래 기획대로 은서를 죽여 비극적 결말을 내 시청자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송혜교, 송승헌, 원빈, 한나나, 최우혁 등 성인 및 아역 출연진의 홈페이지가 속속 개설되고 있는가 하면 '가을 동화' 에 얽힌 해프닝도 KBS 홈페이지 '차사랑의 가을 동화' 등에 소개되고 있다.


촬영장소 모두 관광명소로 부상

'가을 동화'의 최대의 수혜자는 무대 배경이 된 장소와 건물이다. 준서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될 때 화실로 사용했던 강원 양양군 선양면 상운리의 상운분교는 드라마 방송이후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상운분교를 찾아 '가을 동화' 의 정취를 맛보고 있다. 또한 원빈의 주택으로 사용됐던 보광 휘닉스는 내부 세트를 KBS로부터 기증받아 그 방을 관광객에게 공개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밖에 무대 배경으로 사용됐던 한계령, 속초시 아바이 마을, 대관령 목장 등도 '가을동화' 로 인해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주제 음악도 대박을 터뜨렸다. 무명에 가까운 신인가수 정일영이 부른 '기도', '꿈속에서'의 배경음악 CD는 30만개가 팔려나가 음반 판매순위 5위에 오르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구세대에게는 향수로, 신세대에게는 아름다운 서정으로 다가왔던 '로망스'(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가) 음반도 불티나게 팔렸다.

뿐만 아니다. 드라마 주인공 송승헌 송혜교는 탤런트 인기순위에 1, 2위를 기록하고 다른 작품에 출연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미스 코리아 선을 차지하고 '가을 동화' 를 통해 탤런트로 데뷔한 한나나는 벼락스타로 부상했다. "저도 어떨떨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시청자의 반응이 높을 줄 몰랐는데 이제 모든 사람이 저를 알아볼 정도니까요." 한나나의 심경이다.

이밖에 '가을 동화' 의 인기는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는 각 주인공의 '대사 베스트 5' 등 드라마를 패러디해 유머로 만든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늘이기'등 구태 없는 깔끔한

'가을 동화'는 만화적 구성과 남매간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극단적 주제 선택, 연기력 부재의 탤런트 양산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방송사들이 시청자의 인기를 의식해 당초 기획했던 드라마 내용을 대폭 변경, 방송 횟수를 늘려 결국 작품성도 메시지도 상실하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았다.

올 3월 방송된 MBC '진실'의 경우 당초 남자 주인공 류시원이 죽게 돼 있었으나 시청자의 반응을 의식해 죽이지 않고 살려 드라마를 끝냈다. 인기는 얻었지만 '작품성이 결여된 최악의 드라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을 동화'의 연출자 윤석호 PD는 "시청자들이 해피엔딩으로 하라는 압력이 많았지만 당초 기획했던대로 끝낸 것은 이 시대에도 순수한 사랑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을 동화'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결정하는 연령층의 변화도 초래했다. 그동안 오락 프로그램이나 가요 프로그램의 인기는 10대에 좌우됐고 드라마는 30대 아줌마가 시청률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 분야마저 10대가 시청률의 순위를 결정하는 연령층으로 부상했다. 30~40대 아줌마들도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MBC 월화 드라마 '아줌마'에 등을 돌리고 자녀들이 보는 '가을 동화'에 눈길을 주는 기현상을 빗었다.

이처럼 한 드라마가 관심을 끌면 드라마와 관련된 것들도 인기가 높다. 일본이나 미국에선 이미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가을 동화'를 계기로 드라마를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드라마 마케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knbae@hk.co.kr

입력시간 2000/11/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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