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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여야, 다시 대치구도로

이번 주는 검찰수뇌부의 탄핵 무산에 따른 여야 격돌로 소란스러울 것 같다. 한나라당의 대응은 초강경이다.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과,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의 즉각 사퇴, 이만섭 의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요구들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기 합의된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키로 했다.

여기에는 11월23일로 예정된 40조원의 공적자금 국회동의, 12월2일이 법적 시한인 새해 예산안 등이 포함된다. 민주당이 민생ㆍ개혁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기본법, 인권법 등 7개 법안도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이런 요구와는 별도로 11월18일 국회의장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이 의장이 사회를 보는 회의는 일절 거부키로 했다. 또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다시 제출할 태세다.


탄핵안 정국 돌파구 마련에 부심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단 검찰 수뇌부 탄핵안 처리의 원천 봉쇄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서영훈 대표는 19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으로서 한나라당의 부당한 기도에 결연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원내 대책을 지휘했던 정균환 총무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김 대통령의 사과 등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겉으로는 그렇지만 민주당은 내심 사태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지못하면 당장 발등의 불인 공적자금 국회 동의를 비롯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자금은 11월 말까지 처리 못할 경우 연내 기업구조조정 매듭이 물 건너가고 그렇게 되면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위기 수습책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꼭 그런 식으로 탄핵안 표결을 봉쇄하는 방법 밖에 없었느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김 대통령이 "실력저지가 없으면 날치기도 없다"며 국회법에 따른 국회운영을 강조해온 것도 무색해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자민련의 일사불란한 협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표결에 임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략적 차원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초래될 엄청난 사태를 감안할 때 표결은 감행할 수 없는 모험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현상황에서 경색 정국이 장기기화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여야 간에 돌파구를 마련할 접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변수는 여론이다. 현대사태, 실업증가, 기업 및 금융구조 조정 등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이 시급한 데도 정치권이 싸움만 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이 비등할 경우 여야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두달 간격으로 정례화하기로 한 여야 영수회담을 앞당겨 김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하루가 급한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전격적으로 돌파구를 터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적자금을 볼모로 잡는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면서 정쟁과 경제를 분리대응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론 흩어진 자민련, JP위상에도 흠집

검찰수뇌부 탄핵안 정국에서 자민련은 캐스팅보트의 파워와 당 균열의 취약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자민련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로비공세를 펼친 국면에서는 분명히 자민련의 캐스팅 보트의 힘이 입증됐다.

그러나 표결에 임할 것이냐 불참할 것이냐를 놓고 당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함으로써 당의 취약점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특히 김종필 명예총재의 당 장악력이 결정적으로 손상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자민련 내부에서는 "김종호 대행 체제로는 더이상 당을 이끌어 갈 수 없다"며 JP의 일선 복귀, 또는 제 3의 수단을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민련이 당 내부를 수습해서 이번에 입증된 캐스팅 보트의 위력을 토대로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숙원을 이룰지, 당 구심점의 상실로 분열과 해체의 길을 갈지는 향후 정국의 중요한 포인트다.

또 4ㆍ13총선 이후 여권의 국회 운영의 토대였던 '비한나라 범여권 연대'가 사실상 와해됨으로써 정국구도가 한동안 혼미상태를 면치 못할 개연성도 높다. 이런 상황이 김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려 갈 경우 정국 불안정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11/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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