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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누가 되든 '김 빠진' 백악관 입성

새 대통령 국가운영 순탄지 않을 듯

아이들이 장난감을 놓고 다툴 때가 있다. 어른이 끼어들 때까지 장난감을 서로 빼앗고 빼앗기면서 울고 불고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가 장난감이 깨져 두 아이 모두 갖지 못하는 수도 있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으로까지 몰렸던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 백악관 자리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법적 공방전을 벌이는 바람에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그 정당성에 의문이 남고 대통령의 권위는 훼손될 게 분명하다.


사사건건 발목 잡을 상원

부시가 이기면 팜비치 카운티의 이상한 투표용지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닐 전망이다. 또 112년만에 전체 득표수에서는 진 '소수파 대통령'이 된다.

수(手)검표에 의해 고어가 승리하면, 수백만 부시 지지자들, 특히 부시가 승리했다는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린 사람들로부터 "고어가 선거를 훔쳐갔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미 역사상 유례가 없는 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이번 대선이 끝난다면 두 사람의 명예는 물론 백악관 주인 자격에도 흙탕물을 튀기게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은 쇼윈도우에 나오기 전에 이미 망가진 자동차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진짜 문제는 대통령이 되면서부터다. 새 대통령이 대선의 혼돈사태를 잘 수습해 나가더라도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진 상원의 도전에 사사건건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원을 각각 50석으로 정확히 나눠 가졌다. 그것은 부시와 고어 중 한 사람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미국의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부통령인 딕 체니는 당연직으로 상원의원이 되므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지만 고어가 이기면 부통령 리버만은 상원의원직에서 사임해야 하고 후임은 공화당 지명자가 된다.

그러나 1-2석 앞서는 것은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같은 상황은 하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부시나 고어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꿈도 못 꿀 것이다. 척 하겔 상원의원(공화, 네브라스카주)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신의 정책목표를 밀어붙일 만큼 권위를 갖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의회를 성공적으로 상대하는 길은 중도 노선"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새 대통령은 민주 공화 상원의원들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당신들이 나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선언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는 중도적으로 일할 것인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하게도 많은 의원들은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양당 의원들끼리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답했다. 좋든 싫든 상원의원들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말과 통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양당이 서로 협력해서 일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 의원은 해석하기도 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부시와 고어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대당의 주문은 제각각이지만 우려하는 것은 개운찮은 시작이다. 누군가 먼저 총을 쏘면 보복 총격이 있고, 그러다 보면 전쟁으로 변하게 마련인데 이미 총성이 울렸다.

대선 이튿날 톰 대슬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상원의석이 50대50으로 끝나면 권력을 분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것은 상원의 위원장직을 비롯해 의원들의 위원회 배분, 좌석 배정, 사무실 배치 등 광범위한 결정권 분점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대슬은 다수당 원내총무에게 '성문(상원)을 열수 있는 여분의 키(권한)를 달라'는 이야기다. 공화당측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노'라고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고 싸울 것이라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요구를 거부할 경우 체니(부통령)에게 보복을 가할 것이다. 끊임없이 그를 흔들 것이다. 체니는 부시(대통령)에게 가장 정치 경험이 풍부한 '워싱턴의 손'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1994년 텍사스 주지사가 된 이후 그의 오른팔은 뜻밖에도 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보브 블록이었다. 블록은 당의 경계선을 넘어가면서까지 부시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왔다. 그래서 재선도 가능했다.

부시는 '새로운 불록'으로 체니를 생각하고 있다. 그가 민주당원은 아니지만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에너지 산업 CEO 등을 지내 워싱턴의 정치판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는 유능한 대통령의 정치 가정교사도 될 것이다. 부시에게 체니는 '워싱턴의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보좌관인 브렌트 스코스로프트는 말했다.

정계 일각에서도 체니는 상원의장(부통령)으로서 상원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체니는 공화당 원내총무 트렌트 로트와도 호흡이 잘 맞는다. 두 사람의 부인은 특히 가깝다. 민주당이 그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그의 '정치적 역할'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대선공약 실천에 걸리돌 산적

부시의 강점은 자기가 이뤄야 할 목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얻는 타입이다. 문제는 그가 선거과정에서 정했던 목표와 전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정책 목표인 교육개혁과 16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감면 정책은 민주당의 비협조로 밀어붙이기가 쉽지않다. 빨리 다른 정책 아이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을 승계할 고어(대통령)는 재검표를 거쳐 백악관에 입성했기 때문에 '법원이 만들어준 대통령'이란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결정과정에서 공화당 설득에 매달리지 않았던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공화당의 한 전략가는 "공화당의 협력 여부는 고어의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그가 새로운 민주당 노선이 아니라 환경-리버럴 노선을 밟는다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 선거자금법, 교육개혁, 재정흑자 처리등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다.

공화당 지도층은 플로리다주 재검표 이전까지만 해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역할 때문에 고어를 클린턴의 '배드 캅(나쁜 경찰관)'정도로 생각했다.

고어는 '선은 반드시 악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듯 자꾸 싸우려드는데 스스로도 '배드 캅'을 한 사람 구해야 자신의 대통령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 그 역할은 리버먼이나 대슬 원내총무가 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가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에게 인정했던 만큼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이양할지는 의심스럽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1/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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