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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어세상으로의 몰입

영어가 공용어인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숙명여대에는 별난 장소가 하나 있다. 사회교육관 1,2,3층에 자리한 국제영어교육원이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다.

한국어는 일체 쓰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모두 영어로 업무를 본다. 전화도 영어로만 받고, 공문도 영어로 작성한다.

건물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영어 전광판이 눈에 띄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외국 사람이고 한국사람이고 모두 "안녕하세요" 대신 "하이(Hi)"라고 한다.

취재진을 맞은 성혜진 팀장의 첫 인사도 "Welcome to LinguaExpress (국제언어교육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였다. "주간한국에서 취재하러 왔습니다"라는 한국말이 통용되는 것만 빼면, 한국이 아닌 어느 영어권 국가의 사무실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누구나 영어를 할 수 있다"

먼저 오석봉 원장 (48ㆍ영어영문학부 교수)를 만났다.

오원장은 지난 9월 문을 연 국제영어교육원을 국내 최초의 EOC (English Only Community)로 기획,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의 생활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대학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일종의 홍보성 이벤트가 아닐까"라는 게 취재전의 생각이었다.

국어보다 영어를 중히 여기는 요즘 세태의 극단인 것 같아 약간 못마땅한 느낌도 없지 않았고 한국 사람들끼리 영어를 쓰면 영어가 느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오 원장의 설명은 예상 밖이었다. 달변의 오 원장은 "영어는 주인이 없는 국제언어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영어는 더 이상 미국 같은 영어권 나라들만의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 원장은 또 "영어는 미국 문화의 일부가 아닙니다.

영어는 단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일 뿐이죠. 그러니 영어를 잘하기 위해 미국 문화를 배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제껏 우리는 미국 문화만 잔뜩 받아들이고 영어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셈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독특한 시각은 영어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대주의로 이어졌다. 그는 경멸적 의미로 쓰이는 '콩글리시'라는 단어를 몹시 싫어한다고 했다. 영국식 혹은 미국식 영어가 옳고, 한국식 영어는 틀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사람에게는 한국사람이 쓰기 편한 영어가 있다는 것. 그는 핸드폰이나 모닝콜, 아이 쇼핑 등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예로 들었다.

국제언어교육원의 모토는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는 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누구나 영어를 할 수 있다"인 셈이었다. 그제서야 낯설게만 보이던 한국인끼리 영어 대화가 어색해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오 원장을 따라 교육원을 둘러보았다.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멀티 미디어 도서관. 오디오와 비디오,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는 곳이다. 여지껏 한국말로 설명하던 그는 학생들 앞에서는 영어를 써야 한다며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하는 수 없이 질문도 영어로 해야 했다.

혼자만 한국어를 쓰는 것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더듬거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나아졌다. 다음은 플러시 룸. 우리말로는 휴게실이다. 소파와 오디오 세트, 책상들이 갖춰져 있다.

자고 싶은 사람은 자고, 음악 듣고 싶은 사람은 음악 듣고, 숙제하고 싶은 사람은 숙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쉰다고 해도 한국말은 쓸 수 없다. 쉴 때도 대화는 영어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취재진은 테마 카페로 갔다.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영어취재

테마 카페는 국제언어교육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다. 교육원을 찾은 이들이 거실 같은 분위기에서 보다 편안하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영어 카페라고 해서 미국풍이나 영국풍은 전혀 아니다.

대학가의 여느 카페들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한쪽에는 큰 멀티 비전이 있고 커피 같은 간단한 음료수를 판다. 하지만 자리에 앉는 순간, 처음 이 건물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낯선 것이 눈에 띄었다.

대형 화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뮤직 비디오나 케이블 텔레비전의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CNN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주문을 하는 사람도, 주문을 받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영어로 말한다. 한가운데 테이블에서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몇 명이 영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마 카페를 찾는 사람은 하루에 80명. 공강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샛별(영어영문학부 2학년)양은 "초기 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간혹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여기서는 영어만 써야 한다고 살짝 일러준다"고 한다. 임양은 10여명이 넘는 지원자 중 영어 인터뷰를 해 일자리를 따냈다.

확실히 두달 조금 못되는 기간에 교육원을 찾는 사람들의 EOC에 대한 쑥스러움이나 거북함은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영어를 쓰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렸지만 지금은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 영어로 말하다가 교수를 만나면 사인을 받고, 10번 사인을 받으면 공짜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벌보다 상이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따금 외부인이 전화를 걸었다가 영어로 대답하면 그냥 끊어 버리거나 왜 한국말 안 쓰고 영어를 쓰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많이 줄어 들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교육

테마 카페에서 학생 한명과 외국인 교수 한명을 만났다. 이번에는 좀더 용기를 내서 외국인을 영어로 인터뷰 해 보기로 했다. 예상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지 6년째라는 미국인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스티븐 반 블랙씨는 "한국사람들은 영어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실수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실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 부차적인 발음과 문맥과 상관없는 단어의 암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정확한 발음을 하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만 한국식 발음이 틀린 영어는 아니며 단어 하나만 외우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그를 비롯한 7명의 외국인 교수와 5명의 한국인 교수는 학생들의 실수를 일일이 지적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서 스스로 깨달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제언어교육원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자체개발 프로그램 LETS (LinguaExpress Theme-based Study)도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진행된다.

교실에서의 일방적 강의와 암기 위주의 학습을 지양하고 여가, 일, 공부라는 세가지 테마 별로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을 모아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그 속에서 영어를 익히게 한다.

교육원에는 회의실, 법정, 기획사 사무실, 게임 룸, 여행동아리 방, 사진 동아리방으로 꾸며진 테마 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얼마 전에는 여가 테마에 속한 학생들이 야외로 나가 사진을 찍어 작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영어로만 진행된다.


숙대생 이외에 일반인에게도 수강기회

시험준비를 위해 토익 코스를 등록,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는 인우현(언론정보학부 2학년)양은 "모든 것을 영어로 말해야 하니 일반 회화학원에 비해 훨씬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는 것이 쑥스럽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서로 답답하면 몰래 한국말을 섞어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국제언어교육원은 숙대생 외에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봄가을 두번 수강신청을 받으며 10주 프로그램은 40만원이며 외국인 교수에게 1대1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헬프 센터는 1시간에 3만원, 멀티 미디어 도서관은 무료다. LETS와 토익 외에도 비즈니스 관련 영어 과정 실전시험대비 과정, 어린이 영어교실 등도 있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0/11/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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