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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37)] 이태석 코네스 사장(下)

"사업 운은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가장 힘들 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성공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걸 놓치지 않고, 보통은 그냥 지나쳐 버리죠."

이태석 사장의 말에는 적지않는 굴곡과 좌절 속에서 뒤틀렸던 지난날의 상흔이 녹아있다.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외줄을 타듯 순간순간 쉽지 않는 선택을 해왔다는 뜻이다.

방과후 영어 과외교실이 뜻하지 않았던 일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기회는 여전히 곁에 있었다. 선택하느냐 아니냐의 판단만 그의 몫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방과후 컴교실'로 막혔던 길 열려

"상계동의 N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어느날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고 했어요. 나갔더니 정보화 교육 시범학교로 뽑혀 최신형 컴퓨터가 40대나 들어왔는데 적당한 선생님을 구해달라는 겁니다. 외국인 선생님을 과외교실에 내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던 판인데.." 돌아오는 길에 언뜻 "이게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가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컴퓨터 교육에는 경험이 없고, 사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문제였다.

"고민 끝에 학교에다 일정한 시설을 갖춰준 뒤 선생님과 교재를 제공해 컴퓨터를 가르치는 '방과후 컴교실'을 열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1996년 봄 14개 학교를 선택해 지금의 PC방과 같은 최고급 시설을 제공했지요. 아마 학교당 1억원 가까이는 들었을 겁니다." 그의 투자 판단은 옳았다.

이듬해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방과후 컴퓨터 교육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컴퓨터 학원이 서로 학교를 잡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이미 시범학교를 운영하던 코네스는 한결 느긋했다.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컴교실 전국 체인망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IMF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호황의 끝물은 여전히 달콤해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벤처 캐피탈도, PC업체 등 장비 공급업자도 흔쾌히 사업확대에 동의했다.

컴교실 체인망 구축은 쉬웠다. 브랜드가 괜찮은데다 학교의 동의만 얻으면 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받고 장비와 교육 자재를 대주었기 때문이다. 1996년에 8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1997년에는 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IMF로 돈줄 막혀 절망에 빠지기도

그러나 국가적으로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이 사장은 매출증가에 눈이 멀어버린 자신을 발견했다.

"97년 초에 벤처 1세대로 불리는 가산전자와 두인전자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 붐이 한차례 불었는데 사업 전망만 확실하면 돈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요. 전국 체인망 사업은 확실하니까 모자라는 돈은 언제든지 벤처 캐피탈로부터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누구든지 학교만 잡아 오면 무조건 장비와 교재를 내려보내고 선생님을 교육시켜 보냈어요. IMF위기가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줄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뒤늦은 후회는 소용이 없었다. IMF위기는 자기자본은 적고 매출만 큰 기업부터 부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차입한 빚이 화근이었다. 금리가 연 28%에 이르는 IMF위기의 최고조에 이 사장도 두 손을 들었다. 부도였다.

코네스에게 괴로운 날이 시작됐다. 컴퓨터 과외교실과 함께 1996년 7월부터 문을 연 교육전용 인터넷 사이트인 'Joynet'을 돌볼 틈도 없었다. 나름대로 누구보다 먼저 인터넷과 교육의 결합 가능성을 내다보고 시작한 사이트였지만 돈이 모자랐다.

게다가 지방의 컴교실 체인이 하나둘 문을 닫고 업주들은 도망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본사격인 코네스가 이를 거둬들여야 했다. 그렇게 컴교실 학교는 400여개교로 늘어났다.

"1998년 중반까지는 잘 버텼는데 마지막까지 믿었던 몇 군데에서 투자를 거부하면서 절망에 빠졌죠.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니 길거리에 나 앉을 부모님이 가장 안타깝더군요.

자식이 사업만 안 했으면 그 재산 가지고 편히 여생을 보낼텐데.." "그때는 끝없는 어둠의 터널이었다"고 이 사장은 회고했다. 빚 독촉에 몰려 당장 손을 털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가질 수도 없었다.

탈출구는 의외로 컴퓨터 선생님들로부터 나왔다.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앞장서서 '학생들 20명 더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장은 지금껏 뜨거웠던 선생님들의 열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학교 선생님은 450명까지 아이들을 받았어요. PC대수와 방과후 남는 시간으로 계산하면 최고 320명인데 얼마나 억척같았는지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 아침반을 새로 만든 겁니다. 그런 일화가 수도 없어요. 선생님들의 워크샵은 항상 눈물바다로 변하곤 했지요."

노력하면 운도 따르는 것일까? 그렇게도 까다롭던 산업은행이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 교육 사이트인 조이넷에도 20억원의 정책지원금이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유망하고, 또 유익한 사업은 역시 교육사업"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이 사장에게 새로운 의욕이 솟았다. 비록 지원받은 자금이 바로 남의 손으로 건너갔지만 의욕만은 새로웠다. 1997년 개설한 교육공학연구소를 다시 추스리고 Joynet 사이트를 인터넷 교육전문 포탈사이트인 에듀박스(www.edubox.com)로 개편했다.

컴퓨터 보급에 맞춰 영어, 컴퓨터, 국어, 수학 사회, 자연 등 각 과목별 멀티미디어 CD롬 타이틀 개발에도 들어갔다.


윈-윈 마인드로 사이버 교육 실현

그의 사업관은 일선 교육기관의 정보화를 앞당기면 덩달아 사업도 번창해진다는 '윈-윈'(Win- Win) 마인드.

초등학생이 전과나 학습지보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해지면 앞으로는 CD롬 타이틀이나 컴퓨터 화상교육을 통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과외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코네스가 가진 기존의 소프트웨어와 교육공학이 만나면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특히 화상을 통한 사이버 교육은 그래픽과 동영상, 음성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지고 있어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듯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요."

그래서 코네스는 게임의 주인공과 같은 에듀 캐릭터 'e선생'도 만들어 냈다.

코네스는 또 올해 말까지 학생과 학생, 선생님과 학생간의 화상채팅은 물론 1대1 학습이나 소그룹 과외가 온라인상으로 가능하도록 만든 사이버 만능과외 시스템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때쯤이면 컴교실로 시작한 코네스의 교육사업은 자체 개발한 각종 교재와 솔루션, 콘텐츠를 각 미디어채널과 인터넷을 통해 안방까지 전달하는 '원스톱 과외교실'을 완성할 것이다. 이 사장의 올해 사업목표는 여기까지다.

코네스는 최근 증권가에 떠돈 바른손의 적대적 M&A설로 홍역을 치렀다. M&A같은 '설'보다는 사회에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 사장.

"빚이라는 게 남에게 빌린 돈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갖고 있으면 그게 모두 사회에 대한 빚"이라는 그가 교육사업만으로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1/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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