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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메이션] 일상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詩같은 만화

■ '사랑해'
(허영만ㆍ김세영의 러브 판타지)

우리 사회에서 만화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곱지 않다. 흔히 만화라고 하면 저속한 글에 야한 그림이 덧칠해져 있는 저질 성인 만화나, 일본 사무라이식의 무협 만화, 아니면 황당무계한 공상 과학 만화나 하이틴 로맨스 같은 청춘 가련형 만화를 떠올린다.

깊은 사고나 사색을 요구하기 보다는 그냥 보고 웃고 즐기는 것에서 만족하는 표피적 것들이 주종을 이뤘다. 그것이 우리 만화의 현주소였다.

그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허영만ㆍ김세영의 '사랑해'는 만화가 아니다. 기존의 구태의연한 만화를 기대하는 팬이라면 이 책은 실망스러운 작품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랑해'는 매우 따뜻한 만화다. 소시민들의 평범하고 자연스런 일상을 가식없는 담백한 글과 깔끔한 선으로 펼쳐보이는 수준높은 만화다.

이 책에는 과장이 없다. 만화에서 단골로 써 먹는 논리적 비약도 찾아 볼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그런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

한 만화가 가장 부부와 그의 딸 석지우를 중심으로 소담스런 가족의 대화와 생활, 죽음, 존재의 의미 등을 실타래 짜듯 편하게 짜내려 가고 있다.

그렇다고 만화적인 맛과 풍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중간 중간에 읽는 이의 미소를 자아내는 위트와 재기가 듬뿍 담겨 있다. 허영만 특유의 풍자도 빠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그간 국내 연작 만화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극적인 클라이막스가 없는 병렬식 구성.

또 스펙터클한 그림으로 독자를 현혹하거나 쇼킹하고 황당한 구성으로 읽는 이를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생을 다시 한번 음미하게 하는 시인과 철학자들의 격언이 담겨져 있다. 실존주의자 하이데거, 시인 랭보와 워즈워드, 심리분석가 프로이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등..

한 시인이자 극작가는 첫머리 추천사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 삶의 모습을 담은 담론이며 한 편의 시다. 우리 만화의 승리를 보여주는,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풋풋하고 향기로운 질그릇이다'고 평했다. 무미 건조한 생활속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만화 같지 않은 만화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1/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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