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중풍에 대한 잘못된 속설

계절이 어느덧 11월의 후반에 접어들면서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등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혹한의 추위가 이어지는 기후적 특성을 안고 있는 겨울철은 여타의 계절에 비해 각종 질병의 발생이 만연하는 계절로 그중에서도 특히 중풍의 발병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물론 최근에는 여름철에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변화를 보이고는 있지만 겨울철 또는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에 중풍이 다발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잘 알려진 대로 중풍은 뇌혈관의 순환장애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일단 발병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다행히 생명을 건졌다 하더라도 반신불수가 되어 사지를 제대로 못쓰고 심할 경우 대소변을 가리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등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실례로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1999년도 국민 사망원인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중풍은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경계대상 1호의 질병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처럼 중풍을 두려워하면서도 예방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다는데 있다. 실제로 임상에서 보면 중풍 환자 대부분이 발병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가 파국을 맞는다.

이는 질병을 두려워하면서도 예방에는 소홀한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중풍과 관련, 잘못된 속설을 마치 의학상식처럼 믿어버리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중풍과 관련해 민간에 회자되고 있는 잘못된 속설은 '중풍은 고혈압 환자에게만 발병한다' 또는 '중풍은 노년층에서만 발병하는 질병', '중풍 발병시 남자는 좌측에, 여자는 우측에 마비현상이 온다', '눈이나 입술 주위가 씰룩거리면 중풍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등이다.

하지만 이처럼 항간에 나도는 속설은 임상결과와는 동떨어진, 말 그대로 속설일 뿐이어서 이를 믿고 전조증상이 나타났음에도 그냥 지나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 십상이다.

중풍에 대한 임상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풍의 발병은 노년층은 물론 20-30대, 심지어는 10대에서까지 발병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혈압에 있어서도 중풍환자 중 고혈압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50%에 불과하고 나머지 사람은 정상이거나 오히려 저혈압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마비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뇌의 어떤 부위에 손상이 발생했는가에 따라 좌측 또는 우측에 반신마비 현상이 오는 것이지 남녀의 구분을 두어 마비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같은 속설에 경도되기보다는 전조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 정밀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중풍의 발병 유무를 검진할 수 있는 예방검사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검사방법이 간단하면서도 측정결과가 정확한 것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초음파 뇌혈류진단기(TCD)를 이용한 검사를 들 수 있다.

TCD검사는 뇌혈관 속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을 측정해 혈관의 좁아진 정도나 좌우 혈류의 차이, 혈류음 등으로 중풍발병의 위험성을 감지시켜주는 획기적인 기기로 특히 뇌혈관이 좁아지며 협착해 발생하는 뇌경색의 진단이 아주 용이하고 측정결과가 정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중풍은 발병대상에 예외가 없으며 일단 발병하면 생명의 위협은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하는 한마디로 골치 아픈 질환이다.

따라서 손발저림이나 두통 또는 편두통, 어지럼증, 감각장애 등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잘못된 속설을 그대로 믿고 전조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될 수밖에 없다. 속설은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장

입력시간 2000/11/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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