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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산더미 현안에 시간은 없고…

국회는 이번 주간 밀린 숙제를 하느라 매우 분주할 것 같다. 검찰 지휘부 탄핵안 표결무산 파동으로 초래됐던 파행국회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조건없는 등원 선언으로 주초부터 정상화했지만 12월9일의 정기국회 폐회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동안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 새해 예산안 심의, 300건에 가까운 법률안 처리 등 할 일이 산더미여서 졸속처리가 우려되고 있다.

공적자금 동의안은 11월30일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해 놓은 상태이나 한나라당측이 "당장 시급한 액수는 5조원인 만큼 이 부분만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찬찬히 따져보고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도 공적자금 동의안과 연계해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 규모 놓고 공방 예상

이번 주간에는 내년도 예산심의를 위한 예결특위가 본격가동돼 101조원의 새해 예산안 규모를 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민주당은 "새해 예산이 국민 기초생활보장제 도입에 따른 복지지출, 금융구조조정 비용 등을 감안, 더이상 줄일 여력이 없는 최소필요액으로 편성됐다"며 원안 통과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경제사정이 급속히 악화해 국민생활이 어려워진 만큼, 내년에는 세수를 줄여야 하며 이에 따라 세출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정부제출 예산안의 10%인 10조원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이회창 총재의 무조건 등원 선언 이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 영수회담의 주내 성사는 어려울 것 같다.

당초 김대중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담 및 싱가폴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29일 이후부터 노벨평화상 수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12월8일 이전에 영수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는 "현안을 영수회담을 통해 풀기보다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조기에 영수회담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전격적인 등원선언으로 많은 점수를 딴 만큼 이를 관리하면서 당내 강경파들을 다독이는 시간을 벌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또 이 시점에서 영수회담을 해봐야 김 대통령이 내놓을 카드가 빤하다는 것도 이 총재가 조기 영수회담에 연연해 하지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권은 당초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식 참여차 출국하기 전 국내정치를 완전 정상화시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오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다음 출국 전 영수회담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2개월마다 영수회담 정례화'에 따른 시기도 12월 초순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측이 조기 영수회담에 소극적이자 여권도 "그러면 우리도 아쉬울 것 없지"라며 더 한발 빼는 형국이다.

"영수회담을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면 오히려 모양새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민주당 서영훈 대표의 말은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영수회담은 김 대통령이 노르웨이ㆍ스웨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12월 14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보인다.

여권의 당직개편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주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전격적 등원 선언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임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얻자 민주당의 차기 주자들은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당체제 개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당체제 개편목소리 높아

당 체제개편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온다. 하나는 서영훈 대표를 포함해서 기존 당직을 대폭 물갈이하고 실세 대표를 포함해 책임있게 당을 꾸려갈 체제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다.

여기에는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최고위원이나 같은 동교동계로 지난번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를 한 한화갑 최고위원을 당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교동계 대표론에 대해서는 여권이 잇단 악재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색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에 부딛히고 있으며 서영훈 대표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른 갈래는 그동안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던 동교동계가 당3역 등에 다수 포진할 경우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내의 다양한 리더십을 이끌어낼 수 없는 만큼 동교동계가 2선으로 후퇴하고 계파에 관계없이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사로 당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같은 주장은 당내 비주류 인사 사이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제로 당을 이끌어갈 만한 재목이 많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김 대통령은 정국수습 및 정권재창출의 구도까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연말연초에 당정개편 구상을 구체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11/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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