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불안한 사회

사회 어느 한구석도 안정된 곳이 없는 느낌이다. 정치권, 재계, 노동계, 농촌 할 것 없이 온통 살얼음판 아니면 불난 집 꼴이다.

어느 한 분야만 흔들린다면 다른 분야에서 지원하고 조정할 수 있겠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사회 총체적인 중심과 조정력이 상실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정현준 게이트'에 이어 불과 한달만에 또다시 터진 '진승현 게이트'는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벤처 입국'의 희망을 송두리째 허물 기세다.

신용금고를 인수해 사금고처럼 거액을 빼 쓴 진승현 MCI코리아 대표의 행각은 기가 막힌다. 유명 탤런트와 살림을 차리고 한대도 모자라 여러대의 외제승용차를 굴리며 정ㆍ관계 실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

진씨가 실제로 정ㆍ관계 실력자를 등에 업고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사실'보다 '인식'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다수 국민이 뭔가 검은 커넥션이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정치권도 원인제공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진승현 게이트'는 현대건설의 위기에서 정부 당국이 보여준 미봉적 처리방식과 맞물려 국민적 실망감을 확산시켰다.

농민들이 농가부채 탕감을 외치며 과격행동에 나선 것도 이같은 일련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농가부채 탕감에 '도덕적 해이'를 대입하는 것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해이한 기업에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농가부채는 왜 탕감해주지 못느냐"는 주장을 딱히 반박하기도 어렵다.

이른바 부조리가 조리를 압도하는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가 지배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28 19:33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