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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인 vs 인공미인] 넘치는 병원, 무리한 미인만들기

성형외과 개업, 떼돈 버는 사업에서 무한경쟁 시대로

서울 강남의 모성형외과 김모(39) 원장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초 김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그토록 꿈에 그리던 자신의 개인 병원을 열었다.

인턴ㆍ레지던트 시절 개원 5~6년 만에 빌딩까지 산 선배들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며 그간 모았던 돈에다 은행 대출까지 받아 강남 중심가에 번듯한 시설을 갖춘 개인 병원을 낸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여 가까스로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수그러지기 시작한 여름 방학 이후로는 심각할 정도로 손님이 줄어 들었다. 일주일에 수술 한건 못하고 있는 때가 허다했다. 10월부터는 건물 월세와 간호사 월급을 주기도 힘들 정도.

그런데도 최근 김 원장 병원 주위에는 기업형 대형 성형외과가 들어서려고 내부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 두군데나 된다. 몇 년전까지 만해도 '개업만 하면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 여겨졌던 성형외과도 이제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쏟아지는 전공의, 환자잡기 무리수

1980년대 중반 이후 성형외과 전공의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독자적으로 개원이 용이할 뿐더러 목이 좋은 장소를 잡아 웬만큼 인지도만 쌓으면 금새 '황금알을 낳는 병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선 성형외과는 다른 진료과목 의원에서는 하기 힘든 수백만원대의 고가 수술을 많이 한다.

또 미용 성형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를 고스란히 현금으로 챙길 수 있어 절세가 매우 용이했다. 여기에 미남, 미녀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 성형외과는 그야말로 일대 호황을 누렸다. 그래서 전공의 선발 때가 되면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바로 성형외과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형외과 전공의들이 쏟아져 나와 너도 나도 병원을 차리면서 성형외과에도 불황의 한파가 닥쳐오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배출되는 성형외과 의사는 대략 80~90명. 몇 년전까지만 해도 30명으로 제한돼 있었으나 지금은 2-3배나 된다.

또 5년전 300명 정도에 불과하던 국내 성형외과 의사가 이제는 1,000명에 달한다. 현재 성형외과 개원의 협의회에 등록된 개업의 수만도 500여명. 성형외과 집합소라고 할 만한 강남지역에는 2~3년전만 해도 60여 곳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성형전문 병원이 150개를 넘어섰다.

단적인 예로 강남구 압구정동의 로터리 한 장소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성형외과라는 간판이 붙은 곳만 무려 10개가 넘는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과잉 수술' '덤핑 수술' '환자 사고 팔기' 등의 부작용과 무리수가 만연하고 있다.

최근 이 업계에서는 "명동의 모성형외과는 쌍꺼풀 수술을 시가의 3분의 1도 안되는 30만원에 하루 15개를 한다" "모 성형외과에서는 모발 이식을 정상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200만원이면 해준다" "코 수술을 하면 쌍꺼풀은 덤으로 해준다"는 식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과잉 덤핑수술로 의료사고 빈발

나레이터 모델인 서모(24ㆍ여)양는 최근 코 수술을 잘못했다가 큰 곤혹을 치렀다.

올해 가을 사귀던 애인과 결혼할 예정이었던 서양은 애인의 한 친구로부터 '미간 사이가 밋밋한데 콧날을 높이면 더 예쁘겠다'는 얘기를 듣고 한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이 병원 원장은 서양에게 즉각 수술을 권하며 '종아리 지방제거까지 함께 하면 수술비도 30% 할인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서양은 '나레이터 모델다운 멋진 신부가 되자'는 생각에 전격적으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한 지 3주가 지나면서부터 코에서 고름이 나오고 눈 주변 부위가 마치 주먹에 얻어 맞은 사람처럼 부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약혼식 날짜는 다가오는데 얼굴의 붓기는 빠지지 않아 서양은 다른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갔다.

그 병원에서는 '책임지고 일주일 안에 원 상태로 돌려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서양은 재수술을 받았다. 그런데도 부기는 금방 빠지지 않아 결국 약혼식 날짜를 연기하고 말았다. 서양은 지금도 그 때 생각만하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또 지난 8월초에는 강남에서 알아주는 성형외과 병원인 J성형외과에서 턱 성형 수술을 받은 양모(31)씨가 수술 후유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씨의 경우 턱 관절에서 나온 피가 응고돼 기도를 막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보통 턱이나 광대뼈 절제 수술 같은 대수술은 수술 후 24시간 정도 입원 환자의 상태를 잘 보살펴야 하는데 이 병원에선 이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인명사고가 난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인화 성형외과 박인호(36) 원장은 "IMF로 주춤했던 성형외과 개업이 지난해와 올해 초 집중적으로 몰린 데다 최근 환자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병원들간의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은 뒷전이고 '외형 늘리기'나 '박리 다매식 덤핑 수술' 같은 잘못된 경영 마인드가 의료계에 만연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불황타개책 묘안 짜내기에 골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의료 비즈니스' '의료 마케팅' 같은 불황 타개책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것은 '성형과 미용을 겸한 원스톱 서비스'와 '성형외과 체인화 사업' 등이다.

'성형 미용 원스톱 서비스'란 말 그대로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한데 합친 복합 병원을 뜻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 고운세상 피부과 인데 이 병원은 서울 강남과 돈암동에 총 14명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를 고용, 성형에서 피부 관리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병원은 12월 중순 분당에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식 분원을 설립, 재료 구입과 홍보ㆍ마케팅에서 경영 분석까지 공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병원의 안건영 원장은 "이제 병원도 기존의 '나홀로'식 경영으로 도퇴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며 "의료계에도 브랜드와 전문 경영 개념을 도입해 전문화와 차별화를 부각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는 성형외과에 편법 광고와 언론 매체 쟁탈전까지 불러오고 있다. 본래 의료계의 홍보 광고는 법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는다. 의료기관의 명칭, 의사 이름, 주소, 전화, 약도 이외에는 밝힐 수 없도록 돼 있다.

전문화된 진료 영역이나 원장의 수료 기관명, 연구 실적 등을 기재하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성 잡지나, 스포츠지, 아파트 광고책, 전화번호부, 인터넷 등에는 고용된 프리랜서가 기사를 대신 써주는 칼럼식 광고나 '의사와 환자의 Q&A식' 편법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일부 개업의들은 학연이나 지연 등을 통해 홍보 효과 큰 TV나 라디오 출연을 시도하거나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려고 언론 로비를 벌인다고 한다.

'이제 조만간 성형외과 의사들은 환자를 찾아 거리로 나서야 될 것'이라는 한 현직 성형외과 개업의사의 자조적인 말이 웬지 범상치 않게 들린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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