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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는 대형 금융사고, 고객피해도 늘어나

금융감독원은 11월16일 빈발하는 금융기관의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무기한 내부통제시스템 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주식과다 투자자, 채무 과다자 등 문제 직원에 대해서는 여신이나 수신업무 등 금전관리 부서의 근무를 금지시키고 상시제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철저한 감시태세를 갖추겠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같은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주일도 채 못가 다시 대형 사고가 터졌다. 11월 19일 대구와 제주에서 신협간부들이 각각 50억원과 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

8억원을 횡령한 제주 신협의 업무부장은 감사에서 위법 사실이 적발되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극에 달해

올해 8월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이후 대형 금융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11월들어 조흥은행 광주 화정동 지점장이 무려 200억원 이상의 고객돈을 빼내 달아나고 농협 여직원이 5억원의 공과금을 빼돌리는 등 은행, 농협, 신협 등 전 금융기관이 '내부의 도둑'에게 털리는 양상이다.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정현준 사건에 이어 MCI코리아 진승현 대표가 자신 소유의 열린금고에서 37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호신용금고는 대주주의 '안방금고'로 전락한 느낌이다.

금융사고의 규모가 점차 대형화하면서 돈을 맡긴 고객의 피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1건에 불과하던 은행권 금융사고가 올해 9월까지 77건으로 건수는 대폭 줄었지만 사고규모는 295억원에서 1,502억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홈뱅킹,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거래가 확산되면서 수법이 다양화하고 지능화한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는 안전한 금융기관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금감원 자산감독국 박광철 팀장은 "은행권 구조조정이라는 불안감에다 대형금융사고까지 잇달아 '돈을 어디에 맡기면 좋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온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발생하는 금융사고는 금감원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정설. 모 시중은행 간부는 "매일매일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수천만원 단위의 사고성 결손은 자체 손실처리하는 게 관례"라고 털어놓았다.

금감원도 금융기관의 신뢰도 추락과 대규모 인출사태 등을 우려해 사고 건수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통계를 발표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고용불안,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잦은 금융사고의 원인으로는 금융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첫번째 사유로 꼽힌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라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한차례 '퇴출바람'이 분데 이어 최근 2차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금융기관 직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라며 "눈앞에 닥친 실직공포가 직원들로 하여금 돈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서두르고 은행별로 연봉제 도입을 가속화하는 등 은행원의 신분은 더욱 불안정해 지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붕괴에 따른 막대한 투자손실이 겹치면서 대형 금융사고로 연결됐다는 게 지배적 분석. 동방금고의 정현준씨의 경우, 증시활황기에 프리코스닥 벤처주식을 담보로 사업확장을 시도하다 주식가치가 하락하는 바람에 수백억원의 금고 돈에 손을 댄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조흥은행 화정동 지점장도 140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43억원의 손실을 입자 예탁금을 들고 해외로 도망친 경우다.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던 일부 금융기관은 임원을 포함한 지점차원에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사고 직전에 무마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내부소행, 통제시스템 보완 시급

잇단 금융사고가 모두 '내부도둑'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견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제적으로 1995년 베어링증권의 대형사고가 터진 이후 각 금융기관마다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에 부심해 왔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여신위원회, 여신감리팀 등을 설립하면서 감시시스템 구축에 힘써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사고가 발생한 금융기관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조흥은행 화정동 지점의 경우, 사고 한달전 이미 5,000만원의 불법대출 사실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자체 해결하려다 더 큰 사고를 당했다.

일부에서는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본점과 지점간 교차 점검체계 및 금융거래와 관련된 사안의 공시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다수 금융사고가 '집안단속'만 잘했어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기법의 다양화와 인력부족으로 시스템 작동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곤 경제부기자 kimjk@hk.co.kr

입력시간 2000/11/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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