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문화대토론회] 동북아시아문화의 지역성과 세계성-3


제4주제 : 문화산업(사회 최 민)

부제 : 동북아국가간 대중문화 개방과 상호교류

동북아 문화산업의 세계시장 구축을 위한 협력방안

<주제발표>

▦위에따이윈(樂黛云)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동서를 막론하고 문화의 다원적인 발전은 역사적 사실이다.

3국의 문화에는 오랜 기간 상호 영향과 침투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공동분모가 있다. 또 독특한 문화적 특징과 역사발전 속에서 각기 다른 독창성과 새로움이 있다. 유ㆍ불ㆍ도교의 종교문화는 한국과 일본에 전파돼 발전을 이뤘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 다시 중국으로 유입돼 영향을 미쳤다. 3국의 문화적 관계는 시종일관 화합하면서 완전 동화하진 않았다(화이부동ㆍ和而不同).

세계 문화발전사에 매우 독특한 점이다. 서양문화와의 상호인식 속에서 보완의 역할을 조화롭게 이뤄야 한다.

▦마츠바라 다카토시(松原孝俊) 일본 규슈대 교수=21세기 문화는 무한경쟁시대다. 굳게 닫혔던 문화의 빗장이 벗겨진 후 도쿄 영화관에서 한국영화 '쉬리'가 상영됐다. 110만 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또 지난 여름엔 일본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차게 앤 아스카'가 서울에서 일본어로 공연했다. 문화육성은 문화보호와 규제를 낳는다. 그러나 이젠 문화개방이 문화경쟁을 심화시킬 뿐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도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문화 획일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인터넷 등 정보 글로벌화를 통한 다양한 문화의 유입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강명구(姜明求)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불평등한 문화산업구조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폐쇄적 블록화가 아닌 지역적인 수준에서 상호교류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3국의 문화정책 자체에 대한 공동연구는 물론 문화관련 정책 입안과 집행기구의 역할 등에 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또 문화산업의 생산과 소비와 관련한 통계지표를 만드는 작업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ㆍ중ㆍ일 3국간 에 문화협력기금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 이같은 협력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배제한 공동 목표의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토론>

▦쉬신(徐新) 중국 마카오특구 정부문화국 고문=세계화가 각국의 다양성을 촉진한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부정적이다. 세계화와 다양성은 '물과 기름'과 같다. 글로벌화라는 명분으로 동양문화를 잠식할 뿐이다. 이는 지난 해 중국에서 개봉된 할리우드영화 '타이타닉'의 충격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당시 전체 중국시장의 3분의 1을 잠식했다.

▦마치다 미츠구(町田貢) 고려대 아세아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중국은 음식, 일본은 온천, 한국은 온돌이 발달돼 있다. 이같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발전시킨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위대한 머리'와 한국은 '명석한 머리', 일본은 '잔 머리'가 뛰어나다. 3국간의 정보교류 센터 설립을 건의한다.

▦오지철(吳志哲)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문화 패권주의'와 '문화산업의 무한경쟁시대'라는 단어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한ㆍ중ㆍ일 3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특히 3국의 문화산업 중흥을 위해서 상호협력이 시급한 분야는 유통과 마케팅 분야다.


5주제 '정보문화'발표와 토론 요약

주제 : 정보문화

부제 : 한자, 한글, 히라가나의 사이버상 정보 공유 가능성

21세기 동아시아인과 사이버 문화

<주제발표>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아오야마학원대 교수=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구(舊)경제'는 통화금융위기로 큰 상처를 입은 뒤 IT(정보통신)산업을 성장회복의 대안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컴퓨터는 급속히 보급됐고 통신인프라는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비됐다.

동아시아의 IT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3국은 협력해야 한다. 일본은 앞선 기술력으로 이 지역의 통신인프라 정비에 기여하고, 한국은 풍부한 예술계 인적 자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하며, 중국은 거대시장을 제공함으로써 IT산업 확대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공종열(孔宗烈) ET뉴스 사장=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문화의 특징으로는 인터넷에 대한 부모 세대의 높은 관심, 다양한 여러 법체계, 그리고 전국에 깔린 PC방을 들 수 있다.

특히 PC방은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엄청난 열기가 탄생시킨,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존재이다. 전국 1만 3,000여 개의 PC방을 통해 매일 평균 100만 명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존재하는 이 PC방을 잘 활용한다면,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앙야핑(蔣亞平) 인민일보 인터넷판 부주임=정보문화의 특징은 세계성, 디지털화, 상호교환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지리적 장애는 이미 사라졌으며(세계성), 모든 언어는 컴퓨터 식별과정에서 모두 0과 1로 변하고(디지털화), 인류는 인터넷을 통해 원시상태에 가까운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상호교환성).

인류는 이러한 '문화용광로'와 같은 환경 위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표음문자 국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표의문자를 쓰고 있는 중국에게는 '디지털 격차'를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토론>

▦모모세 다다시(百瀨格) 가마쿠라 인터내셔널 대표=탁월한 독자문화를 갖고 있는 3국이 협심한다면 컴퓨터에서 향기와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거둔 여러 수확물을 각국 정부에 알리고 제안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욱인(白旭寅) 서울산업대 인문자연학과 교수=정보문화는 급변하는 문화이자 열려 있는 문화이다. 또한 기존의 지연과 혈연으로 맺어진 수직적 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항ㆍ대안 문화이기도 하다. 문화 전반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김관명기자 kimkwmy@

입력시간 2000/11/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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