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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돈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

정가에 또 '검은 돈' 유입설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번에는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씨 발(發)이다. 검찰은 진씨가 금융비리를 은폐ㆍ축소하기 위해 정ㆍ관계에 거액의 돈을 뿌린 혐의를 잡고 계좌추적 등 진씨 주변인사들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진씨가 지난 4월 16대 총선 당시 여야 정치인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대형 금융비리사건에서 정치인 연루설이 파다했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 검찰에 대한 국민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이번에는 정치인 관련 부분에 대해서 고강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신경쓰이네"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치인 관련사실이 밝혀지면 여의도 정가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은 뻔하다. 여야는 서로 "우린 아니야"라며 상대편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자체조사를 하는 등 적지않게 신경이 쓰이는 눈치들이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민주당의 중진 K의원, 초선 J의원, 한나라당의 중진 C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나 당사자들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도 "진씨 사건에 대한 수사는 9월부터 시작돼 이미 전모가 대부분 드러났지만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씨 사건도 정현준ㆍ이경자씨 사건처럼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진씨가 정치권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는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4ㆍ13총선 기간에 '보험금'조로 지연ㆍ학연 등의 인연이 있거나 사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치인들에게 상당액의 후원금을 건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권의 국정쇄신책이 어떤 방향을 잡아가느냐도 이번 주 정가의 주요 관심사다.

김대중 대통령은 12월1일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만찬을 겸한 회의를 갖고 시중의 민심실태와 당정개편을 포함한 국정쇄신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민심의 악화를 포함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100% 다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4일에는 민주당 특보단으로부터 의견을 들었으며 당분간 여러 통로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노벨상 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한 노르웨이ㆍ스웨덴 방문(12월8~14일)이 끝나는 이달 중순 이후 당직과 청와대 진용 개편 등을 포함한 쇄신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로는 서영훈 대표는 유임 쪽에 무게가 실려 있고 당 4역은 대폭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수석 일부도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국정쇄신책에 개각이 포함될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4대 개혁의 시한인 내년 2월까지는 현 내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정치인 입각과 범 야권의 인재 발탁 의견이 적지 않아 일부 개각이 이뤄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세력 구축' 현실성에 의문제기

여권의 민심대책과 관련해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중인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다수세력 구축론"에 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것이 정계개편 시도 등 정국구도를 크게 뒤흔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의원 빼내기 등은 현재의 여권 능력으로는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권이 정계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한나라당 또는 한나라당 내부 진보세력들과의 정책연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데 이것도 차기대권 게임이 이미 시작된 마당이어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시기를 둘러싼 여야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원래 여야 합의대로 정기국회 폐회일인 12월9일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 통과가 늦어지면 그만큼 SOC투자 일정에 차질이 생겨 경제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근거를 내세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충분한 예산안 심의를 위해서 9일까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수뇌부 탄핵안 표결 무산, 공적자금 처리 지연 등으로 국회공전이 장기화해 예산을 심의할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임시국회 소집 명분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정국주도권을 계속장악, 여권의 정국수습책 마련 일정을 흔들고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자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를 열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버티면 민주당으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결국 예산안처리는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12/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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