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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세대교체… 젊은, 리더십에 낙점

40대 제프리 이멜트, 잭 웰치 이어 9대 총수에 올라

11월 27일 뉴욕의 NBC기자회견장.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단단해 보이는 얼굴의 40대 젊은이를 동반하고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감청색 양복 상의에 노타이의 푸른색 와이셔츠, 카키색 바지 차림이었다.

바로 포천지가 '20세기 최고의 경영인'으로 선정한 웰치 회장이 후계자로 제프리 이멜트 GE 메디컬 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멜트는 이날부터 매출액 1,116억달러, 종업원 34만명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사장직을 맡게 됐으며, 웰치 회장이 은퇴하는 내년 말부터 회장직에 취임할 예정이다.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GE의 9대 총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GE 미래 이끌 황금같은 젊은 경영자

월가는 이멜트가 웰치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 3명중 한 명으로 인정해왔지만, 가장 어린 사람이 발탁된 것에 놀란 모습이었다. 이멜트의 올해 나이는 44세.

따라서 거대 기업 GE를 이끌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우려가 곧 제기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제임스 맥너니 항공엔진 사장과 로버트 나르델리 파워시스템스 사장이 각각 51세와 52세인 것을 감안한 평가다.

하지만 GE는 이에 대해 즉각 "기우"라고 일축했다. 웰치 회장이 1981년 45세의 나이로 사령탑에 올랐을 때도 그같은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업적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반박 논리였다.

웰치 회장은 취임 당시 시장가치로 130억달러에 불과했던 굴뚝형 제조업체인 GE를 적기의 기업인수와 과감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20년 만에 금융ㆍ가전ㆍ방송ㆍ항공분야 등에서 12개 자회사를 거느린 시가총액 5,00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주가는 무려 40배가 뛰었다.

에드워드 존스의 분석가인 빌 피앨라는 오히려 "이멜트가 다른 두 후보를 제치고 후계자에 선택된 것은 나이의 덕을 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웰치 회장은 자신처럼 향후 20여년동안 일관된 경영전략으로 GE를 이끌기에는 젊은 이멜트가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면 이멜트는 어떤 능력을 지녔기에 '재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웰치 회장의 후계자로 지명됐을까. 웰치 회장이 무려 4년간의 후계자 검토작업 끝에 그를 선택한 만큼 그의 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더 한 것은 당연하다.

웰치 회장은 1995년 심장수술을 받은 뒤 후계자 선정을 결심했다. 그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회사 사정에 정통하고, 리더십이 강하며, 무엇보다 회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찾으라"고 지시한 뒤 다음해부터 본격적인 물색에 들어갔다.

5명의 이사로 구성된 GE경영개발위원회는 미국 전역과 해외지사를 돌며 수십명의 후보를 고른 뒤 올해 6월에 3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웰치 회장은 이들에 대해 "GE를 이끌고 있는 황금 같은 최고 경영자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황금중의 황금'으로 꼽힌 이멜트는 1956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출생했다. 명문 다트머스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대학시절 미식축구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운동에도 열심이었다.

이멜트는 1982년 GE플라스틱스에 입사한 뒤 18년동안 한 눈을 팔지 않은 'GE맨'이다. 마케팅 부서에 처음 근무한 그는 1년후 미국내 영업 총괄팀장으로, 입사 7년만에 고객서비스ㆍ해외마케팅 부문 부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97년에 GE메디컬 시스템스 CEO에 발탁된 그는 13억달러의 인수ㆍ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면서 연간매출을 2배 가까운 7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월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의 아버지 조셉 이멜트도 GE의 항공엔지니어링 부문에서 38년간 근무한, 보기드문 부자(父子) GE맨이다.


카리스마·추진력 등 웰치 회장과 비슷한 인물

이멜트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고, 뛰어난 설득력을 지녔다고 주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그레디 스위스퍼스트 보스톤의 분석가인 마이클 리건은 "카리스마가 강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웰치 회장에 가장 접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멜트의 앞날은 그리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그의 성공여부는 웰치 회장의 탁월한 기업경영전략에 자신의 창의적인 경영방식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달려있는데 주변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웰치가 GE를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 사상 최장기의 경기호황과 이에 따른 증시 활성의 덕을 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세계 경제도 침체기로 들어가는 모습이어서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멜트의 1차 관문은 웰치 회장이 주도했던 460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인수 작업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관계당국 및 가전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어 그의 해결능력이 자연스레 평가될 것이라고 월가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멜트는 후계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나는 GE를 대기업으로 보지 않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GE가 강력한 성장을 지속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떠돌고 있는 NBC방송 매각설을 부인한 것외에는 경영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등 말을 아꼈다.

아직도 웰치 회장으로부터 직접 1년동안 총수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 입장'이라는 신분과 총체적인 기업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그의 독특한 경영전략을 피력하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웰치 회장의 뛰어난 능력이 후계자 선정에도 그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제부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입력시간 2000/12/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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