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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지퍼 게이트’

천수이비엔, 총통부 여직원과 정사설

대만 총통부발(發) 섹스 스캔들로 대만 조야가 시끄럽다. 대만 언론이 '대만판 르윈스키 스캔들'로 부르고 있는 이 사건의 남녀 주인공은 천수이비엔(陳水扁) 총통과 총통부 여직원 샤오메이친(蕭美琴).

여야 정치싸움으로 비화한 이 스캔들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양 사이의 백악관 '지퍼 게이트'를 쏙 빼닮았다.

陳 총통의 성추문이 공개리에 부각된 것은 11월14일 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에 의해서.

국민당 소속 리우정홍(劉政鴻) 의원은 현직 여성 언론인인 저우위코우가 쓴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총통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문제의 책은 '당비- 재관건적연대리'(唐飛-在關鍵的年代里)로서 탕페이(唐飛) 전 행정원장이 재임시 겪었던 주요 사항을 구술한 것이다.

이 책에는 '대만 지도자와 주변 여성직원의 남녀관계가 복잡하다', '대만 지도자가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에 포위돼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걸스카우트는 행정경험 없는 총통부의 젊은 직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陳 총통을 비롯한 특정인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陳 총통의 집안사정과 주변 인물이 자연스레 연상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집안사정이란 다름아닌 陳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하반신 불구의 장애인이라는 사실. 우수전 여사는 1985년 11월18일 승용차를 타고가다 트럭에 추돌당해 지금까지 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다.

부인의 이러한 상황이 올해 51세인 陳 총통의 나이와 결부돼 총통의 외도에 대한 심증을 강화시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야당서 성추문 공개, 언론은 증폭 보도

국민당 리우정홍 입법위원의 공개 발언에 뒤이어 대만 언론은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陳 총통과 우수전 여사가 지난 10월 말 여자문제로 대판 싸웠다는 루머까지 보도되면서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언론이 陳 총통의 내연 여인으로 샤오메이친을 직접 거명하며 보도한 총통부부 불화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陳 총통은 10월19일 밤 야당인 친민당 주석 쑹추위(宋楚瑜)와 회담한 직후 총통부로 돌아와 샤오메이친과 단둘이 지냈다. 부인 우수전 여사가 이 사실을 알고 즉시 전화를 걸어 남편과 한 차례 크게 다퉜다.

우수전 여사는 남편에게 "샤오메이친을 교체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내가)함께 망하는 것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로 인해 陳 총통의 딸이 심야에 가출까지 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야권은 일치단결해 陳 총통의 도덕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야권은 陳 총통이 10월19일 샤오메이친과 같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총통부 폐쇄회로 카메라의 녹화테이프를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통부 폐쇄회로 카메라는 과거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만년에 그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기 위해 국가안전부가 총통부 내부 곳곳에 설치한 것.

이 카메라는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절에도 그대로 유지돼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메라에 잡힌 내용은 총통부 1층 모니터실에서 체크되며 녹화테이프는 국가안전부로 옮겨져 보관된다.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든 것은 총통부에서의 은밀한 일을 외부유출한 장본인으로 뤼시우리엔(呂秀蓮) 부총통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 10월19일 총통부에서의 일을 처음 보도한 주간 '신신문'(新新聞)의 기자는 呂 부총통이 직접 전화로 알려주었다고 출처를 밝혔다.

이에 대해 呂 부총통은 "누군가 총통과 나를 음해하기 위해 목소리를 흉내냈을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일각에서도 지금까지 呂 부총통과 언론간의 불편했던 관계를 감안하면 呂 부총통이 전화를 걸어 알려주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만독립을 비롯한 민감한 사항에 대해 좌충우돌식 발언을 해 온 呂 부총통의 행적으로 보아 발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 역시 강하다. 呂 부총통은 신신문과 해당 기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상태.


陳 총통·부인 "정치음모다" 결백주장

야당의 공격과 언론보도에 대해 陳 총통은 대노했다. 총통부 비서장(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자청, "스캔들은 야당의 정치음모"라고 주장했다.

陳 총통은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부인이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함을 주장했다. 총통 부인은 이 자리에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남편은 과거 변호사 시절에도 외도의 기회가 많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남편을 옹호했다.

陳 총통은 과거 타이베이(臺北) 시장 재직시절과 총통후보 시절에도 외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주로 국민당을 비롯한 반대당 입법위원이 제기한 이들 의혹은 확증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또다른 당사자인 샤오메이친은 여전히 총통부로 출근하고 있다. 그녀는 언론보도와 야권의 공격에 분노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대응은 않고 있다.

올해 29세인 샤오메이친은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1971년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버지는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만 타이난(臺南) 신학원 원장을 거쳐 현재 미국에서 목사로 있다.

주변에서 샤오메이친은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뛰어난 영어실력 덕분에 呂 부총통에 의해 발탁돼 민진당에 입당했으며 陳 총통 집권 후 총통부 고문(국제문제 주임)으로 일해왔다.

총통부 내에서 샤오메이친은 매우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총통부 경호원들의 짝사랑 대상이었다. 주변 인물들은 샤오메이친이 매우 건실한 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 정확히 퇴근해 집이나 헬스클럽으로 직행하는 것이 그녀의 습관. 5년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며 현재 애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통부의 한 직원은 "문제의 10월19일 당일 샤오메이친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6시에 퇴근했다"며 스캔들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탄핵상황과 맞물려 정치적 위기

총통부 스캔들은 陳 총통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올 5월20일 취임 후 陳 총통은 정치력 부재와 경제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陳 총통과 민진당은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장기집권을 종식하며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정경험과 인재부족, 입법원 전체 의석의 30%에 불과한 소수정권으로 인한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陳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초 80% 이상에서 현재 40% 이하로 추락했다. 1만을 넘어섰던 자취엔(加權) 주가지수는 5,000선으로 떨어지는 등 금융위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민당 등 야권이 실정의 책임을 물어 陳 총통에 대한 탄핵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번 스캔들은 정치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홍콩의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근호에서 대만 정국을 이렇게 우려했다. "대만인은 정치혼란을 종식시키고 다시 경제건설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만은 반세기 동안의 성취를 4년만에 끝장내는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2/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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