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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파문 딛고 재기 날갯짓

"일방적 피해 없어야" 동정여론

'관세음보살'(觀世淫步殺). 섹스비디오 유출 파문으로 "여자로서 수치스럽고 죽고 싶을 때가 여러 번이었다"고 고백했던 가수 백지영(23)씨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이 가졌던 생각이다. 즉, '엿보기 심리가 한 사람의 인격을 철저히 파괴하는데 이르렀다'는 뜻의 신조어.

소위 'B양의 비디오'가 있다는 것이 입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미국에 주소를 둔 'bomb69.com'이라는 사이트에서 40분짜리 풀버전을 20달러에 판매하다 사이트를 폐쇄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은 그저 '제2의 O양 비디오 사건'으로 가볍게 흘려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결코 숨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상대 남성이라는 김시원(38)씨가 모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비디오는 실제상황"이라며 커밍아웃을 하고, 백씨가 기자회견과 함께 수사를 의뢰하면서 남녀 주인공간의 "몰카다", "아니다"는 공방은 학교, 직장, 사이버 공간에서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졌고, 동정론과 자숙론의 격렬한 다툼은 2주일 가까이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암호를 풀어 유포시킨 슈퍼컴퓨터급 해커 탄생의 신화(?),매니저와 여성 연예인의 관계에 대한 이어지는 소문, 그리고 백씨를 향해 뻗치고 있는 상업적 손길 등 이 사건은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쏟아내며 일반 사건으로는 드물게 서울지검의 2개반이 수사에 동원되는 진기록까지 만들어냈다.


"몰카다" "합의했다" 공방

가장 큰 논란거리는 몰카 여부. 이에 대한 두 주인공의 주장이 서로 판이해 검찰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1월29일은 비디오가 유포된뒤 괌으로 도피했던 백씨와, 23일 커밍아웃 이후 잠적했던 김씨가 침묵을 깨고 격렬히 맞선 날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시종 눈물을 흘렸다.

비디오의 진위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셈. 하지만 백씨는 "김씨가 비디오에 대한 감을 익혀야 한다고 말해 인터뷰 형식으로 찍은 것일 뿐 (섹스부분은)촬영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 익산에 몸을 숨겼던 김씨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찍을 당시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다 알았다. 함께 그 비디오를 보면서 웃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

그는 "관리소홀은 인정하지만 누출은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씨는 "몰카가 아니라면 은퇴도 불사하겠다"며 다시한번 배수진을 쳤고 변호사 최정환(39)씨 역시 "물증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공은 검찰에 넘어가 있는 상태. 서울 강남의 친구집에 머물고 있는 백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지검에 김씨와 함께 최초 유포자로 의심되는 P씨를 명예훼손 및 음화배포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강력부와 컴퓨터범죄수사부 등 2개 부서를 동원했고 12월1일 취재진을 따돌려가며 극비리에 백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벌였다.

검찰관계자는 "지난해 O양 비디오 사건으로 온 국민이 섹스신드롬에 빠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공공연한 비밀이던 매니저와 여자 연예인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의 빙산의 일각입니다. 어떻게든 연예인이 되겠다는 여성이 많고, 실력이 아니라 자본과 기획이 인기의 수단이 된 요즘 매니저의 힘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연예계 사정에 밝은 한 방송사 라디오 PD는 "매니저나 연예인 지망생 모두 자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의 더 큰 본질은 점점 노골화하는 성의 상품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적 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

섹시스타 백씨를 둘러싼 돈벌이 경쟁은 음란사이트 개설자 뿐만 아니라 '양지'(陽地)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음란사이트 'bomb69.com'가 백씨 비디오를 공개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상업적 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단순유출이었던 O양 비디오, 합성사진이나 닮은꼴 동영상(이들은 조금만 봐도 대부분 거짓임을 알 수 있다)과는 달리 암호화된 잠금장치까지 설치한 이번 경우는 돈벌이를 위해 유출과 암호처리, 사이트개설까지 치밀히 계획됐고 20여만건의 접속으로 운영자들이 수십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사이트 개설자 P씨의 검거를 위해 국제공조수사까지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P씨 뿐일까.

11월29일 기자회견은 독점 생방송권을 가진 아이스타측에서 YTN과 SBS 두 방송사의 출입을 막으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었다. SBS는 김씨와의 인터뷰를 이유로 거절했지만 YTN은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려다 출입이 거부당했다.

동영상을 생중계하려던 각 인터넷 방송의 취재진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이날 아이스타 사이트는 생방송 한시간 전부터 접속이 폭주했고, 다음날 회원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효과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

뿐만 아니다. 아이스타는 또 앞으로 백씨가 칩거할 경우 1년간 백씨의 생활을 알릴 독점중계권으로 20여억원의 '러브콜'을 했다.

이밖에 Y, W, I 등 인터넷방송사도 백씨의 출연을 정식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대부분 백지영의 근황과 음악활동을 단독으로 보도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방송사에서는 백지영이 출연하는 토크프로 방영계획을 세우고 있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이에 질세라 일요일 저녁 인기 오락프로와 연말특집에 백씨를 출연시킬 계획을 추진중이다. 불과 1년전 O양 비디오 사건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양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솔직히 시청율 때문에 백씨 출연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누가 옳고 그른지, 백씨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각 방송사 백씨 출연 계획 추진

백씨의 부활은 가능할까. 백씨는 기자회견에서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치는 관객이 있다면 그를 위해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가수활동 재개의 의지를 "주저앉지 않겠다"는 말로 분명히 했다.

12월24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 콘서트는 동료가수의 열띤 성원(K, P그룹 등 동참을 약속하는 가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속에 섹시한 그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살릴 예정.

백씨의 변호사인 최정환씨는 3일 "여성단체에서 여성 연예인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백씨 돕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동정적인 여론을 업고 '피해자'에서 '여성인권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백씨가 그를 필요로 하는 상업방송의 손짓 속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재기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안준현 사회부 기자 dejavu@hk.co.kr

입력시간 2000/12/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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