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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망신" 망원렌즈에 떠는 국회의들

국회의원들 은밀한 메모, 카메라에 잡혀 곤혹

국회에 '몰래 카메라' 비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최근 여야 고위층의 메모 쪽지가 신문사 국회 출입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혀 잇달아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예결위원회에서의 쪽지 내용 공개로 여야가 첨예하기 대립, 새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파행까지 몰고오면서 국회 '몰래 카메라'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장재식 국회 예결위위원장은 12월1일 질의 개시에 앞서 '오늘 김용갑이 어떤 미친 발언을 할 지 모르는데, 전날에는 우리가 (김용갑 의원이 '김대중 정부는 김정일을 위한 정부다.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다'라고 한 발언을)얼떨결에 넘겼지만 오늘 발언 도중에 그런 말이 나오면 즉시 강력히 항변하고 박살내주시기 바랍니다. - 회의가 중단되더라도'라고 쓴 쪽지를 김경재 의원에게 건넸다.

그런데 이 문제의 메모지가 조선일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찍혀 곧바로 이날 오후 이 신문 가판에 실리면서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더구나 장 위원장의 쪽지를 전달받은 당사자인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이와 관련, 예결위 정책 질의에서 "기자가 이렇게 마음대로 찍어도 되느냐. 기자가 이 사진을 찍어 어떤 이익을 봤는지 모르지만 서양에서 말하는 '피핑 톰'(Peeping Tomㆍ엿보기를 좋아하는 호색가), 파파라치와 같은 행위가 아니냐"는 극언을 퍼부어 국회 사진기자단과 한차례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사진기자들 고위층 메모찍기 경쟁

사실 신문사나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의 국회의원 모습 찍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다.

국회 질의 응답 중 졸거나 하품하는 모습, 여야간의 심한 몸싸움, 결정을 앞두고 심각히 고민하는 모습, 신발을 벗는 등의 복장 불량 상태 등은 흔한 단골 메뉴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국회 출입 신문사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서 고위층의 메모지 내용 찍기 경쟁이 가열되면서 정치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4ㆍ13총선 선거구제 획정 때 자민련 명예총재 JP가 본회의장에서 '선거구제는 민주당안인 소선거구제로, 선거구 인구 상ㆍ하한선은 한나라안 대로'라는 메모가 동아일보의 카메라에 찍혔다. 그리고 그 내용은 실제로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당시만 해도 사전에 선거구제에 대한 3당의 교통정리가 돼 있던 상태여서 이 사진은 그리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다 7월초 정치권을 한차례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일보의 사진기자가 국회 예결위 회의장 의원총회에서 연설을 하던 서영훈 대표가 정보보고 쪽지를 받아보고 갑자기 안색이 변하는 것을 이상히 여겨 뒤에서 문서를 찍어 신문에 게재한 것이다.

이 문서에는 '이인제 고문 등 민주당 의원 6명이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7월31일~8월3일ㆍ필라델피아) 참관을 추진하며 외교부 당직자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인제 고문 측근이 외교부 북미국장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장관이나 국장에게 문제가 생긴다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 대목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이로 인해 이인제 고문측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여야 정치공방이 뜨겁게 벌어졌다.

이때부터 각 신문사 사진기자들간에 '메모 찍기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11월14일 JP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는 이한동 총리 앞으로 '만사는 시간이 해결합니다.

아니꼬와도 참고 소신껏 대처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총리 뒤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From JP'라고 쓴 네 줄짜리 격려 쪽지가 신문사 카메라에 잡혔다.

또 3일 뒤인 17일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자민련 지도부의 표결 동향을 쪽지로 전달받는 장면이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돼 전략이 노출되기도 했다.


고성능 망원렌즈 이용 일거수 일투족 포착

사실 국회에서 메모 쪽지는 각당 고위층이 자당 의원들에게 전술ㆍ전략을 지시하거나 긴급 정보 보고를 받을 때 은밀히 사용되는 의사전달 수단이다.

그런데 이것이 망원렌즈의 도입과 함께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서울 중앙지의 경우 국회에 보통 3명 정도의 사진기자를 파견한다. 사진기자들은 거리에 따라 300~600㎜의 줌기능을 지닌 망원 렌즈가 장착된 일본제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한다.

주로 니콘이나 캐논이 대부분인데 대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세계에서 단 4대 밖에 없다는 1,700㎜ 초고성능 카메라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신문사는 이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찰병원에 입원 중 커튼 사이로 잠시 얼굴을 내민 장면을 수십m 떨어진 곳에서 원거리 촬영해 보도한 바 있다.

사진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렌즈면 20m 떨어진 곳에서도 펜으로 쓴 메모지의 내용을 낱낱이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찍은 사진을 곧바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까지 등장해 '몰카'가 더욱 용이해지고 있다.

사진기자의 '몰카 사건'이 늘어난 데는 국회 좌석 배치 영향도 있다. 본회의장의 경우 사진기자석은 의원석 보다 3~4m 가량 높은 뒷편에 위치해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쪽지가 오가는 각당 총재나 원내총무의 좌석은 맨 뒷자리에 있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기 쉽다.

각 상임위의 경우에는 실내가 좁고 의원들과 기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 메모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쉽다.


은밀한 정치행태가 정치 '몰카'잉태

물론 사진기자의 '몰카'식 사진 찍기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생리적 현상을 마치 전부인 양 찍어 보도함으로써 개인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회의장에서 조는 장면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돼 차기 공천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론은 '의원 사생활 보호'보다는 '언론의 보도 기능'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이끄는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가감 없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할, 국정 그 자체라는 인식이다.

더구나 의원은 의사당 내에서 면책특권이라는 그들만의 보호막을 치고 있어 이에 대한 감시ㆍ감독의 역할 측면에서도 필연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높다. 서구 의회 선진국에서도 언론의 이런 기능은 철저히 보장해 주고 있다.

아직도 쪽지를 통해 은밀히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안타까운 정치 현실. 그런 우리 정치의 한계가 자연스레 '몰카'를 잉태했다고 봐도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2/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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