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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보다 골프채가 익숙해요"

2년전 박세리(23ㆍ아스트라)의 US오픈 우승으로 불이 붙은 주니어골프 열풍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프입문의 나이가 뚜렷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양적 팽창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늘었다.

11월초 대한골프협회(KGA)가 집계한 초ㆍ중ㆍ고교 골퍼는 모두 2,101명이다. 1998년의 1,709명, 지난해의 1,949명과 비교해 꾸준히 늘고있는데 특히 초등학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100명이 못됐던 초등학생 골퍼가 올해는 249명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주니어골프 용품업체나 골프 전문가들은 미등록된 선수를 합칠 경우 대략 주니어골퍼 인구는 3,500명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한다.


주니어골퍼 3,500명 상회, 대회도 늘어

고등학생 이하 주니어골퍼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도 크게 늘어 시ㆍ도협회에서 따로 주관하는 것을 빼고도 15개를 넘어섰다.

이제 대회 때마다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에 열중하는 주니어골퍼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한살 때 크리마스마스 선물로 골프채를 받고 세살 때부터 내기골프를 즐겼다는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24ㆍ미국), 8세 때 '백상어' 그렉 노먼의 멋진 스윙에 반해 연습을 자청한 캐리 웹(26ㆍ호주)의 골프입문 케이스를 우리 부모들이 놓칠 리 없다.

흔히들 지금 해외무대에서 활동중인 '코리아 3인방' 박세리, 김미현(23ㆍ한별ⓝ016), 박지은(21) 등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바짓바람'을 많이 꼽고 있다.

골프광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자녀들이 골프에 입문했고 이 때부터 지독한 훈련을 시킨 결과 스타골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주니어골프 붐은 평범한 중산층 자녀까지 정상급 골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고 있다.

평일 오후1시30분.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R스포츠센터 5층에는 세종초등학교 골프부 학생 7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골프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종초등학교는 2년 전 전국 최초로 꿈나무 골퍼 육성을 학교교육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골프부를 만들었다.

중ㆍ고교 골프부는 130군데를 넘었지만 초등학교 골프부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동안 초등학생은 주니어골프 아카데미나 개인프로를 두고 연습장을 찾아다녔는데 이럴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학교공부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모의 고민이 많았다.

세종초등학교 골프부원은 학교공부를 빠뜨리지 않고 방과 후 2시간 가까이 이곳에 모여 연습을 한다. 또 한달에 한두번 필드로 나가서 경기감각을 익히는 일도 잊지않는다.

대한골프협회 선수 강화위원으로 있는 조수연 지도선생님은 "학교교육의 틀 안에서도 성공적인 골프교육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나자 최근에는 서울이나 분당, 일산 신도시의 초등학교에서 골프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 10여 군데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김성제(9)군을 세종초등학교 골프부에 2년째 맡겨놓은 정영옥(43ㆍ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씨는 "골프에 대한 흥미만큼 학교공부도 열성적이다.

원래 성미가 좀 급해 걱정이 많이 했는데 골프를 접한 이후로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듣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씨가 아들의 골프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한달에 50여만원 내외. 2주일에 한번 필드로 나갈 경우 4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가지만 골프아카데미보다는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또 학교성적도 나아져 이중효과를 봤다고 자랑했다.


"선수생명 긴 것이 무엇보다 매력"

중국인 자오즈민과의 '핑퐁러브'에 성공,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탁구선수 출신 안재형(35)씨의 외아들 안병훈(9)도 예비골퍼다.

실제로 보기플레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안씨는 아들에게 골프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묻자 "내가 비록 탁구선수 출신이지만 탁구는 30세가 지나면 선수생활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골프가 어떤 종목보다도 선수생명이 길다는 것이 이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 생중계가 있으면 새벽에도 일어나서 브라운관 앞에 앉아 있는 병훈군은 "우즈와 어니 엘스를 존경한다"면서 "골프장에 가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골프의 교육적 장점이 알려지면서 유치원 교육과정에도 유행처럼 포함되고 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에 있는 삼호유치원.

이곳은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5-7세의 유치원생 230명에게 일주일에 2번씩 5시간 가까이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건물 옥상 50여평이 넘는 곳에 1,000만원을 들여 인조잔디를 깔아 퍼팅과 스윙 연습장을 갖췄고 전문강사를 초빙, 골프를 가르친다.

원생의 부모들은 90% 이상이 골프를 쳐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중산층. 하지만 따로 골프 강습비를 들이지않고 월 11만원의 유치원 교육비만 내면 자녀들이 골프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장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골프가 어떤 운동보다 보편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명훈 원장은 "골프를 배우기 위해 다른 유치원에서 옮겨오려는 부모도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에 이어 골프 유치원도 등장

골프 조기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천ㆍ중동 신도시의 민영유치원,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럭키유치원 등을 비롯,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슷한 '골프 유치원'이 10여군데 생기고 있다.

전북 남원시 동충동에 위치한 집현전 어린이집은 최근 200여평이 넘는 골프 연습장을 완공하고 내년부터 교육에 들어갈 준비를 끝냈다.

김현철 원장은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다 골프를 생각해냈다"며 "컴퓨터나 비디오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에게 특히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도입배경을 밝혔다.

김 원장은 또 "시내에 있는 골프 연습장 2곳에서 우리 유치원 중 유망주가 나타날 경우 무료로 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주)클럽아이 김형진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리틀 골프스쿨'은 새로운 형태의 주니어골퍼 육성기관이다.

미국에 있는 '레드베터 키즈골프'를 벤치마킹한 이 스쿨은 지난 9월 초 경기 일산 신도시 후곡마을에 12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남녀비율도 1대1로 똑같고 3살짜리 3명, 4살짜리 1명도 40여명 사이에서 열심히 골프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이곳의 장점은 클럽을 무료로 대여, 한달에 300만원 가까이 드는 비용의 20분의1도 안되는 수준(12만7,000원)으로 골프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나 악기 등 다른 특기교육과 비용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김 대표는 "소규모 유치원이나 학교에 실내 골프장 신설도 관여하는데 최근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적게는 600만원에서 1,000만원만 들이면 퍼팅을 할 수 있는 미니골프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사치스포츠' 인식으로 제도적 어려움 많아

골프유학이나 전지훈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5년 전부터 골프유학을 알선하고 있는 IAE유학네트 김옥중 대표는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 등으로 골프유학을 떠나는 학생수가 경기침체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20%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그는 "초등학생은 유학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프로와 함께 겨울방학 동안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태국이나 호주 등에서 150만원 정도로 일주일 넘게 마음껏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한국 주니어골퍼 유치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를 '사치 스포츠'로 여기는 통념 때문에 제도상의 장애물은 여전히 높다.

주니어대회에서 상위 30% 안에 입상한 중ㆍ고등학생에게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해주면서 정작 초등학생은 어른요금을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반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많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박영민 교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나 대학진학 만을 위해 골프에 매달리는 부모가 아직 많다"며 "학교공부를 외면한 채 너무 골프만 강요할 경우 자칫 '과소비 룸펜'만 늘어날 수 있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정원수 체육부 기자 nobleliar@hk.co.kr

입력시간 2000/12/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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