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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농가부채특별조치법이 뭐길래...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근처에 이르자 간간히 중앙분리대와 노변에 누런 벼가 흩어져 있었다.

지난 11월21일 이후 있은 1, 2차 농민시위 때 농민들이 내다버린 것이다. 자식 같은 농산물을 버리면서까지 시위한 이유가 무엇일까. 농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남 진주시와 전북 김제시를 찾았다.

'집단이기주의의 바람 속에서 농민도 제몫을 찾아보자는 것이겠거니' 했던 당초의 생각은 농민들을 만나면서 싹 가셨다. 빚더미에 올라앉아 시위에 나섰던 농민들은 농촌의 중추인 30~40대이자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었다.

농민들은 대책없이 농업현대화를 밀어붙인 정부를 빚대 "반풍수(半風水)가 집안을 망쳤다"고 말했다. 반풍수의 말을 들은 자신들도 원망했다.

도농간 괴리가 남북한간 괴리에 못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농민들은 마침내 자각하고 뭉치고 있었다.

농민들은 농산물 저가정책이 농촌을 희생시켜 도시와 대기업을 살리는데 있다고 믿고 있었다. 부채로 인한 농민의 자살과 가정파탄, 야반도주의 원인을 정부의 '농촌착취 정책'에 두고 있었다. 외국농산물을 사먹는 도시민에 대한 반감도 높았다.

농민들은 "빨치산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1차 시위 당시 경찰은 차창을 부셔 농민을 끌어내고는 부상한 사람을 한밤중에 50km 밖 도로변에 내버린 채 가버렸다고 한다. 과잉진압 사실은 못본 체 하고 고속도로 시위만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미워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이제 서로를 '동지'라 부르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국회의 농가부채특별조치법이 자신들의 주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일어나기는 주저했다. 농촌과 농업을 지키겠다는 자신들의 의지가 도시민에 의해 집단이기주의로 오해받을까 걱정되어서다. 이번 취재만큼 착잡하고 의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2/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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