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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상처뿐인 영광] 동강 난 미국 봉합이 급선무

반쪽 대통령 이미지 벗는게 최대 과제

드디어 끝났다. 한달여를 끌어온 지루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공방전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확인하고 막을 내렸다.

분루를 삼킨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패배를 선언하고, 부시 후보는 제43대 대통령 당선자의 자격으로 국민에게 화해와 단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의 환한 얼굴 뒤에는 그늘이 숨어 있다. 한달여에 걸친 피말리는 법정싸움에서 간신히 따낸 '상처뿐인 영광'이기 때문이다.

부시 당선자는 실제로 대선 승리에 취해 있기에는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정권인수에 필요한 시간도 촉박하고, 대권싸움에서 둘로 갈라진 민주ㆍ공화 양당간의 골을 치유하기도 쉽지 않다. 부시 스스로는 '반쪽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정통성에 상처를 입었다.


흔들리는 리더십, 의회운영에도 역부족

그래서 부시 당선자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미국의 슈퍼파워는 여전한데 미국을 4년간 이끌고 나갈 대통령은 가장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시 당선자의 리더십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유는 부시 당선자가 안고 있는 태생적 약점 때문이다. 그는 전체득표에서 상대인 고어 후보에 33만여표 뒤진 '소수파 대통령'이고 이전투구형 법정공방을 통해 씻지 못할 흠결을 남겼다. 그를 대통령으로 확정한 연방 대법원마저 5대4로 분열, 대통령의 정당성에서도 취약하다.

그런 만큼 부시 당선자의 최대 과제는 '반쪽 대통령'이란 꼬리를 떼고, 법정공방 과정에서 노출된 국론 분열을 추스리는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정치내란', '두 동강난 나라'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던 만큼 그의 과제는 막중하다.

주변 여건도 부시 당선자 편은 아니다.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는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됐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이 220대211, 상원의 경우 50대50으로 갈라졌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상원의장으로 캐스팅 보트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효과적인 의회운영에는 역부족이다.

스미스 대학의 도널드 로빈슨 교수는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부시는 여러 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며 "정책 추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의 정치 해설가 빌 슈나이더는 "부시는 대통령 취임 후 허니문 마저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국론분열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미국을 'United States'(합중국)가 아니라 'Disunited States'(분열된 국가)라고 조롱할 정도였고, 플로리다주 재개표를 둘러싼 양당간 싸움은 사법부의 권위까지 실추시키고 말았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선거 관련 판결 때마다 고어의 손을, 공화당쪽이 우세한 연방대법원은 부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고어가 패배연설에서 부시 당선자의 정국화합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아직도 완전히 승복하지 않고 있다.


경기둔화등 곳곳에 도사린 복병

이런 상황에서는 부시 당선자가 '지고도 이긴 대통령' 혹은 '승리를 빼앗아간 대통령'이라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의 편견을 떨쳐버리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흑인계층을 비롯 민주당 지지자 중 3분의1이 부시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언론과 연구단체들이 플로리다주 당국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이용, 4만5,000여에 달하는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개표를 실시해 고어가 이긴 것으로 나타날 경우 부시 당선자는 4년 내내 '진 대통령'이란 뒷맛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부시 당선자 앞에는 또 미국의 경기둔화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월가가 흔들리고 있어 붉은 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사상 최장기 호황을 기록했던 미국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는다면 부시 당선자는 국민에게 큰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부시 당선자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민주당의 후보를 위한 디딤돌'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의 로버트 토리첼리(뉴저지) 상원의원은 대법원 확정판결 직전 "고어나 부시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가 둔화되고 선거로 대통령직을 얻었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해 여당이 차기 선거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로서는 당면과제 해결 뿐만 아니라 재선을 위해서라도 '통 큰 지도자'로서 화합형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 민주당 부지사와 협력해온 것처럼 거국내각을 구성하거나 입법 활동에서 초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당선자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공화당이 근소하게나마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신보수주의의 시대를 열 발판은 갖춰진 셈이다.


대북정책 큰 틀 유지 속 전술변화 예상

신보수주의의 핵심은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건 공약과 지난 8월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공화당 정강을 종합해보면 부시 행정부는 대외정책면에서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ㆍ안보 및 국제경제 정책을 펴는 강경쪽으로 선회할 것 같다.

특히 중국, 러시아, 쿠바, 북한, 이라크 등 경쟁 또는 적대 국가에 대해서는 힘을 바탕으로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으로 예상돼 클린턴 행정부가 협조적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관계가 다소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또 포용으로 일관해온 북한정책에서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전술적인 변화는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시 당선자는 또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한 세계적 경제개방을 지지하면서도 무역과 노동, 인권 및 환경 문제를 연계하는 데는 반대하고 있어 국제경제 부문에서도 한국 등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또 국내정책면에서는 막대한 재정흑자를 이용한 감세를 비롯, 국방 사회보장 보건 의료 교육, 그리고 연방정부의 규모 축소 등 여러 부문에서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대선을 둘러싼 공화ㆍ민주 양당의 소송투쟁이 오히려 법의 지배를 다시한번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의 잠재력을 키웠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시 당선자는 '취임초부터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을 잠재울 카드를 내놔야한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2/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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