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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상처뿐인 영광] 흑인 투톱 체제…강한 미국 이끈다

[부시, 상처뿐인 영광] 흑인 투톱 체제…강한 미국 이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출항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미국의 새 백악관, '부시호(號)'에는 어떤 인물이 승선할까.

고어 민주당 후보 진영과의 지루한 법정공방전 속에서 부시호에 탑승할 면면이 일부 공개됐지만 완전히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내정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백악관 비서진과 장관 자리를 놓고 여전히 물밑에선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조지 W 부시 당선자가 스스로 일을 주도하는 실무형이라기보다는 참모진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 인선에 따라서는 '부시호'의 노선이 달라질 수도 있어 그의 선택이 더욱 관심을 끈다.

부시 당선자를 중심으로 정권을 인수할 이른바 부시 인맥은 크게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람과 자신의 사람들로 나뉜다.

부친 인맥은 워싱턴 정치인이 대부분이고 자신의 사람은 텍사스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인재군, 즉 '텍사스 군단'이다.

그중에서도 역사상 2번째로 탄생한 '부자 대통령'의 영광에 걸맞게 2대에 걸쳐 부시 가문에 충성하는 '부시맨'(Bushmen)의 면면이 돋보인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 폴 월포비츠 전 국방차관, 앤드류 카드 전 교통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전 백악관 참모 등이 맨 앞줄에 서 있는 부시맨이다.


국무에 콜린 파월, 안보보좌관에 라이스 내정

새 행정부 구성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민주당과의 거국내각이 이뤄질 것이냐와 외교ㆍ안보 부문의 '흑인 투톱' 체제를 지탱할 외곽 조직이 어떻게 짜여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거국내각은 부시 당선자의 의지와 상대인 민주당의 초당적 협조 여부에 달려 있고 흑인 투톱 체제는 사실상 완성된 상태.

미국의 슈퍼파워를 세계에 전파하는 외교총수인 국무장관에는 미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흑인인 콜린 파월(63) 전 합참의장이 내정됐다.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전쟁영웅으로 떠오른 파월은 전략적 사고와 지휘능력, 뚜렷한 소신, 유연한 협상능력 등 국무장관의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강경보수파가 주류를 이루는 공화당 내에서 합리적인 중도노선을 걷고 있으며 자신이 참전했던 베트남전을 거울 삼아 무분별한 군사개입에는 반대한다. 불가피한 군사개입의 경우 국익, 국민 지지, 성공 가능성, 철수 전략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파월 독트린'으로도 유명하다.

외교ㆍ안보의 또다른 축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40대의 젊은 흑인 여성이 맡는다. 곤돌리사 라이스(46) 전 스탠퍼드대학 부총장. 소련 및 동유럽 전문가로 이번 대선에서 부시 당선자의 외교정책 자문관으로 활약했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통적 공화당 성향의 인물로 '강한 미국'을 지향한다.

1989~1991년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위원회 소련ㆍ동유럽 국장, 대통령 특별안보보좌관 등을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소련에 관한 내 지식은 모두 라이스가 가르쳐준 것"이라고 그의 명석함을 칭찬할 정도다.

라이스 안보보좌관과 호흡을 맞출 국방장관에는 폴 월포비츠 전 국방차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가 유력하다. 월포비츠는 공화당의 간판격 외교ㆍ국방 전문가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딕 체니 국방장관(부통령 당선자) 밑에서 차관을 지내 체니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입각하게 되면 새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분야는 국방부 출신들이 장악할 전망이다. 그래서 LA 타임스는 체니 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외교ㆍ안보 분야의 새 인맥을 '국방부 동문회'에 비유할 정도.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인맥이 학계에서 배출된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부시 인맥의 핵심은 역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앤드류 카드 전교통부 장관과 클레이 존슨 텍사스 주지사 비서실장.

카드는 매사추세츠 주하원의원 시절 공화당의 '떠오르는 별'로 지목돼 부시 전 대통령에게 발탁됐으며 존 수누누 백악관 비서실장 아래서 3년간 차장을 지낸 참모 베테랑이다.

교통장관을 거쳐 미국의 3대 자동차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제조업협회(AAMA)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부시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제너럴 모터스(GM)사의 정부업무 담당 부회장직에서 휴직한 상태.


고위직 인선 존슨 주지사 비서실장이 맡아

부시 당선자의 예일대학 친구인 존슨 주지사 비서실장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3,000여개 고위직 인선의 실무를 맡는 등 측근중의 측근이다. 그의 업무 추진 능력에 관해 부시 당선자가 대학 시절부터 '엄청난 존경심'을 가졌다고 한다.

1994년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부시 당선자는 즉각 존슨에게 손을 내밀어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 정권인수위 활동후 그가 맡을 직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존슨과 함께 선거전략을 짠 텍사스 군단의 핵심인 칼 로브는 공화당 전국위의장으로, 캐런 휴스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은 백악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재무장관에는 월가와의 관계가 돈독한 부시가(家)로서는 페인 웨버 증권회사의 도널드 매런 사장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매런 사장은 1977년 미첼 허친슨사 사장을 지내다 페인 웨버사와 합병되면서 1981년부터 페인 웨버사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1991~199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를 역임한 로렌스 린지도 유력한 재무총수 후보. FRB에서 보수적인 경제이론을 편 린지는 대선에서 조세감면과 규제철폐로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부시의 경제공약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재무장관이 아니라면 백악관 경제보좌관으로 갈 인물로 꼽힌다.

부시 당선자의 텍사스 인맥으로는 또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돈 에반스가 있다. 석유업자 출신으로 대선에서 선거본부장을 지내 상무장관이나 미 무역대표(USTR)로 입각이 확실시된다.

에너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토니 가르사 텍사스 철도청장과 헨리 보니야 텍사스주 하원의원, 농무장관 후보에 올라있는 수전 콤스 텍사스주 농업위원장이나 부시 당선자와 집안 친구인 빌 매컬럼, 교통장관 후보의 데이비드 레이니 텍사스주 교통위원장 등도 손꼽히는 텍사스 군단의 일원이다.

부시 당선자가 거국내각을 실천할 구상이라면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국방장관으로 걸프전을 지휘할 때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협력했던 샘 넌 전 의원(민주당)의 카드가 유력하고, 고어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리버맨 의원이 내각에 들어갈 경우 공화당은 공석이 된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하는 덤까지 얻을 수 있어 입맛 당기는 카드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2/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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