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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0] 금융시장, 연기처럼 사라진 250조원

그 존재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중국의 역대 왕조 중 가장 오랜 나라는 갑골문자(甲骨文字)로 유명한 은(殷)나라다.

은나라는 전쟁 등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거나 연초 나라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거북 껍질을 이용했는데 이 때의 흔적이 갑골문자로 남게 됐고, 후대의 학자들은 4,000년 전의 거북 등딱지를 통해 당시 중국인의 생각과 생활상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서기 2000년을 어떻게 연구할까.

일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2000년 한국 사회를 연구하게 될 역사가들은 종합주가지수라는 숫자를 통해 새 천년을 대박의 희망으로 시작한 한국인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으로 맞게 되었는가를 짐작하게 될 것이다.


반토막 난 거래소·코스닥 시가총액

실제로 종합주가지수로 상징되는 한국의 금융시장은 지난 1년 동안 철저히 몰락했다. 1월4일 네 자리 수(1,059.04)로 시작했던 주가지수는 12월17일 현재 530선대로 추락했다.

한때 지수 300선 돌파는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던 코스닥 시장도 이제 지수 60선에서 헤매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당연히 25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이 연기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1월4일 357조원이던 거래소 시장의 시가총액은 180조원대(12월17일 현재)로 쪼그라들었고 연초 98조원이던 코스닥 시장 역시 시가총액이 39조원으로 줄었다. 9월 말 현재 주식투자 인구가 35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 투자자 1인당 평균 4,000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실제로 팍스넷, 씽크풀 등 인터넷 투자정보 사이트에는 주가폭락으로 몰락지경에 이른 투자자들의 원성이 빼곡이 쌓이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아가고, 정부의 벤처 기업과 코스닥 시장 육성정책을 두 손 들어 환영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반정부적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팍스넷에 '달마회상'이란 필명으로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돈이여! 주식이여! 산다는 것의 허망함이여! 슬픔이란 무엇인가? 내 기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상황은 돌아가는데.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때 이 세상은 나에게 슬픔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우울증이 엄습합니다. 정말이지 시세의 무서움과 냉혹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어제, 오늘, 요즘의 일상입니다"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정부가 모래성같이, 대부분 특별한 기술도 없이 만들어진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부추겨 이 지경이 됐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악화일로 자금시장, 제2의 환위기 우려

지리멸렬 상태인 것은 주식시장과 종합주가지수만이 아니다. 자금시장은 자금시장 대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사재기 등으로 11월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속등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 마저 고조되고 있다.

우선 자금시장. 회사채 금리가 연초 10.25%에서 12월14일 8.08%로 2%포인트 이상 하락, 지표상으로는 자금시장이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수십 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권 구조조정이 노사간 이면합의로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상호신용금고 등 신뢰성에 상처를 입은 서민 금융기관이 몰락, 부동 자금이 일부 우량은행으로 몰려들면서 자금에 목타는 기업으로는 정작 돈이 돌지 않고 있다.

한편 환율시장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달러당 1,131원에 불과하던 원화 환율은 아르헨티나와 동남아 국가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된 데 영향 받아 12월 들어 1,2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새 천년 희망속에 출발한 금융시장이 불안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증시 10대 뉴스

12월11일 증권거래소가 한 해를 마감하며 발표한 올해 '증시 10대 뉴스'는 숨가쁘게 달린 2000년 금융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권거래소는 이날 정현준ㆍ진승현 신용금고 불법대출 및 주가 조작사건과 현대유동성 위기 등을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정현준ㆍ진승현사건은 가뜩이나 기진맥진해 있던 코스닥 시장과 자금시장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혔다.

두 사건으로 코스닥 시장의 투자분위기는 더욱 냉각됐고 신경제의 풀뿌리로 지목됐던 벤처업계는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했다.

현대사태의 파괴력은 실물과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재계 서열 1위 현대의 위기는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감으로 이어지면서 증시의 체감지수를 영하로 냉각시켰다. 현대사태는 아직 진행중이다.

올해 거래 규모에서 거래소시장을 추월하며 낙관적 미래를 예고했던 코스닥시장의 폭락사태도 10대 뉴스로 꼽았다.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황제주의 탄생과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금융당국에 의해 50여개 기업이 무더기 퇴출 판정을 받아 청산, 법정관리, 매각 등의 운명에 처하게 된 2차 퇴출 기업 발표도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퇴출 기업 선정 과정에서의 객관성 시비와 외형 확대를 위한 끼워넣기 구태는 두고두고 오점을 남겼다.

사이버 매매와 데이트레이딩의 급성장도 주요 뉴스였다.

10월말 현재 사이버 계좌수는 365만개에 육박, 전체 활동계좌의 41.5%를 차지하며 사이버 매매와 데이트레이딩 규모는 전체 거래의 55.0%와 하루 평균거래량의 46.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이버 고객 유치경쟁이 심화하면서 증권사의 매매수수료 인하경쟁은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이와 함께 채권시가 평가제 도입과 전ㆍ후장 구분폐지, 점심시간 개장 등 증권시장 균형발전방안 발표, 외국인 순매수 사상 최대, 제3시장 도입 등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올 하반기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올들어 지난 8일 현재 10조7,31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 보유주식의 전체 시가총액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9월 30%를 넘어섰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12/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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