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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0] 되돌아 본 2000 한국경제-1

2000년 경제회고, 구조조정 태풍

구조조정은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2000년은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를 절감한 한 해였다. 정부, 금융기관,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금융ㆍ기업부문은 부실이 심화되고 있고 경쟁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이나 노사관계도 눈에 띠는 변화가 없다. 별 진척이 없어 보이는 데다 그나마 시도한 구조조정도 노동계의 반발과 집단이기주의 등에 휘말려 좌초되곤 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대형 금융사고 속출 등에 비춰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구조조정 전반이 혼란의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올 한해 구조조정을 금융ㆍ기업부문 중심으로 되돌아 보자. 상반기는 구조조정이 개점휴업상태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총선 등 정치일정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경제논리 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시됐다.

4ㆍ13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정치권이 제 자리를 되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경기가 괜찮았던 점도 구조조정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상반기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여건이 아니었다.


대우사태 여파로 금융시장 마비

대우사태 여파도 상당한 정도로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을 줬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우사태는 직접금융시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주가를 떨어뜨렸으며 구조조정 환경을 악화시켰다.

이는 2차 공적자금 조성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이끌던 경제팀이 물러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8월 들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새 경제팀은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의 기본골격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속하고도 강도높은 개혁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10월 이후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이 일었고 다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11월3일 정리대상기업이 발표됐고 현재 52개 기업이 합병, 매각, 청산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부문에선 11월8일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은행 경영개선계획 평가 결과 자체정상화가 어려운 것으로 판정된 한빛, 평화, 광주, 제주은행은 금융지주회사 편입으로 방향을 정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대우사태도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등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12월초 40조원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조성 동의안과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은행합병 등 가시적 성과에 집착했고 금융기관들은 기업대출 기피 등으로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등 부작용도 심각했다.

이같은 구조조정의 방향이나 성과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구조조정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느냐 하면 그건 분명 아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상적인 타깃만 세워놓고 안된다고만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며 "현실적인 타깃을 세워놓고 구조조정을 평가해야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평가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어떻게 보면 구조조정 노력은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 제도적장치 마련

먼저 올해는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을 한수 배웠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이제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CRV) 설립 추진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채권시가평가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등 구조조정 하부구조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적자금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우리 경제에 구조조정 시스템이 들어서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를 옥죄이던 대우, 현대건설 사태도 일단은 진정됐다. 특히 대우사태가 이 정도에서나마 수습된 것은 천만 다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ㆍ3 정리대상기업 발표 등으로 기업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노조 반발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은행권 금융지주회사 설립, 은행합병 등의 문제도 조만간 어떤 방향으로든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경제의 불확실성이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의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경제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점이다. 노조 등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센데다 여론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또 기업구조조정을 지나치게 몰아부치면 경제 전반이 급속히 침체될 수 있으므로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경제전반을 조정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불안도 구조조정의 걸림돌 역할을 했다.

한건 터지면 국회가 공전되는 악습이 되풀이되면서 구조조정 관련 법안이 장기간 빛을 보지 못해 정부는 구조조정 도상연습만 되풀이해야 했다.


"부실정리만이 경제회생의 길"

이같은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구조조정의 성과는 한마디로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ㆍ3 퇴출대상기업 발표가 몰아부치기 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부실기업이 확실히 정리됐다고 보지 않고 있다. 금융구조조정도 정부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국민은행 노조의 은행장 퇴근저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홍택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아직도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정리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며 "부실정리를 빨리 끝내고 수익성을 높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6개월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만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데 정부와 국책, 민간연구기관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는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구조조정은 경기가 좋을 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하지만 경기가 아주 나쁠 때도 가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정이 구조조정의 발을 묶을 수도 있다. 특히 내년 1ㆍ4분기까지는 막대한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분 처리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는 건지 민간기업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사장경영계약 체결 등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완규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wan-park@hanmail.net

입력시간 2000/12/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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