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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법원과 정치

대통령을 뽑는데 분쟁이 생기면 누가 결정하여야 하는가? 과연 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을까? 만일 법원에 가야 한다면 어느 법원에 가야 할까?

결국 대법원이 결정할 것인가? 만일 대법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누구의 결정이 우선하여야 하는가? 지금까지 법대생들이 헌법을 배우면서 머리 속에서나 그려보았을 논리의 유희가 실제로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일어났다.

미국은 연방국가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연방을 구성하는 50개의 주와 District of Columbia(워싱턴 D.C.)는 각각 독립된 입법, 사법, 행정권을 행사한다. 그리하여 각 주마다 지방법원, 항소법원과 대법원에 해당하는 3심이 있다.

거기에 더하여 연방도 지방법원 항소법원 대법원의 3심 제도가 있다. 따라서 미국에는 적어도 52개의 대법원이 있는 셈이다. 언뜻 보아도 복잡한 사법제도다.

그래서 법률적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법원에 사건을 가져갈 것이냐 하는 것이 변호사들이 결정하여야할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어느 법원에 가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송사는 주 법원에서 다루어진다. 예를 들면 이웃에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하거나 사람을 죽이면 주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는다. 예외적으로 서로 다른 주에 사는 사람 사이에서 분쟁이 생긴 경우나 연방법으로 정해진 경우에는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면 연방의 대통령을 뽑는데서 생긴 분쟁은 어디로 가야 하나? 연방 문제이니까 언뜻 보면 연방법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각 주는 그 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기 때문에 비록 연방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 하더라도 선거소송은 주 법원이 맡아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되는 사안이 연방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에 관련되었다면 연방법원도 그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한달여가 지나도록 플로리다 주 대법원과 연방 대법원이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며 공방을 벌였다.

먼저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가 법률에 정한 검표보고 기한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뒤집고 보고 기한을 연장하였다. 공화당은 이러한 주 대법원의 결정은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연방 대법원에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주 대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하여 검표기한을 연장한 것인지가 불명확하다며 사건을 다시 플로리다 주 대법원에 보내면서 결정의 법률적인 근거를 명확히 하도록 요구하였다.

한편 기계로 검표하였을 때는 무효처리된 투표용지에 대하여도 수작업 검표를 하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하여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재검표를 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화당은 재검표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형평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시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수작업 검표를 중단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는 주 전체에 걸쳐 수작업 검표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작업 검표를 하라는 것은 헌법상의 문제가 있다면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법률상 선거인단의 선출일이 12월12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방 대법원이 12월12일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미국 사법부는 정치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지켜왔다. 사법부의 구성원은 국민이 선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결정을 내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반드시 정치와 무관하지만은 않다.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판사 7명중 6명이 민주당 주지사에 의해 임명되었으며 주 대법원은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번 선거처럼 사법부가 정치에 직접 관여한 경우도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은 종신직이며 공석이 생기면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새 대법관을 임명한다.

9명의 연방 대법관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면 앞으로는 연방 대법관의 인사청문회는 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격전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 주 대법원으로 사건을 다시 내려보냈는지도 모른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0/12/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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