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시대의 직장인 생존법

IMF 사태 이후 또다시 경제 위기를 맞아 직장인은 너나 할 것 없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반 기업체는 물론이고 금융권, 공기업 등 구조조정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과연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있을까 하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인터넷 사이트 '이노하우뱅크'(www.e-knowhowbank.co.kr)는 직장인이 겪는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돕자면서 최근 '구조조정시대의 직장인 생존법'이라는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서 '허준과 부자 아빠의 방법', '나만의 특유한 업적 쌓기', '우선은 튀고 보자'는 등 자신이 직장에서 살아가는 재치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독한 상사 모시기', '동료직원 중 왕따와 함께 일하는 법', '회사 감사를 잘 받는 법' 등 직장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터득한 재치를 나누고 있다.


허준처럼 허드렛일 하다보면 기회가.

이번 공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디어는 '허준과 부자 아빠의 방법'(ID:snova)이다. '허준과.'는 최근 화제를 모았던 MBC TV 인기 드라마에서 따왔다.

극중 남자 주인공인 허준이 의술을 처음 배울 때 약초꾼 패거리들이 자신을 따돌리면서 허드렛일을 시켜도 이를 묵묵히 해내다가 마침내 기회를 잡아 성공했다.

직장에서도 남들이 안하는 잡일이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중요한 일이 맡겨질 때가 있고 이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도 아이디어를 빌렸다.

이 책의 주인공이 부자 아빠로부터 돈 버는 법을 배운 사례를 들면서 '일의 노예가 되지 말고 업무에서 재미를 느끼라'고 충고한다.

필자 자신도 "한때 일주일에 3일을 집에 가지 않고 프로그램을 짠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무척 일이 재미있었고 덕분에 능력을 인정받아 구조조정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우선은 튀고 보자'(ID:yghha00)는 4가지의 실천목표를 들고 있다. 직장생활 속에서 자칫 빠져들기 쉬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갖추는 사람만이 튈 수 있다고 한다.

또 '내 머리가 펜티엄이겠거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갖가지 지식을 습득하라고 한다.

요즘처럼 지식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부지런하고 적극적으로 일에 대처하라고 제시했다.

"난 이제 나이도 있고.", "그래서 안돼."라고 한탄하는 나이든 세대도 신입사원 시절을 회상하면서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유를 갖고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조급한 사람은 실수가 많아 주위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면서 부단히 자신을 돌아보고 단련하는 가운데 여유를 가지라는 것.


업무에 관한 한 만능플레이어가 되라

'나만의 특유한 업적 쌓기'(ID:choiys3)를 강조한 사람도 있다.

앞으로는 보다 세련되고 정확한 자료 및 정보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업무에 관한한 만능 플레이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업무의 지식수준을 고려한 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습 △생산성 없는 업무는 상사와 협의한 뒤 폐지 △업무의 질의 응답에 명확하게 대처할 것 등 4단계 업무 학습법을 제시했다.

'부지런함과 웃으며 인사하는 것도 생존의 한 방법'(ID:sun423)이라고 추천한 사람도 있다.

글을 쓴 회원은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데 지난 3월에는 취업걱정에 잠까지 설쳤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하던 곳에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되었고 두달 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고 한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실력이나 빼어난 미모가 아니라 성실함과 함께 큰 소리로 인사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몇가지 실천 사항으로 △하루 일과를 메모지에 정리해 꼼꼼히 처리한다 △자신의 실수를 메모했다가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다 △상사가 좋아하는 음료나 신문 등의 취향을 적어뒀다가 활용한다 △상사의 생일 그리고 기념일 등을 잘 기억했다가 귀여운 카드 메일을 띄운다 등이다.


'자기 일'확보로 자신의 가치 높여야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진 '여자 직장인의 생존법'(ID:write2me)을 소개하기도 했다. 먼저 '내가 없으면 그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상사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한다.

특히 아무도 나서지 않지만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할 경우 본인이 자원해서 우선 '나의 일'을 확보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최근에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내적, 외적 계발에 노력해 실력을 쌓는다면 구조조정의 한파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때로는 손해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는 생각으로 대하고 특히 같은 여자를 적으로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예쁜 얼굴과 화려한 화장, 애교 있는 태도 등 여자 고유의 무기(?)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상사와의 트러블도 요즘과 같은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독한 상사를 모시는 나름의 방법도 제시됐다.

△상사가 기분나쁠 때는 죽어도 가까이 가지 말고 기분좋을 때 집중공략할 것 △항상 웃으며 대한다면 설마 웃는 얼굴에 침이야 뱉겠느냐 △언젠가 들통날 우려가 있으니까 아부는 하지 말라 △상사가 변화하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변하라는 등의 10가지 방법(ID:kimpaul)을 제안했다.


지독한 상사 모시는 다양한 방법도

또 '센스 있는 행동요령'(ID:heizlnut)으로 △상사의 차 번호를 기억했다가 10부제에 걸렸을 때 함께 타고 갈 것을 권하든지 아예 내 차를 빌려줘라 △상사의 가족 사항을 파악해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을 들먹이면서 칭찬해라

△상사의 전화 통화를 잘 경청했다가 당일의 심리 상태, 집안 형편, 고민 거리 등을 파악해서 이에 대처할 것 △노래방서는 상사가 좋아하는 옛날 노래를 불러줘 기분을 맞춰줄 것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는 비디오 파일이나 사진을 메일로 보낼 것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또 상사의 특징에 따라 다른 공략법을 주문(ID:shimsiok)하기도 했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상사의 경우 꽁무니를 빼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록 술이 약하더라도 웬만하면 괴로움을 참는 게 낫지 괜히 요즘 젊은 사람들 라이프 스타일이 어쩌니 이기적이니 하는 소릴 들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술자리에서는 상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술을 자주 권해 상사가 빨리 취하게 만들라고 한다. 좌석에 오래 있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이유다.

장래준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0/12/19 20:44


장래준 사회부 ra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