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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리더십] DJ 정치의 점수는?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이 왕조시대 군주의 권력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말은 국정의 공과에 대한 판단이 싫든 좋든 대통령으로 귀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레임덕이 자연스레 운위되는 집권 후반기. 한국 정치의 초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에 모아지고 있다. 레임덕을 완화하고 개혁을 지속할지 여부가 그의 리더십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전인권씨는 DJ를 '말과 대화의 정치가', '현실주의자', '비폭력평화주의자'라고 말했다. 동국대 정치학과 황태연 교수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현실주의자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정반대로 DJ를 원칙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세워진 원칙을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DJ는 개혁에 적합한 지도자"

DJ의 원칙주의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황 교수는 "DJ가 원칙을 우선하다보니 임기응변력이 떨어지고 원칙에 집착해 오히려 야당에 이용당하는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난국에도 긴급명령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기대와 달리 최근 김중권씨를 민주당 대표에 임명한 것도 지역화합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결과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같은 맥락에서 "YS가 혁명에 어울리는 지도자라면 DJ는 개혁에 적합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DJ의 원칙주의는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그는 물러섰다 싶다가도 또다시 원칙에 따라 사안을 끈질기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후퇴한 듯 여겨지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보자. 황 교수는 "DJ가 인권법을 통과시켜 보안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고, 야당도 통과의지를 갖고 있는 인권법은 보안법과 충돌하는 점이 많다. DJ가 현재 보안법 철폐를 위해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인권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신뢰성 하락, 시민단체선 혹평

황 교수는 "레임덕이라고 DJ를 오산했다간 큰 코 다친다"고 말했다. 원칙과 끈질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DJ의 이같은 특징이 레임덕을 완화하고 난국을 극복하는 장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난으로 서민의 민심이 급격히 돌아섰지만 일시적인 민심회복을 위해 '얕은 수'는 쓰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여론 반전을 위해 꼼수를 쓰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지지율이 10%대까지 하락해도 개혁의 원칙을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 그의 원칙주의와 가신(家臣)중용은 조화될 수 있을까. 황 교수는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원칙주의자의 다른 측면은 가까운 사람을 잘 챙기는 것이라고 한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에게는 백의종군하더라도 잘 배려할 것으로 황 교수는 내다봤다.

잦은 '말 바꾸기'는 원칙주의와 모순되지 않을까. 황 교수는 DJ가 말을 자주 바꾸는 것은 정국과 여론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DJ의 상황인지 능력이 YS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의 평가가 DJ에 호감을 가진 쪽의 이야기라면 반대편의 생각은 어떨까.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에 따르면 DJ는 전혀 원칙주의자가 아니다.

이 의원은 "DJ가 좌와 우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모두를 잃고 집권기반까지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김중권 대표 임명도 무원칙의 소산으로 보았다.

구주류(가신)와 신주류를 필요에 따라 중용하는 난맥상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는 권노갑 퇴진으로 정국을 봉합하려는 것은 DJ의 현실인식 수준을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이 DJ를 무원칙주의자로 보는 다른 이유는 도덕성이다. 정치자금문제, 내각제 개헌, 농가부채 등에서 잇단 거짓말을 함으로써 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야당과의 관계가 악화해 국회기능이 최악인 것 역시 신뢰성 결핍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게 DJ의 제스처는 '상황 넘기기 전략'으로 비친다고 한다.

시민단체에 비친 DJ의 리더십은 낙제 수준이다. 경실련의 고개현 시민입법국장은 "임기후반 DJ가 개혁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비관적"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DJ가 원칙주의자가 아닐 뿐 아니라 매우 유약하다고 평가했다.

과단성있는 결정과 추진력에서 유약하고, 결단시기를 놓침으로써 불필요한 부하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옷로비 사건과 각종 인사, 기업구조조정, 의약분업 등이 그 예다. 고 국장은 "정책 효용성을 떠나 지도자의 직관적 판단영역이 있는데 이 점에서 취약성을 드러내 결국은 공권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고 국장이 DJ의 국회 및 야당 관계에 주는 점수는 제로(0)다. 여전히 야당총재 시절의 스타일을 못 뛰어넘어 공조직 활성화보다 비선에 의존해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접 국회에 나가 설득하고, 야당의원을 초청해 협조를 구하는 열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집권 3년차에 와서까지 과거 정권의 경제실책을 핑계삼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고 국장의 말이다.

집권 후반의 레임덕으로 인해 대통령의 말이 안 먹힌다는 우려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DJ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방법이 없다. 일각에서는 "DJ의 마지막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자초한 언론 레임덕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는 레임덕의 지표 중 하나로 통한다. 웃기는 말이지만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언론 관계로 보면 DJ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레임덕이 빨리 왔다. '언론 레임덕'의 원인은 DJ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황태연 교수는 "DJ가 언론을 통한 여론조성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직접정치를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을 상대로 정치를 하지 오피니어 리더(여론지도층)을 상대로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DJ와 언론관계가 좋지 않다고 전제하며 원인을 쌍방에서 찾았다. 언론은 사사건건 대중적 비판(트집)을 하는 데 반해 DJ는 원칙에 근거해 정국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란 이야기다.

이에 반해 한 야당의원은 DJ가 야당정치인 시절부터 언론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언론에 일방적으로 러브콜을 하게 되고 언론개혁도 손을 대지 못했다는 것. 그는 DJ가 역대 지도자 중 가장 언론에 자신감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경실련 고개현 시민입법국장은 "언론이 이미 할 얘기 못할 얘기 다하고 있다"며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정권이 언론에 힘을 가지려면 투명하고 솔직해야 한다면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사건 등에서 정부가 공작적 냄새를 풍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관료의 잇단 실언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한 대통령의 신뢰성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2/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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