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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정치권 떨떠름한 신년맞이

새해 예산안의 지각 처리로 어수선했던 연말 여의도 정가도 구랍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101조3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처리되면서 파장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야 모두 표정이 개운치 못하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음은 물론, 헌정사상 가장 늦은 예산처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고도 정치담합이니 졸속심의니 하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법 부패방지법 등 주요 개혁법안이 1월9일까지 계속되는 임시국회의 숙제로 남아있다는 점도 정치권의 홀가분한 연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극한까지 치달았던 여야관계의 복원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여야 영수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도 희미해졌다. 연말로 예상됐던 DJP회동 역시 민주ㆍ자민련 합당설이 불거지면서 연초로 이월되는 분위기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 저항 딛고 순항 체제로

세밑 정가의 관심사는 톡톡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김중권 대표체제의 연착륙 여부다. 김 대표체제 출범은 '권노갑 퇴진론'으로 빚어진 민주당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취한 첫 수순.

그러나 구여권 출신인 김 대표의 지명을 놓고 당 안팎에서 거센 저항이 일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4선의 안동선 의원, 3선의 이윤수 의원 등 오랜 야당생활을 했던 다선 중진의원들이 "우린 뭐냐"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근태 최고위원 등 재야출신도 "당의 정체성이 문제가 된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동교동계 역시 김 대표 지명을 못마땅해한다.

동교동계는 DJ의 첫 청와대비서실장이었던 김 대표가 정권초기 판을 잘못 짜고 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결정적으로 정권의 방향을 오도, 오늘의 여권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보는 탓이다.

김 대표 지명에 대한 저항의 하이라이트는 노무현 해양수산장관이 장식했다. 그는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만찬자리에서 비록 비보도를 전제로 했지만 김 대표를 "지도자로 모실 수 없는 기회주의자"로 규정하면서 "그를 대표로 지명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노 장관은 이같은 발언 내용이 보도된 뒤 김 대표가 "약주 한잔 한 모양인데"라며 취중실언 정도로 치부하자 "평소의 생각"이라며 한술 더 뜨고 나섰다. 그가 이렇게 강수를 두고 나선 데에는 같은 영남권 주자로서 경쟁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 기용된 박상규 사무총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고 김옥두 전 사무총장도 "장관직이나 잘하라고 그래"라며 노 장관을 몰아세웠다. 당내에서는 파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비등했다.

청와대측도 사과하라는 압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 장관은 "사담을 나눈 것이 당에 내분이 있는 것처럼 비쳐 당과 대통령에게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성명을 내며 후퇴했다.

노 장관은 얼마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통령의 당적이탈을 주장한 것으로 보도돼 한바탕 소동을 치르기도 했다. 차기대권을 꿈꾸는 그로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유망주자로 세일즈할 필요성이 있지만 지나칠 경우 당내 입지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노 장관이 이번 일에 대해서도 불만스럽지만 뒤늦게 정중한 사과를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노 장관의 사과를 계기로 김 대표에 대한 반발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김 대표는 여세를 몰아 당 장악력을 강화하고 정책기능을 살리는 쪽에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여권 실세그룹인 동교동계가 후방으로 빠지고 비동교계 및 소장파 인사로 짜여진 새 지도부에 의해 민주당호가 순항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야창구 사령탑 누가 맡나?

민주당의 대야 창구가 될 원내총무 경선도 관심사. 당내 일각에서는 정균환 총무의 유임설이 돌기도 하지만 정 총무 본인은 사퇴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4선의 김덕규 의원과 3선의 이상수 의원이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경선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총무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던 임채정(3선)ㆍ장영달(3선) 의원 등은 "생각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초ㆍ재선이 기용되는 등 소장파 득세 기류를 못마땅해 하는 측면도 있지만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구도에서 총무직을 맡아봐야 빛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선의 김원길 의원도 총무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뜻이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그는 당직보다는 입각쪽에 강한 희망을 피력해왔다. 총무경선에 김심(金心)이 작용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은 절대 총무 경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일부 총무후보 측은 "김심은 내편"이라며 은근히 김심업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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