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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이야기(4)] 개에 관한 미담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보신탕집에 가서 곤욕을 치르는 일을 흔히 겪는다. 그리고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 먹지 말아야 한다는 논란도 많다.

비단 종교ㆍ문화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본래 우리 민족은 정이 많은 민족이다. 때문에 집에서 정들여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옛날부터 많았던 것 같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귀양간 형의 건강을 걱정하며 보낸 편지가 있다. 그런데 이 편지 중에 보신을 위해 개라도 잡아드실 것을 권하면서 당시 사람들의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시비를 타박하는 내용의 글이 있다. 이 시기에도 세간에 개고기 먹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개가 의리와 충성심에 관한 설화 기록과 전설이 우리나라처럼 많은 나라도 드물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라는 책에는 백제가 망할 때 사비성의 모든 개가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진도의 온 개들이 일본 쪽을 바라보고 일제히 짖어 국가의 위기를 미리 알렸다는 기록도 있다.

이외에도 의견(義犬)과 충견(忠犬)에 대한 수많은 얘기는 아마도 국난이 닥치거나 흉년이 드는 등 사람이 살기 어려울 때마다 하나씩 생겨난 것 같은데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이런 미담을 전함으로써 개를 잡아먹지 않았으면 하는 당시 사람의 바람의 한 표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북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의 진화구주(鎭火救主)의 설화는 그 대표적인 예다. 주인을 살리기 위해 시냇물에 털을 적셔 불을 끄다가 죽은 개를 애도하기 위해 비석 대신 개의 충성을 새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오수'(獒樹)라 불렀고 마을 이름도 '오수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진화구주의 설화는 특이하게도 경상도 지방에도 있으며 우리나라 전국 도처에서 전해 내려온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렇게 개의 충직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민족이다.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으나 이를 결코 대다수의 문화라고 볼 수 없다.

우리 선조 중에도 불심(佛心)이 깊은 집안이나 사대부는 거의 개고기를 멀리 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많은 민화를 비롯한 풍속화에 진돗개나 삽살개처럼 생긴 개 혹은 다양한 형태의 개들이 그 시대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풍속화에 개 잡아먹는 그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서구의 어느 민족 못지 않게 개를 좋아하고 아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개를 의인화시켜 개의 행태를 오륜(五倫)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 첫째가 불범기주(不犯其主), 즉 '개는 주인에게 덤비지 않는다'는 것으로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한다.

둘째는 불범기장(不犯其長), '작은 개가 큰 개에게 덤비지 않는다'는 것으로 장유유서(長幼有序)에 해당한다. 셋째는 부색자색(父色子色), '새끼가 아비의 털빛을 닮는다'는 것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한다.

넷째는 유시유정(有時有情), '때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부부유별(夫婦有別)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일폐구폐(一吠群吠)는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함께 짖는다'는 뜻으로 이는 붕우유신(朋友有信)과 같다.

오륜은 유교를 숭상하던 우리 민족의 윤리인데 개의 행동에 이러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재미있는 해학이다. 이는 못난 사람에게 개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교훈과 함께 개를 다른 동물과 차별화시키고 개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의미부여는 서양의 개의 위상과 크게 대조된다. 서양 사람이 개를 사랑하고 좋아한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종속물로써 사랑하고 동반자 정도로 대접해줄 뿐이다.

그들은 개에게 "밥 먹어", "가", "이리 와" 등과 같이 항상 명령한다. 그리고 이렇게 명령을 잘 듣는 개를 영리한 개 또는 좋은 개라고 칭찬을 한다. 한마디로 서양인은 개와 항상 종(縱)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개에 대한 인식은 서양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민족은 개를 인간의 종속물로만 인식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 또는 자연의 피조물이라는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밥 먹을래?", "가자"는 등 개에게 동의를 구하는 표현을 많이 한다. 때로는 인간과 대등하게 한 세상을 살다가는 영물로 대접하기도 한다.

우리 민간 설화에도 '돌아가신 조상이 자손들이 보고 싶으면 그 집 개로 환생해서 살다 가니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잘 대해주라'는 말이 전해오니 이 얼마나 개를 귀하게 대하라는 표현인가. 종교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하더라도 옛사람이 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 한마디로도 짐작된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anydoc@lycos.co.kr

입력시간 2000/12/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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