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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42)] 네스테크 최상기 사장(上)

늘 웃는 얼굴이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이라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요즈음의 벤처업계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도, 기술도, 벤처도, 돈도 모두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생각도 든다.

자동차 고장 진단기기 생산 전문업체인 네스테크의 최상기 사장. 스스로 밝은 얼굴로 기업을 경영할 뿐만 아니라 모든 아버지의 얼굴에도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어 '아빠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네스테크의 차량정비 프랜차이즈인 카맨샵이 벌이는 아빠사랑 캠페인은 쉼없이 이어지는 구조조정의 계절에 자녀와 아내가 쓴 사랑의 엽서를 통해 아버지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행사다.

누구든지 아버지에게 보내는 사랑의 엽서를 쓰면 네스테크가 무료로 각 가정의 아빠에게 전달해준다.

"모든 일에는 인간이 중심입니다. 자동차란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편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거꾸로 우리가 어려움을 당해서는 안되지요.

그래서 쉽게 자동차의 고장 여부를 알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낸 것이고, 시대에 뒤떨어지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을 기업철학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인간이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벤처도 기업도 모두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너무 억눌려 사는 것 같아요."

항상 하이리스크(고위험)의 중압감을 안고 사는 벤처기업 사장으로선 이 정도면 이미 도의 경지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기업은 돈을 벌어야 홍익인간을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이는 네스테크가 인간중심의 하이리턴(고수익)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자동차 진단기기의 생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동차 레저문화 창조를 향해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자동차 진단기기 생산이 모든 면에서 네스테크의 핵심이다. 휴대용 차량 고장 스캐너인 하이스캔 프로와 인터넷 기반의 종합진단기기인 카맨아이다스, 카맨얼라인, 카맨 휠 바란스 등이 주력제품이다.

하이스캔과 카맨아이다스는 국내 점유율이 70%에 이르고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2000 자동차용품 전시회(SEMA Show)'에서 200만 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리는 등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수출실적은 600만 달러.

얼마전에는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2000년 예상 매출은 300억원, 경상이익은 32억원 정도다.

지금은 잘 나가는 벤처기업을 맡고 있지만 최 사장은 원래 학창시절에 선택한(서울대 기계설계학과, KAIST 생산공학 석사) 대로 뛰어난 엔지니어가 꿈이었다.

"엔지니어로서 확실한 작품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기업(현대전자산업)에서는 불가능했어요. 조직문화가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경직돼 있고, 결재 단계마다 기술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다 시간낭비였습니다."

그래서 최 사장은 1990년에 일(?)을 저질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현대전자산업 자동차사업부 기술팀장직을 버리고 친구와 함께 금산산업전자(네스테크의 전신)를 창업한 것. 그리고 확실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첫 작품이 1992년에 내놓은 엘리베이트 원격제어기. 그가 아직도 남 앞에 떳떳이 내세우는 작품중의 하나다. 7명의 연구원과 함께 개발했는데 그해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그는 1994년 또한번 일을 저질렀다. 엔지니어에서 본격적인 경영자로 변신한 것. 그때 엔젤투자 형식으로 6억원을 투자받았다. 엔젤투자가 절정을 이뤘던 시기와 비교하면 4~5년은 앞선 엔젤투자의 선구자격이다.

그리고 차종에 따라 20~40개 부위의 고장여부와 30~50가지의 계측결과를 바로 알려주는 자동차 정비 장비인 하이스캔 프로를 만들어냈다. 개발과 함께 현대측이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수출하겠다며 3,000여대(25억원 상당)를 주문해왔다.

납기는 1년. 첫 수주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모험이기도 했다. 외국쪽에서 클레임이라도 걸어오면 그대로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벤처(모험)을 택했다. 1년간 20여명의 직원과 밤샘작업을 한 끝에 수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는 지금도 아찔했던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한다.

"1년 동안 원없이 일했는데 막상 물건을 포장하려고 하니까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막 생기더군요. 손을 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포장을 할 것인가, 순간순간 선택을 해야 했어요. 간신히 선적 마감날 새벽 5시에 물건을 실어보낸 뒤 완전히 녹초가 됐지요." 그렇게 시작한 하이스캔은 현재 16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사업 시작과 함께 원 없이 일해본 탓인지 최 사장은 일주일에 몇일, 몇시간 일한다는 사실을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모든 직원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창의적으로 해내는 것을 중히 여긴다.

그도 항상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다. 그는 아이디어를 치밀하고 정밀한 기획을 거쳐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업계에선 유명하다.

최 사장에게 네스테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느냐고 묻자 "낙천적이어서 그런지 어려웠던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업자금 때문에 은행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한 기억도 없고, 현금유동성도 늘 괜찮았어요. 수익의 일부를 재투자하기 때문인데 주변에서는 늘 네스테크를 보고 공격적이라고 합니다."

모든 기업이 혼쭐이 난 IMF위기 때도 네스테크는 매출의 95%대를 유지했다. 최 사장의 말대로라면 고객이 찾을 만한 제품을 만든 게 비결이다.

그것은 대외적으론 기업의 상호 부등식 원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기업의 상호 부등식 원칙이란 고객은 자기가 지불한 비용보다 큰 효과를 얻어야만 거래를 계속하고, 기업은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내에서는 멍석론이다.

개인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주고, 창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멍석)을 만들어(깔아)준다는 의미다. <계속>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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