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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메이션]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의 섬여행

■섬(Trado de tiza)

/미겔란소 프라도 지음, 이재형 옮김

등대섬, 여인, 갈매기떼, 욕망, 비밀, 피, 바다.. 미겔란소 프라도의 작품 '섬'(현실문화연구 펴냄)은 만화, 아니 만화 소설이 취할 수 있는 극적 구성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등대섬의 음침한 민박집, 그곳에서 사는 빨강머리의 천박한 과부 주인여자와 광기어린 아들, 이곳에 혼자 놀러온 금발 미녀 아나, 그리고 길을 잃고 이 섬에 흘러들어온 남자 라울. 잿빛 바다로 둘러 싸인 이 섬에서 이들 4명이 빚어내는 상황 묘사가 이채롭기까지 하다.

이 작품의 구조나 분위기는 가르시아 마르케즈나 비오이, 보르헤스 등 일군의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간다. 평범한 우연들이 세부적으로 뒤섞이며 미묘한 뉘앙스를 만든다. 하나의 현실은 또다른 현실을 감추고 있고, 꿈과 현실은 서로 구분하기 힘들게 뒤섞인다.

등장인물간에 엇갈리는 시선과 숨겨진 진실, 그리고 복잡한 의미를 띤 문장나열은 이 작품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의 환상을 여지 없이 깨버린다. 바로 이런 점이 독자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이 만화로서 세계 각국에서 성공을 거둔데는 절묘한 상황 설정이 프라도의 그림과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뚜렷한 윤곽없이 블루와 브라운 톤 색채를 섞어 이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글로써 설명하기 힘든 전체의 분위기를 화려한 파스텔톤의 보색 대비로 이끌어간다.

그러면서도 인물 묘사에 있어서만은 개성있는 굵은 선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은 인상주의 에드가 드가, 툴루즈 로드렉, 19세기 미국의 국민적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화풍을 절묘하게 섞어놓아 신비감마저 일으킨다.

이 작품에서 기승전결이나 정확한 스토리 구도, 주인공간의 논리적 관계와 상황 설명 같은 것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강렬한 파스텔톤 속에 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 그리고 이들이 꿈과 현실을 오가며 만들어내는 환상적 분위기를 느끼는 것 만으로도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모두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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