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IMF 때보다도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참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함께 어울려 묵은 해를 보내는 송년모임에 가면 모두들 "죽겠다"는 소리뿐이다.

IMF 때보다도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묵은 해를 털고,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다지기는 커녕 정치ㆍ경제ㆍ사회ㆍ회사ㆍ가정의 순으로 돌아가면서 걱정만 하다 신세타령으로 끝나기 일쑤다.

모든 국민의 앓는 소리에 지체높은(?) 분들은 오랫동안 서민의 의식수준만을 탓했다. 국민이 너무 과도한 심리적 공항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야 마지못해 위기의 실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게 신경과민이든, 정상적이든, 국민이 죽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IMF 때는 그래도 이전 몇 년간의 호황 덕분에 저축해둔 돈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돈마저 없으니 얼마나 더 답답하겠느냐"는 말이 나도는가 하면 한 친구는 "이 정부는 입만 열면 사정이고, 개혁이고, 구조조정인데 누군들 죽을 맛이 아니겠느냐"고 투덜댔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 남았다. 후계자 선정시기 등을 감안하면 그가 소신있게 나라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다. 김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은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김중권 대표의 지명과 당 3역의 교체를 전후해 민주당 내에서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레임덕이 이미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불행한 일이지만 경제가 앞으로 정치의 볼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소리는 하루이틀 들어온 게 아니다. 모든 경제지표가 '맑음'으로 나와도, 정치가 불안해지면 이를 체감할 수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새해엔 정치가 잘해야 한다. 그럴려면 최고지도자인 김 대통령의 리더십이 살아나야 한다.

새해에는 부디 더 나빠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12/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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