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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만화가 주는 상상력과 웃음의 차이

■쿠스코? 쿠스코! 키리쿠와 마녀

할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영화는 많이 다르다. 모든 작품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할리우드 영화는 프랑스 영화에 비해 잘 짜인 줄거리를 강조하고 메시지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상징이 두드러지고 볼거리에 의존하지 않는다.

역시 일반화해 말하자면 할리우드 영화는 대중적이고 프랑스 영화는 예술적이다. 많은 사람은 '할리우드 영화는 저급하고 프랑스 영화는 고상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영화의 수준을 논하는 일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관객을 사로잡겠다며 할리우드 영화를 기를 쓰고 모방하려는 것이나 프랑스 영화를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은 매한가지다.

문제는 어느 한쪽에만 지나치게 경도되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비판이나 프랑스 영화에 대한 찬사가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 관객이 너무 할리우드 영화에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할리우드식 영화에만 익숙해 있는가는 비슷한 할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영화를 연달아 볼 때 확연히 드러난다. 만화영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1월13일 개봉하는 '쿠스코? 쿠스코!'(이하 쿠스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쿠스코'는 언뜻 보기에 이제까지의 디즈니 만화영화와는 달라 보인다. 트레이드 마크인 뮤지컬식 노래도 거의 없고 수동적인 여성의 재현도 없다.

처음으로 나쁜 임금이 주인공이며 그가 나레이터까지 맡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영화와의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또 다소 차분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마치 윌 스미스나 에디 머피가 나오는 코믹 어드벤쳐 영화처럼 몇분마다 관객의 박장대소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쿠스코'는 여전히 '디즈니화'(Disneyfication)의 기본법칙을 따르고 있다.

'쿠스코'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동화의 구조다. 황제였던 쿠스코가 마법사의 저주로 라마로 변신, 마음씨 착한 농부의 도움으로 다시 황제로 돌아오게 된다는 줄거리는 새 엄마를 만나 고생하던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과 악의 단순한 대비, 권선징악적 결말 또한 그러하다. 또 인물들은 대단히 정형화되어 있고 배경인 잉카 문명 또한 '뮬란'의 고대 중국처럼 자잘한 소품들로 분위기만 언뜻 낼 뿐이다. 인물이나 배경 모두 지극히 평면적이고 만화적인 그림이다.

반면 12월 30일 개봉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이하 키리쿠)의 그림은 입체적이고 회화적이다. 주인공들이 사는 아프리카 마을 풍경이나 나무의 모습은 후기 인상주의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또 '키리쿠'는 사실적이다.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흑인의 모습은 진한 피부색이나 가슴 노출 등 실제와 거의 다름없이 그려져 있다. 역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했던 디즈니의 '라이온 킹'과는 전혀 다르다.

마녀의 모습조차 '쿠스코'처럼 과장되거나 추하지 않고 오히려 묘한 매력이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손바닥 만한 크기로 태어난 키리쿠나 마녀의 등장은 물론 만화적 상상력에 근거한다. 하지만 '키리쿠'에서의 상상력은 허황되기보다는 오히려 만화의 장점을 살린 상징으로 쓰인다.

또 마녀의 등에 박힌 가시로 악행의 이유를 설명한다거나 텔레비전 또는 로보트처럼 생긴 마녀의 부하들, 부화뇌동하는 마을 사람의 심리 묘사 역시 설득력이 있다. '키리쿠'는 1998년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160만명, 유럽 전역에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 대성공을 거두었다.

'쿠스코'의 시사회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환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지만 '키리쿠'의 시사회장에서는 큰 웃음소리 한번 들리지 않았다. 분명 웃으라고 만든 장면임에도 왜 그런지 그다지 우습지가 않았다. 밋밋했다.

만화영화의 주관객은 어린이다. 어려서부터 한가지만 보고 웃을 수 있도록 길들여진다면 그건 불행한 일이다. 무엇을 보고 싶어하든 그건 어린이의 취향에 달린 것이지만 만화에도, 영화에도 나아가 웃음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도 여러가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 아닐까.

[영화]



ㆍ자카르타

처음에 사건을 보여주고 이어 사건 뒤에 얽힌 내막을 보여준 다음 다시 같은 사건의 장면을 보여주는 3중 구조의 작품. 같은 은행의 금고를 터는 은행강도 세 팀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어떻게 풀릴지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다 보고 난 다음 관객은 다소 허탈해진다.

극의 전개 과정에서 실마리를 주지 않고 반전이라는 이름 하에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꼬아놓았기 때문. 볼 때는 정신없이 보게 되나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영화. 윤다훈, 임창정, 김상중 등이 출연한다. 정초신 극본/감독.

12월30일 개봉.


ㆍ패밀리 맨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크리스마스용 작품. 월 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인 플레이보이 잭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연히 복권을 갖게 된다. 다음날 잠에서 깬 그는 낯선 집에서 두 아이와 자신이 버린 옛 애인 케이트에게 둘러싸인 자신을 발견한다.

깜짝 놀라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성공 대신 케이트를 선택했을 때를 경험중이며 그것을 끝내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는 설명을 듣게 되는데..

브렛 래트너 감독. 12월30일 개봉.


ㆍ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1984년에 만든 자신의 첫 극장용 작품.

그의 첫 흥행작이기도 하다. 현대문명의 폐해를 경고한다는 점에서 '미래소년 코난'과 맥을 같이 하며 숲과 곤충, 공동체 마을, 여주인공 나우시카의 활약 등을 통해 환경보전과 공동체적 세계관을 그린다.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주로 남자들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으로 그려졌던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이고 용감한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2월30일 개봉.

[콘서트]



ㆍ박정현

자그마한 몸매, 수준급 가창력, 열정적인 무대 매너로 '라이브의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정현이 1년2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이번 공연은 3집 'Naturally'의 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것. 그의 주특기인 R&B 외에 팝과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선보인다.

'나의 하루', '편지할께요', '몽중인', '영원까지 기억되도록' 등 1, 2집의 히트곡도 부른다.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02)337-8474

[음악회]



ㆍ아듀, 2000! 제야음악회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순간을 위해 마련된 연합 공연.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스트 김영욱,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소프라노 이윤아, 테너 김재형이 함께 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 등. 12월31일 밤 10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02)580-1300


ㆍ솔리스트 앙상블

국내 남성 성악인으로 구성된 솔리스트 앙상블의 17번째 정기연주회. 12월28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엄정행을 비롯한 70명의 남성 가수들이 베버의 '사냥꾼의 합창',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사랑의 노래', '남촌', 뮤지컬 곡 '자, 나를 보게',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 등 귀에 익은 곡을 부른다. 나연수 지휘 권경순 반주. (02)592-5727

[무용]



ㆍ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울 발레시어터의 송년 가족 공연.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토대로 21세기에 맞게 각색했다. TV를 보던 앨리스가 낯선 세계로 빨려들어가 겪게 되는 환상적 모험이 중심 줄거리를 이루며 현실을 지탱해주는 것은 꿈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울 발레시어터의 상임 지휘자인 제임스 전이 안무를 맡았고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헨델의 작품에서 테크노 음악까지 다양하게 선곡 되었다.

12월27일 부터 30일까지 군포시민회관. (031)390-3514

[연극]



ㆍ조용한 여인

배우집단 숨의 2인극. 의대생 클로치코프와 그의 인체 학습을 위해 고용된 아뉴타의 관계를 통해 사람을 사물화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인간성 회복을 그린다.

아뉴타를 인형처럼 여기던 클로치코프가 점점 그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관객에게 주인공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또다른 기획의도다. 채협 작/연출, 이재진 홍윤경 출연. 내년 1월28일까지 배우실험실. (02)3675-5092


ㆍ문

젊은 연극을 지향하는 극단 작은 신화의 창작극. 창문, 방문, 시간의 문, 육체의 문 등 갖가지 문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케 보게 하려는 작품.

거대한 성문을 바라보는 남녀 한쌍과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구석방에 칩거하는 한 사나이, 그리고 화장실 문을 두고 줄다리기 하는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그려진다. 김태웅 작 김종연 연출. 12월31일까지 혜화동 1번지. (02)764-3380


ㆍ드림-개그 콘서트

심현섭 배동성 김지선 김종국 심원철 등 낯익은 개그맨들이 꾸미는 콘서트. 방송 내용을 연극 무대로 그대로 옮겨놓은 기존의 개그 콘서트와는 달리 보다 연극적인 색채를 강화했다고 한다. 브라운관의 사각지대에 놓여 볼 수 없던 웃음의 현장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특별출연 김미화 김대희 김영철 등. 내년 1월 31일까지 코미디 아트홀. (02)747-3066


『 추억만들기 』



◆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동진까지

올 마지막 해를 다소 특이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벤트. 음악과 기차여행, 해돋이, 겨울바다, 눈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12월31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 센터에서 귀에 익은 뮤지컬 곡들로만 꾸며지는 서울시 뮤지컬단의 갈라 콘서트를 감상한 다음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 3시40분 강원도 태백 추전역에 도착한다.

캠프 파이어로 시간을 보낸 뒤 정동진에서 타악 그룹 두드락의 공연과 함께 동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구경한다. 돌아오는 길에 정선 아우라지 눈꽃 축제도 들러 본다. 서울 도착은 1월1일 오후 8시.

(02)749-1300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0/12/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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