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워싱턴의 크리스마스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어릴 때부터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들어왔던 노래다. 산타 할아버지가 빨간 코를 한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오실텐데, 우리 집 앞에는 눈이 없어서 어떻게 오실지 걱정하였던 적이 있었다.

부엌 아궁이에 연결되어 있는 연탄 굴뚝을 바라보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저 좁은 구멍으로 어떻게 내려올까 내심 궁금해하였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금년 크리스마스에는 추운 날씨 덕분에 얼마전 내린 눈이 남아있어서 워싱턴의 아이들은 나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추수감사절이 끝나면서 시작된다. 추수감사절의 주말부터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시장이 선다. 나무나 꽃을 파는 수목원은 물론이려니와 쇼핑몰의 커다란 주차장 한구석에도 임시 천막이 세워지고 크고 작은 상록수들이 주인을 찾아 늘어서있다.

주말에 거리를 다니다 보면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상록수를 지붕에 얹어 매달고 가는 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실내를 건조하지 않게 할 뿐 아니라 고유의 향내를 가지고 있어 대부분 가정에서는 진짜 나무를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무가 마르면서 떨어지는 솔잎을 치우는 것이 귀찮고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에 나무를 처분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조 상록수가 쓰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나면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온가족이 모여서 가지는 조그마한 축제. 예전에는 직접 천과 종이 등을 이용하여 장식을 만들었으나 요새는 주로 지난해에 사용한뒤 보관해왔던 것을 꺼내어 손을 보아 달거나 새로 구입한 장식을 다는데 시간을 보낸다.

성탄절 장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 전체를 장식하는데 먼저 문에는 솔잎 가지와 붉은 색 리본으로 만든 원형 장식을 붙이고 지붕에는 조그만 전등으로 치장한다.

앞마당에는 빨간 코 사슴이나 썰매를 타고가는 산타 모양의 전등 장식을 세운다.

때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극화한 조형물이 전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집집마다 경쟁적으로 이루어져 이웃으로부터 받는 무언의 압력 때문에라도 아무런 장식 없이 12월을 보내기는 힘들다.

트리와 집을 장식하면서 12월 맞이하다 보면 백악관 앞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통령이 점등하였다는 뉴스가 들린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끝나고 나면 선물을 준비하여야 한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미리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기있는 품목은 시간이 지나면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의 경우 게임보이, 금년의 경우 레이저 스쿠터 같은 장난감은 워낙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이를 구하지 못한 부모들을 울상짓게 하였다.

또한 가족과 친지에게 성탄 전야까지 선물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우체국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미국에서는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선물의 포장에 무척 신경을 쓴다.

선물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포장지와 예쁜 리본으로 장식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성을 전달하려는 것 같다. 이렇게 주고받은 선물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성탄절 아침에 가족들과 같이 풀어보면서 세모의 정을 나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불우한 이웃에 대한 자선이다. 구세군 등 전국적인 비영리 자선단체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역단체, 종교단체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걷는다. 자선성금은 세금 정산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절세를 위해서라도 연말에 많은 기부를 한다.

크리스마스의 피날레는 'After Christmas Sale'로 장식된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하고 준비해놓았던 상품을 재고로 쌓아두는 것보다는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추어 현금화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백화점도 새벽 7시부터 밤 11시까지 개점하기도 한다. 바로 알뜰 주부들이 모이는 장소다. 금년 크리스마스는 지난 10년중 최대의 불경기라 하니 알뜰 쇼핑 장터에는 더많은 사람이 모일지 모르겠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01/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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