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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와 한반도] 강성 내각, 북미 한랭전선 예고

연말휴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인수작업에 분주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구랍 29일 교육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에 각각 로드 페이지 휴스턴시 교육감과 게일 노튼 전 콜로라도 주법무장관을 지명했다.

부시 당선자는 이와 함께 토미 톰슨 위스콘신 주지사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고 앤터니 프린시피 전 보훈처차장을 재향군인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로써 부시 당선자는 각료 14명과 이번에 장관급으로 격상된 환경청장을 포함, 모두 15명 가운데 12명에 대한 인선을 끝마쳤다. 또한 백악관 비서실장 등 백악관 참모진에 대한 인선도 대부분 마친 상태다.

부시 당선자가 현재까지 지명한 각료들의 면면을 토대로 부시내각의 성격을 일괄하자면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추구하는 강성 외교ㆍ안보 라인과 친(親)기업주의를 표방하는 경제팀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첫 흑인출신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여성인 앤 비너먼 전 캘리포니아주 식품농무장관과 크리스틴 휘트먼 뉴저지주지사를 농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흑인과 여성을 비교적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당초 워싱턴 정가에 나돌던 거국내각 성격의 조각은 물망에 올랐던 민주당 인사들이 고사하는 바람에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이 때문에 부시 당선자가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했던 조니 테넷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유임시킴으로써 거국내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력한 미국의 재건' 추구

이처럼 부시 당선자가 각료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함으로써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변모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외교안보팀을 살펴보면 과거 포드ㆍ부시 행정부의 국방부 출신 강성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앞으로 북미관계가 한바탕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부통령 당선자인 딕 체니가 국방장관 출신인 것을 필두로 파월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걸프전을 진두지휘한 합참의장 출신이고 진통 끝에 뒤늦게 국방장관에 임명된 도널드 럼스펠드도 포드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모두 '국방력 재건'과 '힘에 바탕한 외교'를 신조로 삼고있는 강성인사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들에 비해 다소 유연한 인사로 알려졌지만 대(對)공산권 외교에 관한한 엄격한 상호주의를 원칙으로하는 강경파임은 물론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는 역시 26년만에 국방장관직을 재수하는 셈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지명자다.

이미 1975년에 43세의 나이로 역사상 최연소 국방장관에 취임했을 당시부터 '강군(强軍)건설'을 부르짖으며 매파의 선봉장임을 자임했던 럼스펠드는 우리에게 '럼스펠드보고서'로도 친숙한 인물이다.

럼스펠드보고서란 1997년 의회와 CIA가 미국에 대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원회를 초당적으로 발족시키면서 위원장에 럼스펠드를 임명했는데 이 위원회가 1년여의 작업 끝에 1998년 7월 15일 펴낸 27쪽짜리 보고서를 일컫는다.

바로 이 보고서 작성을 책임졌던 럼스펠드가 이번에 국방장관에 앉게 됨으로써 럼스펠드 보고서는 새 행정부의 국방정책 청사진을 암시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국가'의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이제 러시아와 중국 등 기존의 핵보유국 이외에 북한, 이란, 이라크 등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당장 미국의 서부 애리조나 피닉스와 중서부 위스콘신 매디슨 등 본토의 중심부까지 도달하는 사거리 1만㎞짜리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당시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만으로도 한국과 일본을 초토화할 수 있고 2년 내에 미국 본토의 일부를 공격할 수 있으며 3~4년이면 미국 전역이 미사일을 이용한 생화학무기 공격의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고 있었다.

당시 CIA는 럼스펠드 보고서가 과장된 것이라며 평가절하했으나 불과 한달반 만에 북한이 실제로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함으로써 럼스펠드는 미사일 방위 분야의 권위자로 일약 부상했고 CIA는 미사일 위협이 당초 예측보다 심각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럼스펠드 보고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2년동안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추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NMD 조기 추진, 북·미 미사일협상 제자리

바로 이 럼스펠드가 펜타곤에 입성함으로써 이제 NMD체제의 조기추진은 이론의 여지가 없게 됐다.

럼스펠드가 NMD에 극력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 등과의 외교분쟁 유발 및 효용 측면의 재검토 등을 이유로 NMD체제의 신중한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NMD체제 조기배치를 추진할 경우 제2의 군비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러시아는 NMD가 탄도탄 요격미사일협정(ABM)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연합 국가도 군비경쟁 가속화 등을 이유로 NMD체제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럼스펠드의 등장으로 거의 타결 일보직전까지 진전된 북미 미사일협상도 한동안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측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전제로 한 협상에 반대해온 터여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제안했다는 이른바 '제3국 인공위성 대리발사조건부 미사일개발 포기안'의 효력 자체가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워싱턴의 일부 국방전문가들은 북미간에 미사일협상이 완전 타결돼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사라질 경우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NMD체제 추진의 근거가 희박해질 것을 우려해 부시 행정부가 일부러 북미 미사일협상을 질질 끌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아 주목된다.

상황이 이처럼 진행될 경우 대북 포용정책을 토대로 굳건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한미관계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관계 개선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었던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마저 무산된 점을 감안하면 북미관계는 당분간 소강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간 통상파고 높아질 듯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군이 해외 분쟁지역에 너무 넓고 얇게 배치돼있다"고 지적해온 콜린 파월은 국무장관직 지명수락연설에서도 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체니 부통령당선자와 럼스펠드도 이에 동조한 터여서 미국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집중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위상과 병력감축 문제도 필연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한미간에는 조만간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럼스펠드가 미군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에 신병기 등을 배치할 경우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이 뻔해 화해국면에 남북한 관계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친기업주의와 달러 강세화 정책 포기 및 통상장벽 철폐를 내세우는 경제팀의 등장으로 한미간에 통상파고가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폴 오닐 재무장관 지명자를 비롯, 돈 에반스 상무장관 및 백악관경제보좌관 후보 0순위인 로렌스 린지 등은 한결같이 실물경제를 우선시하는 친기업주의자들이다. 때문에 수출촉진을 위해 달러강세화 정책을 포기할 것이 확실시되며 한국 등의 주요 수출대상국에 대한 통상압력도 보다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입력시간 2001/01/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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