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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공략…한일 자동차大戰

일본 자동차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남다르다. 막연한 반일감정은 차치하고라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제 자동차에 대한 구원(舊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1966년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신진자동차(대우자동차의 전신)와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했었다. 도요타는 신진과 기술 및 부품도입, 판매제휴 계약을 맺고 새로운 승용차 모델 '코로나'를 생산, 판매했다.

코로나는 도요타의 부품으로 신진자동차가 만들기는 했지만 국산화율이 20% 수준이어서 도요타 차와 다름없었다. 코로나는 시중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고 한국의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과 보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도요타에 배신당했던 아픈 기억

그러나 1970년 4월 중국이 소위 '주4원칙'(周4原則)을 발표하자 도요타는 중국시장을 의식해 한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 1972년 9월 신진과의 제휴관계를 완전히 단절했다.

주4원칙은 중국의 주은래 수상이 당시 북경을 방문한 일본 대표단에게 밝힌 중국의 대외통상 4원칙으로 '한국이나 대만에 투자한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신진자동차와 도요타는 한국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50억원을 들여 연산 20만대 규모의 엔진공장을 세우기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도요타가 중국의 눈치를 보기시작하면서 이 계획은 물론 두 회사간의 합작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업계 1위였던 신진자동차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은 이름조차 사라졌고 한국의 자동차공업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가 한국시장에 차를 파는 것을 주저하고 국내 차업계가 도요타의 재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경계하는 것도 모두 이같은 '원죄'때문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일간 자동차 대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일본차가 1월2일부터 한국시장에 다시 진출하고 한국차도 일본 열도를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가 2001년 새해 벽두 서로 상대방 안방에 진출, 판매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시장 침체로 선진 메이커들이 앞다퉈 해외시장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대와 도요타의 자동차 '한일전'은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스럽게 한국시장 재진출을 탐색해오던 도요타는 1월2일 고급차인 렉서스 시리즈를 앞세우고 한국직판을 시작한다. '한국 도요타'라는 국내 법인도 만들고 서울 2곳과 부산 1곳에 판매 및 부품공급과 애프터서비스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쇼룸을 개설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판매차종은 고급 대형 세단인 렉서스 LS430과 스포츠 세단 GS300, 콤팩트 세단 IS200, 4륜구동 지프형 차인 RX300등 4개 모델.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SK글로벌 등 국내 3개 딜러를 통해 예약판매를 시작한 결과 한달여만에 60여대를 계약하는 실적을 올렸다.

1억1,000만원대의 LS430이 많이 예약됐고 이보다 가격이 낮은 콤팩트세단 IS200, 스포츠세단 GS300, 4륜구동 RX300 등은 비슷한 판매 양상을 보였다. 한국 도요타 관계자는 "광고가 나간 날은 하루 문의전화가 400여통이나 걸려올 만큼 한국 소비자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도요타 한국직판, 현대 일본딜러망 구축

도요타는 일제차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을 의식한듯 '솜에 물이 스미듯'조용하게 한국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요란한 출범행사나 대대적인 광고등을 자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도요타의 야스노 히데야키 사장은 "한국시장 진출 첫해에 900여대를 팔아 수입자동차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의 경기침체와 자동차 내수축소에도 불구하고 고급 수입차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요타의 한국진출에 대응해 현대차는 내수 시장침체에 따른 수출 확대전략에 따라 일본진출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내년 1월20일 일본시장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전역에 40여개 딜러망을 확보하고 지난달 일본 수출용 차량 92대의 선적을 마친데 이어 1월6일 2차분 120대를 선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한지 33년만에 처음으로 국산차가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현대차 수출선적팀장은 "국산 자동차의 일본진출은 충분히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판매망을 늘린다면 한국이 실질적인 세계 5위권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우선 일본시장에 중준형 아반떼XD(수출명 엘란트라)와 스포츠형 다목적차 싼타페, 미니밴 트라제XG 등 3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진출 첫 해에 판매목표를 5,500대로 잡고 판매망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 일본법인 관계자는 "아직 계약을 받지 않고 있는데도 하루 평균 200건 가량의 문의가 몰려 차종의 제품설명서와 가격표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딜러망과 별도로 도쿄, 오사카에 직영 쇼룸을 개설하고 인터넷 판매에도 나서는 한편, 내년 4월 배기량 3,000㏄ 이상 고급승용차 그랜저XG와 아반떼 XD 5도어 유로모델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수입차시장 일본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

한일 두 자동차 회사의 상대편 안방 공략 첫해 손익계산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양국이 모두 수입차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없는 국민정서를 갖고 있는데다 진출 첫해여서 양쪽 모두 상징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측은 "과거와 달리 한국 자동차도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현대차도 "사실상 교포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본 업계도 현대차가 상륙해도 의도한 만큼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면서도 미국 등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차의 저력을 내심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국내시장 진출이 당장 국내 자동차업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 우선 고급차를 들여와 판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BMW와 벤츠 등 다른 수입자동차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도요타의 진입이 한국내에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을 희석시켜 수입차 시장의 파이를 더 크게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아직은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고급차에 한정돼 있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황동규 연구원은 "수입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있고 서비스 등 인프라가 약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중형 이하 모델까지 진출하게 되면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차가 본격 수입되면 기존 수입차시장은 일본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수입차에 대응해 품질과 이미지를 높여가지 않으면 국내 중형차도 시장을 일부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dream@hk.co.kr

입력시간 2001/01/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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