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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43)] 네스테크 최상기 사장(下)

최상기 사장의 새해 계획은 특별한 게 없다. 지난해의 비즈니스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기술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비업소 체인인 카맨샵의 프랜차이즈를 1만여 곳으로 늘려 네스테크와 정비업소가 서로 윈윈게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카(Car) PC의 상용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이를 위해 새해부터 다시 회사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기로 했다. 그래서 최 사장은 기술팀과의 새해 기술전략 수립으로 인터뷰 시간을 뺐는 것마저 미안한 정도로 바빴다. "원천기술에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네스테크는 어려울 때일수록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기술에 승부를 걸 것"이라는 그의 말도 그냥 들리지 않았다.


인간관계 고민끝에 현대로부터 독립

새해에 또한번 도약을 꿈꾸는 네스테크가 사업기반을 닦은 것은 1996년이다. 주력제품인 자동차 정비기기, 하이스캔의 매출이 줄어드는 게 계기가 됐다.

사업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다. "하이스캔은 원래 현대측을 통해 OEM방식으로 판매했는데 96년에 매출이 줄어 원인을 분석해보니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어요.

전국의 정비업소가 하이스캔 수요자쟎아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잘 할 수 있는 품목이죠. 그래서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도 현대라는 확실한 판매라인을 버리면 어려움이 적지 않을 텐데.."

"물론이지요. 브랜드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장 컸죠. 그러나 OEM을 계속했다면 오늘날의 네스테크는 없었을 겁니다.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역시 인간적 측면이었는데 그동안 도와준 분에게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다는 것, 인간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요."

네스테크는 현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국내와 해외 판매망을 자체적으로 구축, 사업기반을 닦았다. IMF 위기에는 하이스캔의 수출에 따른 환차익마저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


자동차 종합서비스 회사 지향

2000년 5월엔 새로운 얼굴을 시장에 선보였다. 자동차 정비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자동차 정비체인인 카맨샵이다. 사업개시 2개월만에 체인가입 점포를 1,000여개로 늘리는 등 업계 최대 규모의 체인망을 구축했다.

카맨샵은 모 대기업의 정비체인인 스피드메이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1년 상반기까지 1만여개의 체인망을 갖춘다는 게 네스테크의 목표다.

최 사장은 신규사업을 펼치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게 하나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만 하고 1, 2등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과감히 버린다는 철학이다. 그는 "넘버원이 되지 않으면 벤처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사업의 의미도 없지요.

네스테크는 자동차 제조를 제외한 몇가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1등이라고 자부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새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카PC는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영역이다. 일단은 선발주자다.

미국에서는 1998년께 크라리온사가 카PC를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가 사실상 실패했었다. 새해부터 GM과 포드 등 빅3가 장착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네스테크도 그 흐름에 맞춰 카PC를 내놓는다고 최 사장은 설명했다.

카PC란 한마디로 자동차에 장착되는 소형 PC다. 네비게이션, 인터넷, e메일, 주식거래, 게임, MP3 등의 이용이 가능하고 차량의 진단기능까지 갖춘 차세대 정보통신 단말기이다.

무선통신과 음성명령도 가능하다. 또 이에이치닷컴(www.e-hd.com)이 제공하는 교통정보와 각종 차량정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최 사장은 "기존의 비슷한 제품이 200만원대인데 반해 새 제품은 인터넷, 무선통신 등의 기능을 추가하고도 100만원 미만 가격으로 양산할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PC가 출하되면 네스테크는 자동차 정비기기 생산업체에서 자동차 종합정보 서비스 업체로 성격이 바뀔 전망이다. 미국의 자동차 종합서비스 체인인 AAA에 버금가는 자동차 종합서비스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최 사장의 정의에 따르면 네스테크는 자동차 IT(정보통신)업체가 된다. 코스닥에 등록된 네스테크는 현재 의료정밀기기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벤처는 위기가 따로 없다"

새해에는 벤처업계가 지루한 고통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최 사장은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벤처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벤처란 원래 말 그대로 항상 위험한 산업인데 위기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의 벤처기업을 보세요. 전문투자회사는 벤처기업 1,000개중에서 1개 회사를 선택해 투자하고, 투자한 10개 업체중 1개만 성공해도 투자성공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시장 환경에서는 100개중에서 1개 정도 성공하면 되겠지요. 지난 몇 개월간의 어려운 상황에서 벤처기업 100개중에서 10개 정도 망했다고 하면 아직도 89개가 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네스테크는 어때요. 망하지 않는 89개 벤처 속에 포함돼 있습니까?"

"아직은 포함돼 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새해에는 그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계획입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면 최 사장은 직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방침이다. 능력이 있는 직원에겐 그가 잡았던 '성공시대'를 대물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기회를 못잡으면 어쩔 수 없다.

그는 솔직하다. 솔직함으로 직원의 신뢰를 얻는다. 솔직함 속에 엿보이는 최고경영자로서의 야망은 이렇다. 주주에게는 연 30%의 수익, 고객에게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직원에게는 네스테크에서 20년간 열심히 일하면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삶을 보장하는 것.

"돈을 잘 벌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그이지만 돈에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사재를 털어 10억원 상당의 첨단 자동차 정비장비인 '카맨 아이다스'를 전국 고교와 대학에 기증한 것이나 아버지에게 사랑의 엽서를 보내는 '아빠사랑 캠페인'을 벌이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최 사장에게 무엇을 더 바랄까? "벤치마킹할 회사가 없는 게 바로 벤처기업 아닌가요? 벤처기업이라면 남이 안 하는 것을 처음으로 하는 것인데 남의 것을 베끼려면 벤처할 생각을 말아야죠." 그의 원론적인 벤처관이 바로 위기에 처한 우리 벤처기업이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1/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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