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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흑과 백

"흑백 TV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보던 감동적인 영화를 비디오로 볼 수 없는가" 하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혹은 "TV에서 방영된 영화는 당연히 비디오로도 출시되어 있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적지 않다.

TV 방영권과 비디오 판권이 완전히 별개란 사실을 모르는 데서 오는 질문이다. 복합 극장시대가 된지 오래고, TV 채널 수도 지나치다 십게 많아졌지만 정작 보고 싶은 영화, 좋은 영화만을 골라보기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스탠리 크레이머의 <흑과 백:The Defiant Ones>(폭스, 12세)도 올드팬의 주문이 많았던 영화 중 하나다. 1958년에 발표된 이 흑백 영화는 형식으로 보자면 로드무비고, 내용으로 보자면 서로에 대한 편견과 무지와 증오로 가득찬 두 사나이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은 감동의 드라마다.

인종편견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사회파 영화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흑과 백>의 시나리오를 쓴 이는 해롤드 제이콥 스미스와 나단 E 더글라스인데, 더글라스는 미국의 광란적 극우주의가 설쳐대던 세칭 '맥카시 선풍'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 네드릭 영의 필명이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이 대개 그러했듯 그도 본명을 숨기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는데 <흑과 백>의 두 주인공에게서 '뼈 속까지 스미는 분노'를 읽을 수 있다.

비가 몹시 내리는 밤. 죄수 호송 트럭이 전복되어 두 명의 죄수가 탈출의 기회를 잡는다.

백인 존 잭슨(토니 커티스)은 무장강도죄로 5년 추가복역중이었고, 흑인 노아 컬런(시드니 포이티어)은 살인미수 혐의로 8년째 복역중이었다.

한 사슬에 묶인 채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두 죄수에 대해 형무소장은 "얼마 못가 서로 죽이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미국 남부 지역 형무소장다운 유머인 셈이다.

아내, 아이들까지 모두 나서서 일해도 늘 배가 고팠기에 소작료를 받으러 총까지 들고 나타난 주지에게 대든 죄로 끌려온 노아. 호텔 보이와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부자에게 굽신거려야 했던 처지를 비관하며 한탕을 노렸던 존.

사회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기대할 수 없는 계층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흑인과 백인에 대한 편견으로 똘똘 뭉쳐 "남으로 가자", "북으로 가자"며 다툰다. 그리고 이들이 탈주과정에서 만나는 마을 사람과 외로운 과부 역시 같은 죄수임에도 불구하고 노아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한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고 진흙구덩이에 빠졌다가 간신히 기어오르고 개구리를 잡아먹으며 비를 맞고 노천에서 잠을 자는 힘겨운 탈주. 여기에 선거철을 앞둔 주지사의 닥달 전화.

"토끼사냥과 다를 게 뭐냐"며 총을 들고 신나하는 민간 추적대원들. "인간보다 내 개가 더 소중하다"는 도베르만의 주인을 이끌고 추적에 나선 보안관. 곁가지 이야기를 적절한 순간에 편집해 추적극의 재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흑과 백>은 195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 감독, 공동 남우주연 등 모두 8개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각본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1986년 로버트 울리히와 칼 웨더스 주연의 TV극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1/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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