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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 중독증] PC게임에 빠진 아이들

주부 박(42)모씨는 PC게임에 푹빠진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방학을 맞은 아들의 하루 게임시간은 평균 6시간. 매끼 식사 후 2시간씩은 PC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학기 중에도 시간이 적긴 하지만 게임을 제1의 놀이로 즐기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아들은 좋아하던 축구도 거의 하지 않게 됐다.

박씨 아들이 게임에 빠진 것은 작년 중반 집에 초고속통신망을 설치한 뒤부터다. 그전에는 PC에 CD를 이용해 간단한 게임을 했지만 초고속통신망 설치 후로는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다.

이웃집 친구와 함께 접속해 전화까지 하면서 경쟁적으로 게임을 한다. 물론 혼자서 '삼국지'와 같은 CD패키지 게임을 즐길 때도 많다.

박씨는 아들의 게임 몰입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PC게임 중독증은 아니라 하더라도 중독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아들은 PC 앞에 앉으면 시간관념이 없어진다. 1시간이 넘어도 아직 10여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한다.

"그만하라"고 말하면 "알았어요.예, 예"라며 대답해 놓고는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아들은 또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침착하고 신중한 면도 많이 없어졌다. PC가 없는 친구집이나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게임에 몰입, 조절능력 상실

최근 종합병원 정신과에는 자녀의 PC게임 몰입 때문에 상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전문의 유범희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래 부모들의 상담이 계속 늘고 있다. 게임에 너무 집착해 공부를 안하고 학교생활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원한 부모들의 일반적인 걱정이다.

유 박사는 지나친 게임 몰입을 '충동조절 장애'로 설명했다. 이것은 게임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자제력(또는 죄책감)보다 게임에 대한 충동이 더 강한 현상을 말한다.

게임을 해야만 긴장이 해소되니 반복하게 되고, 결국은 PC게임의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유 박사는 PC게임에 따른 충돌조절 장애를 마약중독이나 도박광, 방화벽, 도벽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그는 10대의 경우 성인보다 일반적으로 충동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PC게임 몰입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PC게임을 하는 모든 10대가 중독증, 즉 충동조절 장애에 빠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저녁 8시쯤 서울 강남구의 모 인터넷 PC방. PC 30여대가 설치된 실내좌석이 거의 꽉 차있다.

PC방 업주는 "손님의 절반이 초ㆍ중ㆍ고생이고 나머지는 성인"이라고 말했다. 게임 가운데 중독성이 가장 강한 '리니지'는 대부분 성인들이 즐기고, 10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고교 1학년 친구지간인 이모군과 홍모군이 나란히 앉아 각각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하고 있었다. 이군은 하루 3시간, 홍군은 4~5시간 PC방에서 게임을 즐긴다. 이군이 한달에 쓰는 PC방 게임비는 4만~5만원 수준.

게임을 지나치게 하고, 게임비를 많이 쓴다고 어머니가 나무라긴 하지만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은 않는다는 게 이군의 이야기다.

게임비는 전액 용돈으로 타쓴다.

보다 게임시간이 많은 홍군은 리니지도 해봤다. 몇달에 한번 꼴로 밤샘게임도 한다. "할 것 없으면 게임생각이 난다"는 게 홍군의 말. 게임을 지나치게 하면 부모님이 걱정하지만 "게임 속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너무 좋다"고 한다.

그는 얼마전 '다크세이버'게임에 있는 자신의 ID를 친구에게 팔아 10만원을 번 적도 있다며 은근히 실력을 자랑했다.


고교생 5%정도는 중독증세

홍군에 따르면 밤새워 할 정도로 중독증에 걸린 고교생이 한반에 1~2명씩은 있다.

리니지의 경우 3만원을 계정하면 한달간 하루종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여기에 가입한 친구도 있다고 한다. 홍군은 아직 자신은 이 정도로 게임에 빠진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학기 중 급우사이에 주된 화제는 디아블로2에 관한 것이다.

역시 고교 1학년인 김 모군은 하루 1시간 정도 게임을 즐긴다. 주로 집에서 하고 PC방은 가끔씩 들리는 편. 김군에 따르면 학우 중 게임 중독증에 걸린 학생의 성적은 학급에서 중간 이하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PC게임을 하는 것은 알지만 얼마나 시간을 들이는지는 몰라 크게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박모군은 PC방에서 하루 3시간, 5학년인 하모, 김모군은 2시간씩 게임을 즐긴다. 부모님이 나무라면 몰래 하기도 한다.

용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곳이 PC방이다. PC방에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저녁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들이 머물 수 없다. 박군과 또래들은 10시까지 있는 경우는 없다. 법이 아니라 시간당 1,000원인 게임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PC게임을 놓고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벌이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속이 됐다. PC게임이란 괴물에 대한 친화성과 관점이 판이한 데 따른 양측의 갈등은 세대갈등의 성격까지 띤다.

10대가 PC게임을 의식주나 다름없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모는 그렇지 않다. 밥보다 PC게임을 더 즐기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은 채 걱정만 하는 부모가 많다.


"말려야 할지." 헷갈리는 부모

부모가 안절부절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부모의 걱정에는 묘한 이중성이 있다.

공부와 운동에 대한 강박관념이 한 편에 있다면, 또한편에는 PC의 유용성이 자리하고 있다. PC의 유용성은 부모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컴퓨터를 모르면 아이가 장차 사회에서 낙오한다는 시대적 부담이 첫째다.

둘째는 'PC게임은 컴퓨터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란 사회의 믿음이다. PC게임에 푹 빠져있는 자녀가 틀림없이 문제는 있는 것 같은데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말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는 이야기다.

걱정은 하면서도 자녀들의 게임을 죽어라고 말리는 부모가 거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의 심리적 갈등은 부모가 자녀보다 PC를 잘 알지 못하는 시대적 추세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다. 이것은 부모가 적어도 PC에 관한 한 도대체 자녀를 지도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로 확대된다. PC와 PC게임은 부모의 권위까지 무너뜨린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PC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자녀가 PC를 모르는 부모를 우습게 안다고 해서 탓할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PC게임은 10대의 게임중독에 따른 해악 논란과 함께 부모의 권위 논란까지 불러올 판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1/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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