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재테크] 금융주가 효자종목으로 변신?

서양 속담에 '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만들지 못한다(One swallow does not make a summer)'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본질적 변화와 무관한 사소한 변화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내로라 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실물 경제, 정부의 금리ㆍ재정정책 등 모든 여건상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국면을 보일 것으로 점쳐졌던 증시가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월2일 문을 연 주식시장은 갑작스레 단행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금융, 건설주 등을 중심으로 연초 급등장세를 보였다. 1월2일 520.95포인트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5일 580.85까지 올랐고, 코스닥도 62.52포인트를 기록하며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FRB금리인하, 외국인 매수세등이 호재

일단 증시가 예상보다 6개월 가량 빨리 기력을 회복하자 전문가들은 신중하지만 낙관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 등 경기 여건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FRB 금리인하 조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증시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들이 이어진다면 국내증시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격적 성향의 전문가들은 증시가 단기 상승이 아니라 본격적인 추세 반전에 돌입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단기 랠리로 그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하지만 중장기 랠리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98년에도 미국 금리 인하후 약 3개월동안 시장상황이 크게 개선된 적이 있다.

98년 9월부터 증권, 전기, 전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시작돼 99년 5월말까지 약 6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는데, 새해 첫 주에만 1조원이 넘는 엄청난 외국인 자금이 시장에 흘러 들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정문찬 부장도 "지금까지 유입된 외국인 매수자금을 보면 단기펀드는 아닌 것 같다. 국내 주식들이 저평가 돼있다는 판단에서 중장기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정부가 연기금의 증시투입과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나서는 등 여건도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실물경제의 약화가 진행되는 가운데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전형적인 금융장세이며, 미국 증시에서도 금리 인하 '약발'이 이틀을 넘기지 못한 것 등을 이유로 여전히 신중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해 1월 증시의 위상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앞으로 한국 증시를 주름잡게 될 테마가 무엇이며, 관련 테마가 언제 빛을 발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동원증권 정동희 연구원은 "2001년에는 금융구조조정 마무리에 따른 금융주, 인수ㆍ합병(M&A) 활성화와 환경에 대한 관심 제고로 M&A 관련주와 환경산업주 등이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올해 시기별로 유행할 주요 테마와 투자전략. 우선 연초 증시랠리를 주도했던 금융주. 금융 구조조정은 이제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개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1ㆍ4분기에는 이미 합병을 선언한 국민ㆍ

주택은행은 물론이고 하나ㆍ한미은행 등의 통합작업이 마무리되고 부실 손해보험사 정리 등 금융구조조정의 큰 틀이 윤곽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부실과 불신의 굴레에 짓눌려있던 금융주가 불확실성 축소의 가장 큰 수혜주로 떠오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며, 이미 일부에서는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4월이후 M&A 관계주 부상할 듯

4월 이후에는 M&A 관련주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4월1일부터 M&A를 규제하던 기존 제도가 크게 개선되면서 M&A 전용 사모ㆍ공모펀드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영창악기, LG텔레콤 등을 M&A관련주로 꼽고 있다. 또 수익모델 부재로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 인터넷 및 벤처기업들 역시 전자상거래 솔루션과 통신망, 유통망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전개하면서 M&A테마 형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예상대로 실물경제가 하반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반도체 관련주와 환율수혜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가 7~8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지나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들어맞는다면 공급부족을 배경으로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가 서머랠리(여름 주가상승)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총생산(GDP)의 35%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환율 변동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올해 원럽玭?환율은 1분기에 상승기조를 유지하다가 2분기 이후 하향 안정을 취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 따라서 상반기 수출비중이 높거나 외화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정부의 환경ㆍ바이오 산업 육성정책도 테마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문제가 국제화와 통상 무기로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환경보호 수준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따라서 환경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와 코스닥 업체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인터넷 벤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벤처도 수익성 여부를 떠나 테마 형성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바이오 산업의 성장률을 다른 산업의 3~5배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부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올해 안에 57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재무상태가 우량한 중ㆍ소형주들이 테마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철환ㆍ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1/09 15:05


조철환ㆍ경제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