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새해를 맞이하며

워싱턴의 새해는 소리없이 다가왔다. 새 밀레니엄을 맞이한다며 온통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는 지극히 평범한 한해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실체를 살펴보면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많다.

먼저 미국 행정부의 정권교체다. 지난 8년동안 주류 민주당원도 아닌, 시골 아칸소의 주지사에게 백악관을 빼앗긴 공화당은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백악관을 탈환하였다.

또한 지극히 작기는 하지만 의회에서도 우세를 확보한 공화당은 자신들의 보수적 이념과 원칙이 반영된 정책과 행정을 펼쳐나가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자와 의회의 공화당 지도자 사이에는 벌써 정책방향의 차이가 보인다. 언론은 부시 당선자가 취임하면 의회에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장애가 민주당 의원이 아니라 공화당의 하원 원내총무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새 행정부의 내각에 들어갈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시 당선자의 인선이 중도 온건노선의 인물에서 점점 보수우파적 사람들로 바뀌었다는 평도 듣는다.

예를 들어 초기에 선정했던 재무장관 후보에 비해 후반에 들어가면서 선정된 법무장관이나 내무장관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보수주의 노선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특히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사람은 낙태반대론자로 유명해 앞으로 상원의 인준과정을 거칠 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전체 영토의 4분의1이 넘는 연방 소유 토지를 관리하는 내무장관 후보로 내정된 사람도 알래스카의 국립공원에서 석유를 시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환경보호주의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부시 당선자의 노선이 극우보수를 달리고 있지 않음에도 이러한 인선을 한 것은 아마도 공화당내 강경보수주의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하는 분석이다. 따라서 스타워즈 계획을 지지하는 체니 부통령이나 "힘이 외교의 바탕"이라고 믿는 백악관 안보보좌관, 걸프전의 영웅이었던 국무장관 등등의 인물에 비추어보면 미국의 정책노선이 예상했던 것보다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물러가는 클린턴 대통령이 국제 전범재판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앞으로 미국의 역할이 '세계의 경찰'에서 '세계의 재판관'을 겸임, 초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십분발휘할 것인데, 새 행정부에서의 외교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가 궁금하다.

또하나의 소리없는 변화는 크리스마스 휴일을 지나면서 다가왔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고 건전하다"면서 "새로운 경제로의 이전에 따른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성탄휴일 동안의 매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히 감소하고 경기약세를 견디지 못한 몇몇 대기업이 파산신청을 하게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또한 기업마다 감원 바람이 불자 지난 몇년 동안 들어보지 못하던 불경기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부시 행정부에서는 이렇게 약화된 경제를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거품이 터진 것"이라며 감세를 통한 경기 진작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감세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것이어서 미국 경제 주체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기 때문에 경기진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경제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이번 경기의 둔화가 순환적인 것으로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렇게 보면 2001년부터 시작하는 21세기는 생각보다 장미빛으로 물들어있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일을 바라보아야 하는 남북관계라든지 세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놓고 볼 때 워싱턴의 21세기가 어떻게 펼쳐져나가고 있는지 눈여겨볼 때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1/01/09 18:3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