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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새해 들어서는 늘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새해 들어서는 늘 마음이 편치 않다. 가뜩이나 경제위기가 곧 뒷덜미를 낚아챌 것 같아 조마조마한데 정치판마저 돌아가는 꼴이 해괴한 탓이다.

어느 날 갑자기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건너가질 않나, 민생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영수회담이 서로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싸움판으로 변하질 않나, 간첩 잡으라는 돈이 선거자금으로 쓰였다고 하질 않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 물고 물리는 진흙탕 싸움에 답답할 뿐이다.

그렇게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제 같은 일이 최근에 하나 있었다. 벤처기업의 대부로 불리는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의 조건없는 일선 퇴진이다.

그는 테스트 핸들러, 리드 프레임 매거진 같은,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알짜회사를 맨손으로 일으킨 잡초형 경영인. 그래서 죽을 때까지 사장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누가 뭐랄 수 없는 사람이다.

'주간한국'에 연재중인 벤처스타열전의 첫 인물로 정 사장을 만난 날, 그는 벤처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과감한 도전과 성공후 과실의 분배. 거기에는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 보장과 효율적인 조직운영, 그리고 상하 구별없는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필요한데, 그는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날 사장실 앞이 마치 무슨 시골장터 같아 여직원에게 물었다. "저기가 정말 사장실이냐"고. 그리고 그의 사무실에는 그 흔한 명패 하나 없었다. 그는 "그게 뭐 필요합니까"라고 웃기만 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노력한 모든 직원의 것"이라는 그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아있다. 그러니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당연한 일이 신선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사회 곳곳에 정도(正道)가 아니라 불법과 꼼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1/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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