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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손에 정국 캐스팅 보트?

신년 벽두부터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여소야대의 불안한 정치구도를 깨기 위한 여당의 노력은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을 거쳐 마침내 'DJP 공조복원'으로 이어졌다.

반면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나라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권과의 전면전 불사를 다짐하고 있다. 정치권에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새로운 연대와 경쟁의 역학관계는 새로운 판짜기를 예고하고 있고, 김 전 대통령도 이 틈바구니에서 모종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3金 1李의 혼전구도

정치권 판짜기의 큰 그림은 '3김(金)1이(李)'의 구도 속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 정국을 강타한 검찰의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그리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새로운 관계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각기 나름대로의 기반을 갖고 있는 이들 4자간에 조성되고 있는 미묘한 역학관계는 내년에 있을 대선을 고려할 때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신년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3김1이의 혼전구도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정국주도권 다툼, 대권 예비주자의 치열한 경쟁과 맞물려 여러 세력간에 다양한 연대와 제휴, 합종연횡의 양상을 띠며 정치권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단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이후 이들의 역학관계는 DJP공조를 토대로 한 'DJ+JP'의 연대 속에서 'DJ대 창(昌ㆍ이회창 총재)', 'DJ대YS', 'JP대 창'의 첨예한 대립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렬로 끝난 4일 영수회담에서 DJP공조를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기정사실화했고, JP도 5일 "우리가 협력해서 세운 이 정권이 잘되도록 총력을 기울여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8일 회동을 갖고 공조복원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DJP공조 복원과 더불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라는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다. 여권은 연일 이 총재를 겨냥해 안기부 자금지원 인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을 잇따라 사법처리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JP도 이 총재에 대해 "벌써 대통령이 된 것처럼 하는 것은 대인(大人)의 품위가 아니다. 세상을 어지럽히면 안 된다"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대야공세에 가담했다.

자민련 교섭단체 무산으로 그동안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해온 JP가 DJ와 다시 확실히 손잡고 이 총재와는 선을 긋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하고 나선 것이다. 당분간 정국이 'DJ+JP 대 창', 'DJ 대 YS'의 대결구도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그동안 여야의 대립구도로 흘러왔던 정치권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1997년 대선 전의 4자 각축전 구도로 다시 짜여지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YS, 이총재와 손 잡을까

이같은 구도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분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총재를 전면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DJP공조와 자칫 고립될 수 있는 처지에서 탈출하려는 이 총재가 동시에 구애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경우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자민련이 행사해온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김 전 대통령이 행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황논리에만 따르면 DJP의 공고한 연대에 맞서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로 똑같이 궁지에 몰린 YS와 이 총재가 협력하는 구도가 자연스럽다. 실제 여야 영수회담의 결렬과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의 신속한 진행으로 김 대통령과 이 총재, YS 사이에는 전면전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안팎에는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YS와 이 총재가 안기부 자금 유입설 등으로 코너에 몰린 마당에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총재와 YS가 연대할 경우 그 고리는 그동안 세간에 회자되어 오던 'DJ 비자금 파일'일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맹형규 기획위원장은 "검찰이 이런 식으로 몰아붙인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파일이든, 상도동에서 가지고 있는 파일이든 간에 공개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총재를 겨냥해 '인간도 아니다'라는 등의 독설을 퍼부었던 YS가 이 총재에 대한 반감을 풀고 당장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더구나 이 총재와 똑같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맹주이면서도 현재로선 약자일 수 밖에 없는 YS로서는 섣부른 연대가 이 총재의 위기탈출용으로만 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점들로 비춰 YS가 향후 대권구도 등을 의식, JP와의 관계개선이라는 'DJP와의 제한적 연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즉, JP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DJ와 YS를 화해시키고 '반 이회창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JP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YS와 만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공천파동 이후 정치적 시련기를 맞고 있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내심 이같은 구도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망국적인 지역감정 해소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DJ와 YS가 손잡고 충청권 맹주인 JP까지 가세,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는 그동안 YS를 생존하게 했던 정치적 기반인 영남권 정서를 감안할 때 DJ와의 연대는 자칫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김 전 대통령에게 이같은 선택의 기회가 올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만약 그런 기회가 오더라도 김 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복잡한 정치구도 속에서 다양한 변수를 감안할 때 짐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노코멘트로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선택의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YS에게는 대통령 퇴임 이후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의 시간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천호 정치부 기자 toto@hk.co.kr

입력시간 2001/01/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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