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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 강 건넌 JP·강창희

루비콘 강 건넌 JP·강창희

의원 이적으로 불거진 자민련 내분, 결별로 가닥

지난 1월5일 아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김포공항에 내릴 무렵 강창희 의원은 그곳을 떠나고 있었다. 부산에서 8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귀경하는 JP를 영접나갔던 자민련 당직자들은 제주로 휴가를 떠나는 강 의원을 만나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JP와 강 의원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직자들은 두 사람의 향후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 곧잘 이날의 공항풍경을 말한다.

"이미 늦었다. 한두 번 만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쪽도 더이상 마음을 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나마 JP는 만나는 것조차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강 의원은 5일 밤 제주로 날아온 정우택 이재선 정진석 등 소장파 의원에게 "JP와 당에 대한 충정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소장파들은 6일 아침 첫 비행기로 상경, 청구동 JP집에 찾아가 "강 부총재가 찾아뵙거든 꼭 만나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등 부지런을 피웠다. 주중 JP가 강 의원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원 제명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JP는 76회 생일을 맞은 7일 강 의원과의 회동 가능성에 "없어"라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강 의원 제명결정을 추인한 단호함도 여전했다. JP의 심중을 읽은 당은 8일 당기위, 9일 의원총회를 소집한데 이어 10일 당무회의를 열어 금주중 제명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헌상 절차가 끝난 뒤라도 당 총재인 이한동 총리가 사면권을 발동할 수도 있지만 기대하기 힘들다.

양자회동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던 소장파들도 JP의 속내를 읽은 뒤 강 의원의 제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우리도 관계회복을 기대하고 뛰어다닌 것은 아니었다. 헤어진 뒤에도 서로에 대한 감정적 비난만큼은 하지않도록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더이상 우리가 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JP측이 소장파들에게 "지난해 어떻게 공천을 받았느냐. 강 의원하고 정치할거냐"고 거칠게 몰아부쳤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강 의원은 소신을 굽히며 JP에게 고개숙일 의사가 없고 JP도 그런 강 의원을 안을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강 의원은 서귀포로 찾아온 이들에게 "사적인 감정에 얽매여 소신을 굽힐 수 없다.

민주당 3인의 이적을 통해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를 포기하지않는 이상 JP의 뜻을 좇을 수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JP 역시 "무소속이던 강 의원에게 지역구를 주고 통신과학기술위원장, 총무, 사무총장, 장관, 부총재 등 줄 수 있는 자리는 다 줬다. 누구보다도 아끼며 키워주었더니 이제는 나를 정치적으로 깔아뭉개려 달려든다"며 배신감을 추스리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어떻게 키웠는데" JP 배신감

이와 관련, JP의 한 측근은 이런 말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련이 참패한 뒤 강 의원은 알게 모르게 기회만 있으면 JP를 궁지에 몰았다. 2002년 대선에서 충청권의 대표주자로 움직이기 위해 정치적 대부라 할 JP를 치는 플랜을 집요하게 집행해 온 것이다.

검찰 탄핵안 파동이나 최근의 교섭단체 반란 모두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DJP공조를 깨기 힘들다고 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용환 의원과 강 의원을 충청권의 파트너로 정하고 물밑에서 연대한다는 정보도 있다."

이 때문인지 JP측은 민주당 3인 이적 파문을 계기로 강 의원을 조기에 당에서 축출하는게 오히려 득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직자들이 JP의 뜻도 읽지 않고 하루아침에 부총재인 강 의원을 제명하는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 모든 것이 JP의 의중"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JP를 위기로 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민련과 JP를 살리기 위한 충정이 왜곡됐다"며 격하게 반응했지만 "당에 남기 위해 소신을 굽힐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강 의원은 "교섭단체건만 해도 당세가 절대적으로 취약한 마당에 국민의 절대다수가 비난하는 무리수를 자청해 비난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며"36억원의 국고보조금 때문에 정당의 자존심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JP는 지난 5일 "(강 의원이)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 죽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오늘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을 열기 위해 오늘 발버둥치는 것"이라며 "이런 뜻도 모르고 설친다"고 일축했다.

그는 연말 신년휘호로 썼던 '조반유리'(造反逆理ㆍ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조차 "강 의원의 반발을 예상하고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유의 은유로 한해를 조망하는 신년휘호를 내놓던 JP가 올해에는 '편협함'을 자초하면서 강 의원 개인을 겨냥한 휘호를 쓴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사람의 관계악화는 JP가 총리로 있던 1999년 7월로 올라간다. 당시 강 의원은 김용환 의원과 함께 내심 내각제 개헌유보와 함께 2여의 합당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던 JP를 찾아가 "총리에서 물러나라"고 고함을 지르며 대들었다.

JP는 두 사람의 반발에 합당을 포기했지만 당내에서 가장 총애하던 두 사람도 잃었다. 김 의원은 얼마 뒤 탈당, 총선 때는 경쟁자의 위치에 섰고 강 의원은 당내에서 사사건건 그를 제지했다.

강 의원의 도전은 총선 직후 이른바 '제주도 사건'에서 또다시 일어났다. 당시 사무총장이던 강 의원은 그를 피해 제주로 간 JP를 찾아가 이한동 총재의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 JP가 받아들이지 않자 총장직 사표를 냈다. 그 뒤에도 이 총리의 사퇴를 공개요구하는 등 JP의 심경을 거스르는 일은 반복됐다.


직선적 성격, 사사건건 JP에 딴죽

특히 지난해 11월 탄핵안 파동은 종전과 달리 5명의 의원을 규합, 집단적으로 맞서 JP를 긴장시켰다. JP가 모른 척 하던 과거와 달리 일본의 정국을 빗대어 강 의원을 신랄하게 비난한 것도 "강 의원이 자기 세를 모은다"는 위기감에서다.

당시 JP는 "일본 자민당에서 모리 총리를 쫓아내려고 난리인데 가토란 자가 앞장서고 있다. 우리에게도 가토처럼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있다"고 강 의원을 비난했다.

JP와 강 의원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육사를 갔고 각각 5ㆍ16, 12ㆍ12이라는 군부의 정치개입 이후 정치판에 들어왔다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정치색도 보수적이다. 하지만 정확히 한 세대인 30살의 나이차만큼 정치스타일은 판이하다.

강 의원은 "스트레이트적 인간"이란 JP의 말처럼 직설적이다. 하지만 JP는 아는 길도 물어가며 기다리는 형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어쩌면 목표가 달라서라기보다 그저 방법이 다른데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은 두 사람이 어느 새 등을 돌리며 끝없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입력시간 2001/01/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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