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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적자· 위기의 금강산 사업

지난해 12월 29일 금요일 오후. 통일부 관계자들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가 북한에 매월 지불해온 금강산 사업의 '대가'를 송금해야 하는 마감시한이 오후 3시였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외국환 송금이 안되기 때문에 금요일인 이날 오후 3시까지 현대그룹의 북한 창구인 ㈜현대아산이 북한에 송금을 완료하지 않으면 대북 문제가 어떻게 흐트러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슬아슬했던 연말 송금

오후 2시가 넘어서부터는 통일부 관계자들은 연신 현대아산에 전화를 걸어 "송금을 완료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아직 송금하지 않았으나 문제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들은 "혹시나 돈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했고 현대아산측은 "돈은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해댔다.

이 시각 현대아산의 대북송금 담당부서 직원들은 단말기를 통해 달러 환율의 추이를 살피고있었다. 외환은행을 거쳐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있기 때문이었다. 송금액수가 1,200만 달러(13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환율 10원 차이에 1억원이 왔다갔다 한다.

오후 2시 20분께 담당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송금을 하고는 통일부에 즉시 연락을 취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분 금강산사업대가가 북한으로 송금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현대가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금강산사업이 기로에 처하고 있다. 1998년 11월 이후 현대가 북한에 지불한 금강산사업 대가가 3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데다 금강산 관광객 숫자가 예상보다 못미치고 있어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바닥, 사업할수록 적자폭 커져

특히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의 자본금(4,500억원)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 더이상 북한에 돈을 줄 여력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모(母)회사인 현대건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계열사들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폭이 커갈 수 밖에 없다.

우선 현대아산은 1998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3억3,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여기에 관광선 임차비 등 1억5,600만 달러, 시설투자비 1억2,600만 달러 등을 포함하면 총 지출액은 6억1,200만 달러에 이른다.

반면 수입은 관광선 관련 수입이 2억2,000만 달러이며 온천장이용료, 각종 상품판매 대금 등 1,300만 달러를 합치면 2억3,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자폭이 3억7,900만 달러로 4,000억원을 넘고 있고 이는 현대아산의 총자본금 4,500억원에 거의 근접,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욱이 현대아산이 2005년 5월까지 월 1,200만 달러씩 총 6억 달러를 추가로 북한에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관광객은 당초 예상했던 연간 50만명의 3분의1인 18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장전항 해상호텔과 금강산 유람선에 카지노 허용 등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현대측의 얘기다.


경제논리 둣전, 무리한 사업

금강산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 사업이 경제논리에서 출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현대식 발상'에서 시작됐다. 더욱이 여기에 현정권의 햇볕정책도 일조를 했다.

정부와 현대가 맞장구를 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금강산사업이었다.

따라서 물꼬를 트기 위해 사업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북한에 '달러'라는 선물을 한 보따리 안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문제는 현대가 북한에 주는 금강산사업의 대가. 1인당 수수료는 300달러로 연간 50만명을 기준으로 연 1억5,000만 달러씩 지불하고있다.

럼섬(lump sum)방식이라는 특이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관광객이 50만명에 못미쳐도 이 돈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관광객의 숫자는 연간 18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적자를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금강산 사업 덕분에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데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이어지는 등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재계쪽에서는 "오히려 정주영씨가 노벨상을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덕분에 정부도 고민이다. 현대아산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게 될 경우 현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햇볕정책도 금이 갈 소지가 있다. 정부도 수수방관할 처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대북사업이 아니라 정부의 통일사업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연말 12월분 금강산사업 대가를 송금하면서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욱 큰 문제라고 실토했다. 현대아산의 자본금이 거의 잠식된 상태인데다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 획기적인 환경변화가 없다면 금강산사업은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떼를 쓰거나 겁을 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다"라며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도와줄 곳은 없고 자금은 바닥이 나있다. 과거처럼 각 계열사에서 십시일반으로 '적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계열사들도 '자기 코가 석자'라 도와줄 여력도 없다.


"깎아 달라" 협상, 카지노에 희망

현대는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할 상황이다. 또 정부에게도 당초 약속대로 금강산 유람선 등에 카지노를 개설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지난해 연말 금강산사업 대가를 줄이는 협상을 하기위해 금강산을 방문하려 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북한측의 반응이 시원치 않은 탓이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다시 북한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산유람선 운영 등을 맡고 있는 현대상선의 김충식 사장도 유람선에 카지노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계에 호소하고있는 상황이다. 장전항에 정박해있는 해상호텔에라도 카지노를 개설해달라고 요구하고있다.

하지만 정부측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카지노를 허가하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될 수 없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일개 재벌의 사업에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있다.

또 각종 법적인 절차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의 소신없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관계 장관이나 주무 국장들 역시 자신의 재임기간에 이 문제를 결정하려 들지 않고 법 규정이나 들추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또 북한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현대의 입장을 북한이 들어주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없다.

현대만 속이 타들어가는 지경이다. 이대로 라면 결국 금강산사업은 올 상반기 이전에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북관계는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은 해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측에서 금강산사업 대가를 줄여주거나 우리 정부가 선상 카지노 허용 등으로 금강산 사업의 활로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쉬운 방법도 아니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금강산 사업 관련 수지 (98년 11월 이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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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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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선 수입 2억2,000만달러 관광사업 대가 3억3,000만달러

온천장, 상품판매 1,300만달러 관광선임차비 등 1억5,600만달러

시설투자비 1억2,60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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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3,300만달러(수입) 6억1,200만달러(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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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 경제부 기자 josus62@hk.co.kr

입력시간 2001/01/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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