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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받는 '그린스펀 효과'

미국 사상 최장의 경제 호황은 끝이 나는가. 지금 미국에서는 미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경제계와 정치권에서는 연일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일 전격적인 금리를 인하조치를 취했음에도 그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자 정책 실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신경제로 표현되는 미 경제는 10년 호황이 지속되면서 쉽게 연착륙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 경제는 첨단산업의 후퇴를 시작으로 급반전, 경착륙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첨단산업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 여파로 끝없이 추락, 지난해 연초에 비해 50%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연착륙론 우세 속 경제지표 크게 낮아져

이 같은 상황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경제전망 공방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해 말 딕 체니 미 부통령 당선자가 경기침체를 경고한 뒤 빌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 측은 감정섞인 비난전을 전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측은 경기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 클린턴 행정부는 아직도 건전하다고 맞서고 있다. 부시 당선자가 5일 "미국 경제에 불황의 그림자가 퍼지고 있다"고 주장하자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은 대변인은 "어리석은 말"이라고 공박했다.

시워트 대변인은 미 경제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른 측의 어리석은 말 때문에 경기 논쟁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경제전문가들의 미 경제전망은 연착륙론이 우세한 편이지만, 경제 지표상으로는 미국의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일 발표된 제조업계의 경기지표인 지난 달의 미국 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가 47.7에서 43.7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1991년 4월이후 가장낮은 것으로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47을 크게 벗어났다. NAPM지수가 50 이하면 경기침체로 해석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3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과 긴급 전화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하했다.


하루만에 무너진 시장기대감

FRB가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한 것은 1998년 10월 러시아의 대외부채 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소비심리 위축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줄어 판매와 생산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의 FOMC 정례회의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기조만 변경했던 FRB가 경기둔화를 인정한 셈이다. 헤지펀드계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도 "미 경제가 전형적인 경기둔화 사이클에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FRB의 금리인하 조치는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3일 오전에 약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오후 1시 금리인하 조치가 발표되면서수직 반등했다. 나스닥 지수는 거의 전 종목에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폭등, 14.17%가 올라 사상 최대의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2.81%와 5.01%씩 급등했다.월가는 증시가 1월이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1월 효과'가 올해의 FRB의파격적인 금리인하로 강도를 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금리정책에 의한 경기조절과 주가변동을 의미하는 '그린스펀 효과'가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나스닥 지수는 4일에 이어 5일에도 159.18포인트(6.2%)가 빠져 2,407.65 포인트를 기록했고,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도 2.3%가 하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인터넷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 등의 수익악화 전망과 미 노동부의 지난달 실업률 발표에 기인한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인 4.1%보다 낮은 4%를 기록했지만, 민간부문의 고용증가가 최근 12개월 중 가장 낮은 4만9,000명에 불과한 점을 들어 경기침체의 유력한 지표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의 금리인하 정책의 실패론을 제기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지난해 말 경기침체 징후가 이미 나타났음에도 FRB가 지난달 19일에야 긴축기조를 완화하고 2주 뒤에야 금리를 내리는 등 실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로 기준 금리가 6%로 됐지만 이는 1999년 상반기의 4.75%보다 월등히 높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지도 6일자 커버스토리로 FRB의 조치가 기업과 소비자 신뢰회복이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불안감을 확대시켜 상황을 도리어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화급히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FRB가 일반인이 모르는 금융권의 부도 등 긴급사태 발생 가능성이나 미 경제의 급강하 징후를 미리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이에 대해 월가의 경제분석가들은 미 경제가 침체하기 보다는 연착륙 할 가능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보스턴의 존핸콕금융서비스의 경제분석가인 오스카 곤살레스는 "경제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지만 실업률 통계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두려움을 경감시켜주었다"며 "미 경제는 FRB의 기대처럼 연착륙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올해 미 경제가 연간 3%의 성장률을 달성해 침체는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이 성장률은 1992년 이후의 연평균 3.7% 증가 수준에 비해 둔화된 것이지만, 지난 5년간의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을 회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FRB가 올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부시 당선자가 감세정책을 추진하면 경기가 진작될 것으로 관측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경제지표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1ㆍ4분기에 기준 금리가 5.5%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기업수익성 악화에도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2001/01/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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